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리서치센터 탐방]주가상승과 경기회복,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
선진국과 이머징의 온도차,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주목해야
『미국 경기둔화 우려와 테이퍼링(양적완화 점진적 축소)에 따른 신흥국 금융위기 대두 가능성 등의 영향에 따라 세계 각국의 증시가 요동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해 수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지만, 연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전반적인 경제 전망에 대한 급격한 변화 가능성보다는, 각종 경제지표들의 방향성에 주목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는 것이 증시의 변동성이다. CNB저널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유수의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탐방하면서 단기적 변화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기보다는 연간을 기준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석과의 전망을 제시해왔다. 이번호에서는 김성욱 SK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올해 경제와 증시 전망에 대한 분석내용을 상세히 들어봤다.』
김 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트렌드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모양을 띨 것으로 보인다. 지금 수준에서 10% 가량 오른 2250선이 상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주가의 상승과 실질적인 경제 회복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경제가 회복되는 하반기로 갈수록 주가도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말 코스피 밴드를 1890~2250으로 제시했다.
김 센터장은 또 미국의 테이퍼링에 대해서도, 그만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소의 충격이 있더라도 회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는 오는 2015년까지 저물가와 성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골디락스’ 영역에 접어들게 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이러한 온기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뿌리는 수출에 있다. 따라서 성장률보다는 무역에서 나타나는 교역량 지표를 더욱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성장률과 교역량 관계에서 나타난 변화를 살펴보면, 성장률의 두 배 수준이었던 교역량이 성장률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체감 경기가 위축된 탓이 컸기 때문에 회복의 속도가 더딘 측면이 있었다. 1990년 이후 평균인 3.6%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저성장이 화두가 됐던 이유는 이러한 교역량의 해석을 통해 가능하다.
올해 이후 미국 경제는 중장기적인 레버리지 사이클을 재개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간 DSR(Debt Service Ratio, 가계의 레버리지를 나타내는 비율)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군살빼기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이미 중장기적인 레버리지 사이클로 복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한 자동차 판매와 총 고용자수를 감안하면 회복탄력은 둔화될 가능성도 엿보이기는 하지만,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교역량의 변화에 주목해야
지난 2008년 이후 미국의 총 해고자는 약 900만 명이었으나, 지난해 9월까지 760만 명이 일자리로 돌아와 85%의 회복율을 보였다. 올해 역시 월 15만 명씩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에 상반기에는 해고자들이 모두 일자리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의 인건비가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나, 개인들은 임금 상승의 협상력과 안정적 소비를 갖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경기 회복을 주도했지만, 가계 부문이 새롭게 경기 회복의 주체로 추가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지난해 10월 이후 리커창지수(전력생산, 철도운송량, 대출)가 둔화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분기별 성장률의 격차 역시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어, 지난해 성장률 상단과 하단의 차이가 0.3%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다. 이에 따라 경제지표를 통한 성장률 흐름으로는 중국 경제의 모멘텀을 찾기가 어려운 국면이다. 또한 최근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그림자금융 규제 강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춘절 전후로 금리가 급등했던 패턴에 주의해야 하고, 경제지표보다는 금리 추이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가 정체국면을 벗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글로벌 교역량을 살펴야 하고, 그 핵심은 유럽의 흐름이 개선되는 것에 있다. 전 세계 수입의 12.7%를 차지하는 미국에 이어 7.1%의 비중을 가지고 있는 EU가 회복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럽 각국의 자국 내 제조업 육성 정책이 교역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요인이었던 유럽이 (+)로 돌아선 효과가 점차 확인될 것이다. 6개월 가량 선행하도록 설계된 EU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6월 이후 기준선을 상회하기 시작했으며, 한국 수출은 지난해 2%에서 올해에는 7%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일본에 주목…한국은 원화강세 우려
지난해에는 그리스의 기초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됐다. 아울러 여타 유럽 국가들의 기초재정수지 역시 적자폭이 축소되는 과정에 있다. 기초재정수지는 이자수입과 보전수입을 제외한 순수 재정수입과 순수 재정지출의 차이며, 이는 복지지출 등으로 국가채무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선진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지표로, 이미 누적된 국가의 채무에서 발생되는 이자비용을 지출에서 제외함으로써 재정안정을 위한 현재의 노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유럽 각국의 이자부담을 포함한 재정수지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지만, 자금 유입의 모멘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20년 넘게 지속된 장기 불황에서 탈출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물가 반등 여부에 주목해야 하고, 소비와 투자 확대 추세가 지속되는지, 그리고 대출 증가와 자산 가격 상승의 순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한다. 일본 물가는 이미 소비세 인상을 반영하며 (+) 반등으로 돌아섰다. 아울러 가계의 대출 역시 늘고 있어 디플레 국면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장기 불황에서 탈출한다면 일본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이러한 경기 회복의 모습은 엔화 강세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약세 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최고 수준의 경상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원화에 대한 강세 압력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확대가 달러 공급 확대의 주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재정협상이 지연되고, 테이퍼링이 완만하게 진행되며, 유럽 경기 반등으로 달러 강세의 속도는 예상보다 완만할 가능성이 높아 그리 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원화강세가 지속되면서 연중 1000원을 하회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올해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지역별 매력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경기와 주가의 장기 전망은 모두 긍정적이나, 당장의 추가적인 상승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이고 국채금리가 상승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은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크고, 기초재정수지의 개선 등 재정긴축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나, 3분기까지 은행권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럽 자금이 밖으로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은 엔화 약세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20년 장기 불황을 탈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신흥국의 경우엔 당장의 외환 위기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게 보더라도, 정정 불안 및 올해 거의 1년 내내 크고 작은 국가에서 예정된 선거와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 등으로 매력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반기엔 수익률 관리, 하반기는 공격 준비
김 센터장은 투자전략에 대해 “올해는 글로벌 경기가 자생적 회복 국면에 진입하면서 전체 3.6%의 성장이 예상되고, 지난해 2.9% 대비 경기 개선 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진국, 이머징 모두 지난해보다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기방어 업종보다는 경기민감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세계 은행의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3.0%에서 3.2%로 상향 조정됐다. 특징적인 부분으로는 선진국 성장률이 2.0%에서 2.2%로 상향 조정됐지만, 이머징은 5.6%에서 5.3%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선진국 경기가 상대적으로 이머징 경기보다 견조할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올해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기업 실적의 개선이 예상된다. 그러나 실적 개선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과도하게 높은 상황으로 코스피지수에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센터장은 “원화 강세, 엔화 약세 등 불리한 외환시장과 상대적으로 부진한 이머징 경기를 고려할 때,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코스피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큰 특징으로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선진국과 이머징의 온도차, 그리고 미국의 테이퍼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을 고려할 때, 경기민감 업종이 경기방어 업종보다 견조한 모습이 예상된다. 핵심은 이머징 경기의 상대적 부진과 테이퍼링에 따른 영향으로 상품 Play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또 업종별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이므로 경기민감 업종 내에서도 소재, 산업재 업종 보다는 소비재 업종에 관심을 두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김 센터장은 조언했다.
상반기에는 이머징 경제지표가 중국을 중심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미국 테이퍼링 확대에 따른 영향으로 글로벌 자금이 이머징 자산에 공격적으로 유입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 원화 강세, 엔화 약세 등 외환시장의 불리한 조건과 기업 실적 하향 조정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수익률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지표의 안정되는 모습이 확인되고, 이머징 경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선진국 대비 이머징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며 글로벌 자금의 비중 확대가 기대된다.
-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