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당의 대표가 이른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제안해 주목받고 있다. 새해부터 참으로 반가운 기자회견이다. 그러나 그 반가움에 마음까지 선뜻 가지 않는 것은 왜일까? 그간 많은 시도들이 있었고 신년벽두부터 많은 정치인 및 정당이 정치개혁과 정치쇄신의 기치 아래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개혁의지들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안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과거‘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국회통과 여부이다. 이 법안은 당시 스폰서 검사를 포함한 일부 공직자들이 직무상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청탁이나 금품을 받아 기소되었음에도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지면서 이를 경계하기 위한 의도였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되면 공직자는 물론 국회의원들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받게 된다.
당시에도 김영란 국가권익위원장이 제안한 원안이 후퇴된 채 국무회의를 통과해 핵심이 빠졌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를 보완한 야당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려는 열의가 높았다. 그러나 국회통과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법안의 행방이 자못 궁금해진다.
국회의원의 특권에는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 이외에도 직무수행에 여러 가지 편의가 제공된다. 이를 흔히 특권이라 부르는데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평생연금, 일부직업을 제외하고 겸직 가능, 연 2회의 해외시찰, 본인을 포함 가족의 국회 의료시설 이용, 이미 많은 기관에서 사라진 가족수당 지급, 의원 1인당 인턴을 포함 9명의 직원 채용, 차량유지를 위한 유류지원비, 공항귀빈실 이용 등이 있다.
이런 특권 외에도 보이지 않는 특권도 있다. 물론 극히 일부 의원과 의원 보좌진들에 의해 행해지는 것들이다. 소관 상임위 정부부처 및 관련 기업체 및 기관들로부터 받는 편의와 지원(국정 감사 시즌에 인터넷 등에 공개적으로 공지돼 있는 자료조차 보좌관들이 정리하기 않고 정부부처 및 기관에 정리해서 보내달라는 것 등) 이 있다.
이 모든 편의의 유지를 위해서는 국민세금이 소요된다. 그러기에 의원들은 본인들의 의정활동에 보다 신중히 그리고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의정활동은 다르다. 지정 주차장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해외에 나갈 때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의원사무실 한 켠에 마련한 간이침대에서 쪽 잠을 자면서 정책보좌관도 없이 밤낮으로 일한다. ‘우리는 언제?’라는 의문과 부러움이 밀려온다. 필자가 몰라서 그렇지 우리나라도 이런 의원들이 꼭 있을 것이다.
절기상 입춘이 지났다. 따뜻한 봄의 문턱으로 넘어가듯, 우리의 정치인들도 국민들 가슴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넣어 줬으면 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엔 그 진정성을 믿어보고 싶다. 정략적 발언이 아닌 진정,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나온 결단이기를 말이다. 국회의원이란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국민을 위한 임시직임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국회의원이 가진 특권은 의정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역민을 위해, 더 나아가서는 국민을 위해 보다 편하게 일을 보라고 주어진 것이다. 그래서 좋은 정치를 하고, 훌륭한 정책을 입안하며, 국정을 잘 살피라고 국민들이 마련해 준 속 깊은 배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유용재 동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