형체를 쉽게 알아 볼 수 없고, 마치 색종이를 손으로 찢어서 붙인 것 같은 작품이 눈길을 모은다. 색면추상의 이미지를 보는 듯 하지만, 이 작품들은 작가가 15년 동안 사진으로 담아온 다양한 이미지들을 골라 디지털 샘플링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낸 화면이다. 이를 통해 가상의 추상적 공간을 만들어 낸 작가 쿤 반 덴 브룩(Koen van den Broek, 40)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11년 봄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이후 두 번째로 갖는 전시이자, 갤러리바톤의 압구정 신규 전시공간 이전 기념전의 일환으로 12월 13일부터 2014년 1월 29일까지 그의 신작 10여점이 'ZYLON'(자이론)이란 이름으로 걸린다. 바톤갤러리와 작가와의 인연은 지난 2006년경 미국 아모리쇼에서 그의 작품을 대면한 전용진 대표가 2011년 서울에 갤러리를 열면서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시작됐다. 미국 말보르갤러리 전속작가인 쿤 반 덴 브룩의 작품을 취급하는 유일한 갤러리가 된 것이다. 마티스의 색면추상과도 같은 그의 작품에는 여행을 통해 촬영된 사진이 캔버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추상성이 부여됨과 동시에 이미지의 해체와 강조의 연속 반응이 일어난다.
작가는 "길과 공간은 몬드리안 작품을 연상하듯 보인다. 길이란 것은 모든 작가들이 다루는 주제인 것 같다" 말했다. 지난 전시에서 보여준 작품들이 추상과 구상의 경계선상에 있어 보였지만, 이번 작품들은 어느 공간과 장소를 그려서 더욱 추상적인 화면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두 번째 전시를 갖는 작가는 "15년간 사진으로 한 작업의 기반에서 중요한 요소를 뽑아서 새롭게 펼쳐낸 전시로 보아주길 바란다"며 "구상과 추상의 중간에서 완전한 추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중요한 시점의 작품으로 기록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작업이 애호가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내 작업에는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없다. 카메라 뒤에서 렌즈를 통해 들어온 이미지를 그려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자신의 초현실적인 경험 또는 주관적인 기억의 해석 등 통상적인 추상회화의 출발점과 달리 철저히 인공적인 구조물과 공간을 기본적으로 하기에 의도적으로 비워진 공간들과 무작위적으로 배치된 색면과 방향성을 통해 원래의 이미지를 유추 할 수 있게 된다. 전시문의☎02-597-5701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