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말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휩쓴 것은 벤처 붐이었다. 인터넷을 활용한 닷컴의 등장은 아마존과 야후로 대표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세상에 내보였다. 대한민국에서도 온갖 인터넷 비즈니스가 출현했고, 삼성그룹과 같은 거대 회사들도 e삼성을 출범시키며 이 흐름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새로운 비즈니스는 빠르게 명멸을 거듭했는데 이를 ‘닷컴버블’이라고 한다. 이 닷컴 혹은 인터넷 거품은 대개의 거품경제가 그러하듯 결국 붕괴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전의 튤립거품, 철도거품, 자동차거품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새로운 비즈니스의 출현은 이후 거의 모든 산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인터넷의 활용은 특정기업에만 그치지 않고 전체 산업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이 새로운 개인용 디바이스로 각광을 받으며 이를 이용한 새로운 ICT산업이 점차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휴대전화의 대세를 이루며 온갖 스마트폰용 앱이 앞 다퉈 출시되는 것 역시 새로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인터넷 거품처럼 천천히 스러져 갈 것이다.
우리는 현재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과대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 눈앞에서 바로 벌어지기 때문에 현혹되기가 쉬운 것이다. 따라서 필수적인 사항조차 간과하면서 기대치를 공격적으로 과도하게 높이게 된다.
주식시장의 테마주라는 것이 바로 이와 흡사한 양상을 보여준다. 무언가 획기적인 것이 나타나기라도 한 듯 테마주로 포장돼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다음 어느 새 소리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지는 것은 투자자들의 허탈한 모습이다.
이에 반해 먼 장래에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에도 발전속도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기술의 발전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변한다. 과거에는 100년 넘게 걸리던 기술적 성취가 현재에는 10년 이내에 달성된다.
현재의 발전속도에 매몰돼 급격하게 발전하게 될 미래의 모습을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 커즈와일은 “사람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고, 먼 장래에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갈파한다.
먼 미래의 기술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매의 눈으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움직임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대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그 트렌드에 투자할 때 비로소 커다란 성취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눈을 크게 뜨고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에 몰두하는 스타트업 컴퍼니들을 살펴보라. 시작은 비록 미약하지만 그들 스타트업 컴퍼니들을 통해 새로운 시대, 새로운 트렌드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온갖 노력 끝에 시작하는 사업이나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열거나 혹은 기존 기업에 접목될 때 비로소 커다란 투자의 기회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 하상현 우리투자증권 지점장 (정리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