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CNB]왕진오 기자= 가장 한국적이고 서민적이며 독창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박수근(1914-1965)화백의 그림 120여점이 한 자리에 모인다.
박수근이 평생 그린 자연에 대한 애정과 민족의 일상, 암울한 시대적 배경을 진솔하게 담았다. 빨래터의 아낙네들, 절구질 하는 여인, 생선가게 상인 등 평범한 서민의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나아트가 박수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월 17일부터 3월 16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전관에 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 2000만 원을 기록했던 빨래터를 포함해 유화, 수채화 드로잉 등 기록들이 주제별 연도별로 선보인다.
박수근은 1914년 2월 21일 강원도 양구에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7세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보통학교만 졸업했다. 21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서울 전농동에서 궁핍하게 살면서도 붓을 놓지 않고 우리네 삶을 그리다 51세인 1965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빨래터’(Washerwomen by the Stream) 1959, Oil on canvas, 50.5x111.5cm.
박수근이 그려낸 화면에는 모두 우리 서민의 일상의 모습이 등장한다. 골목길 풍경과 일하는 여인, 장터의 여인, 할아버지와 손자, 아이를 업은 소녀, 할머니, 빨래하는 여인 등이다.
나무와 꽃들도 화려하기보다는 애잔한 흰 꽃들이 주를 이룬다. 바위 질감을 느끼게 하는 화강암의 효과를 나타내는 두꺼운 마티에르 효과를 보인다. 거칠지만 소박하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었던 우리 민족의 삶을 투영한 것이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우리 이웃과 가족을 향한 박수근의 따듯한 시선을 통해 그려진 인물들에게서는 시대를 뛰어 넘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여인과 소녀들 A Woman and Girls, 1964, Oil on hardboard, 25.8x32cm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은 “박수근의 작품을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인 것 같다. 열악한 미술시장에서 그의 작품이 왜곡된 경향이 있다. 특히 빨래터 위작 사건으로 인해 오해받고 저평가된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었다”고 전시의 의미를 밝혔다.
가장 독창적이고 한국적인 화가 박수근
또한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당시의 한국과 달리,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전시를 구성해 가장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풍속 민속화로서의 박수근 작가를 조명하려 한다”며 “대표 작가의 작품을 모아서 보여줄 수 있어서 영광이다. 경매를 통해서 간간이 발표된 작품과 실물 공개가 안 된 작품을 선보이는 계기로 의미가 크다. 전시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의 전시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이라는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빨래터’를 비롯해 ‘시장의 사람들’(1950년대), ‘노인과 소녀’(1959), ‘귀로’(1964), ‘고목과 행인’(1960년대) 등 그동안 화집에서만 볼 수 있던 작품도 나온다. 작품 대부분은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대여 받았다.
박수근의 작품에는 우리 민족이 역사 속에서 쌓아온 정서가 함축되어 있어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노상’(Street Scene)1957, Oil on canvas, 31.5x41cm.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우리 이웃과 가족을 향한 박수근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그려진 인물들에게서는 시대를 뛰어 넘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김달진 미술연구소에 소장중인 박수근 관련 아카이브 자료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함께 전시돼 작가가 활동한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를 돕게 된다.
변화의 소용돌이와 가치관의 혼돈을 겪는 현대인에게 위대한 예술을 통한 불변의 가치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1월 17일부터 3월 16일까지 총 59일간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진행된다. 수요일은 직장인들을 위해 오후 9시까지 전시관람 시간이 연장되며, 입장료는 일반 1만원, 초등학생 6000원으로 책정됐다. 전시기간 중 1월 19일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1월 24일 박수근 화백의 장남 박성남, 2월 22일 미술평론가 윤범모의 특별강연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