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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 미래칼럼]이제는 행복의 지혜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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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6호 구병두 건국대 교수⁄ 2014.02.17 13:02:21

재물이 많을수록 더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아닐까. 재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만족할 수 없는 까닭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욕심을 잘 드러내는 고사성어 가운데 ‘동가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이 있다. 이는 옛날 중국의 한 고을에서 유래한다.

이 고을에는 굉장한 부자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곱게 자란 처자가 있었다.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에서 부모의 구미를 당기는 혼처가 무척 많이 들어 왔다고 한다. 그러자 식구들은 머리를 맞대고 신중을 기하여 신랑감을 골랐다. 마지막에 두 청년을 두고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이유인 즉, 동쪽의 혼처는 일등 신랑감으로 장래가 몹시 촉망될 뿐만 아니라 외모도 준수하였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집안 살림이 넉넉지 못하였다. 반면 서쪽의 혼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부자였으나 장래성과 외모는 동쪽 청년에 비해 열등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양친은 고민 끝에 최종 선택권을 딸에게 일임하였다.

처자는 몇 날을 두문불출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고민을 거듭하였다. 아버지가 딸에게 결정하였냐고 묻자, 딸은 ‘동가숙서가식’이라 대답하였다. ‘잠자리는 동쪽의 멋진 신랑과 하고 밥은 서쪽의 부잣집에서 좋은 반찬에 먹겠다’는 한없이 황당하고 무계하지만 인간의 원초적 욕심을 그려 낸듯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욕심을 묘사한 또 다른 고사성어로 득농망촉(得曨望蜀)이 있다. 이는 중국 역사상 최초로 통일을 이룬 진나라의 시황제에 이어 두 번째로 통일을 이룬 후한(後漢)의 광무제가 전선의 사령관인 잠팽(岑彭)이 농나라를 공격할 때, 그에게 보낸 편지에 “사람은 만족할 줄 못하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미 농을 얻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금 촉을 얻기를 바라고 있다. 군대를 동원할 때마다 이로 인하여 머리카락이 희어진다.”라고 한 것에서 유래한다. 동가숙서가식과 같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욕망은 과연 인간만의 전유물일까. 아프리카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원숭이를 사냥할 때 나무상자 안에 원숭이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잔뜩 넣어 놓고 원숭이의 앞발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구멍을 뚫어 나무에 매달아 둔다고 한다.

원숭이는 나무상자 속에 있는 먹이를 발견하고 이게 웬 떡인가 하며 작은 구멍에 앞발을 넣고 먹이를 쥐고 꺼내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주먹은 빠지지 않는다. 물론 먹이를 포기하면 앞발을 빼서 목숨을 건질 수 있지만 결국 먹이에 대한 탐욕과 집착으로 인해 인간들의 먹이가 된다.

부를 많이 축적한 사람들 중에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막상 부자가 되어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의 저자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되면 부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줄 알고 있다. 행복도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오직 부를 축적하는 일에 자신의 행복을 담보하는 어리석은 삶을 사는 것이다.
혹자는 행복은 진리의 그림자이기에 진리를 찾으면 바로 그 옆에 행복이 있다고 하였다. 이에 따르면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진리를 탐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진리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만큼 자신이 투자를 하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이 자신의 소중한 행복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는가의 성찰이 행복의 지혜를 얻는 단초임을 인식할 적기(適期)이다.

- 구병두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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