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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사회적 불안에 노출되는 젊은이들의 ‘슬픈 초상’

하이트진로 청담사옥 하이트컬렉션, 2월 7일부터 ‘미래가 끝났을 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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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5호 안창현 기자⁄ 2014.02.10 14:01:21

▲이양정아, ‘300/20 프로젝트’ Cement, Dimensions variable, 2011-2012

서울에서 300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집의 면적을 촬영한 사진 7점이 전시장에 걸렸다.

이양정아 작가의 ‘300/20 프로젝트’는 서울에서 보증금 300만원과 월세 2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찾는 프로젝트로, 한국에서 부동산이라는 가치 체계이자 경제 지표를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결정된 삶의 조건들과 지표들에 개인의 삶이 평가되고 가치 매겨지는 관계를 역전시켜 이를 다시 자신의 방식으로 재평가하는 작업을 시도하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장 벽에 걸린 300만원으로 구입 가능한 면적의 사진은 부동산 가치를 물리적인 공간으로 환산하고 이를 다시 사진의 형식을 통해 미술의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

하이트진로 청담사옥에 위치한 하이트컬렉션은 2014년 첫 전시로 젊은 작가들이 주축이 된 ‘미래가 끝났을 때’전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 ‘미래가 끝났을 때’는 국내에도 근래 번역된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의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의 1장 제목을 인용한 것으로, 비포는 이 책에서 당대 자신의 눈에 비친 1977년의 상황과 2014년 현재의 상황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보경, ‘여름휴가’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 15 min, 2013



▲강정석, ‘야간행’ HD, 16:9, stereo, 44min 38sec, 2013


1977년은 가속화된 산업화로 인해 자본과 노동자 간의 갈등이 빈번하고 정보기술의 도약이 시작되고 있던 해였다. 37년이 지난 지금도 정보산업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반면, 모두가 삶에 대한 불안정성을 껴안고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미래가 끝났을 때’는 이탈리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한국의 불안정하고 모호한 현재, 37년 전의 젊은 세대였던 지금의 기성세대가 쌓아온 시간 속의 ‘오늘’을 여전히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과 생각을 보여준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선정의 방식 또한 전시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2월 7일부터 5월 1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선배 작가 김홍석과 박찬경, 안규철, 오인환, 정서영, 정연두의 추천으로 선정된 11명(팀)의 후배 작가 강정석, 김다움, 김동규, 김실비, 로와정, 서보경, 이병수, 이양정아, 정승일, 최윤, 함정식이 참여한다.

이들은 88만원 세대, 삼포족, 이태백 등과 같은 신조어들이나 사회의 일방적인 시선이 현재 자신들의 세계를 규정짓는 상황에 공통적으로 문제의식을 느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소재로 작업하면서 자신들의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친구들과 겨울 야산을 오르며 지난 10년 동안의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지만(강정석 작가의 ‘야간행’), 그 삶의 경험은 또래 친구들 누구나 겪었을 만한 것들뿐이다. 학업, 아르바이트, 군대, 연애 같이 반복되는 사건들은 개인적인 삶의 경험이라기보다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과정으로 보인다.

▲함정식, ‘터벅터벅’ Video, 1 min 13 sec, 2010


37년 전 이탈리아와 한국, 그 과거와 현재

이번 전시의 출품 작가들에서 보여지는 젊은이들의 삶이란 대개 이렇게 사회적 조건과 구속에 휩쓸려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하고 유령 같이 배회하고 있다. 마치 한 사람의 걸음걸이를 시간대를 달리하여 촬영한 후 좌우를 반씩 이어 붙인 영상(함정식 작가의 ‘터벅터벅’)과도 같은 삶이라고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느낄지도 모른다. 분리된 두 다리가 만나기도, 어긋나기도 하면서 우스꽝스럽지만 제법 그럴 듯한 걸음걸이는 겨우 삶을 지탱하고 힘겹게 앞으로 나가는 모습으로 보인다.

‘미래가 끝났을 때’전은 오늘날을 ‘살아내는’ 젊은이들의 초상은 어긋나 있던 것들이 만나면서 하나가 되는 듯 하다가 금방 무방비 상태로 사회적 불안에 노출되는(서보경 작가의 ‘여름 휴가’) 표정을 짓고 있다고 말한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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