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 과거엔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필름과 전문 장비를 챙겼지만 이젠 핸드폰이나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면 충분하다. 음식을 먹기 전 사진을 찍어 블로그, 미니홈피에 올리거나 친구들끼리 사진을 공유하는 일도 많다. 이렇게 사진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가 됐지만 익숙한 만큼 가치가 인정받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되새기고 앞으로 사진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미술관 속 사진 페스티벌-사진, 한국을 말하다’가 열리고 있다. ‘미술관 속 사진 페스티벌’은 국내 최초로 진행되는 대규모 릴레이 사진전이다. ‘사진, 한국을 말하다’라는 대 주제 아래 대전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이 저마다의 주제를 갖고 다양한 사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사진과 사회’라는 소주제로 12월 6일부터 2014년 2월 16일까지 전시를 연다. 권순관, 임흥순, 이상엽, 천 경우 등 작가 60여명이 참여해 다양한 사진 작품을 보여준다. ‘사진과 사회’전은 사회를 다루거나 사회 속에 뛰어드는 사진예술의 태도와 방법을 ‘비판적 성찰과 참여, 개입, 동행’ 등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두 번째 타자로는 경남도립미술관이 나선다. ‘사진과 도시’를 주제로 2014년 1월 16일부터 4월 16일까지 관람객들을 만난다. 이 전시는 사진가들이 도시를 주제로 한 작업의 다양한 모습을 만화경의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강홍구, 김태동, 박승훈, 안세권, 이광기 등이 참여한다. 그 다음엔 서울시립미술관이 미디어 안에서 사진을 조망하는 ‘사진과 미디어’(부제: 새벽 4시) 전시를 2014년 1월 28일부터 3월 23일까지 연다. 새벽 4시에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하루 일과에 로그인 하는 이상의 단편 소설 ‘지도의 암실’(1932)의 주인공 ‘리상’처럼 시공간을 자유로이 유영하는 오늘날 현대인들을 나타내는 다양한 양태의 사진들로 구성된다. 사진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미디어의 시대인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어떠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다각도로 살펴본다. 전국 5개 미술관서 릴레이 사진 전시 열어 사진의 예술적 가치와 다양한 작품들 알려 광주시립미술관은 ‘사진과 역사’를 주제로 2014년 2월 4일부터 4월 13일까지 전시를 연다. 기록성을 근간으로 한 사진이 ‘역사’를 비껴갈 수 없다는 것과 사진가들 역시 역사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작업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작가적 고민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오늘의 현실을 반추해 보고자 기획됐다. 노순택, 이정록, 난다 등 작가들이 역사의식이 사진으로 표출되는 형태를 ‘기록’, ‘기념물’, ‘기억’의 세 가지로 구분해 보여준다.
미술관들의 전시 뿐 아니라 사진 관련 워크숍도 마련된다. 아르코미술관은 부대 행사로 세미나를 주최한다. 이 세미나는 총 4개의 기획전과 맞물려 시민 참여를 촉진시키는 한편 사진의 주요 현안에 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진이론가, 사진평론가, 전시기획자 5명(박상우, 박평종, 신수진, 이영준, 최봉림)이 각각 2~3회씩의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14년 1월 10일과 17일과 24일, 2월 8일과 14일과 21일과 28일, 3월 7일과 14일과 21일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에서 진행 예정이다.
전시를 준비한 박주석 위원장은 “전 국민이 핸드폰,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소비하는 시대이다.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기록하기를 바라는 한국인들의 본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사진이다”라며 “하지만 사진에 대한 보수적인 편견이 아직 존재하는 것 같다. 서울만 해도 사진전이 많이 열리지만 지방에서는 사진이 미술관에 잘 영입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국민과 함께 공감하고 호흡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개별 행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예술과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행사가 사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한국 사진작가들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