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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종의 공공미술이 미래다]공공 프로젝트 병폐,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의 빚은 ‘생명의 다리’ 캠페인…사람에 대한 이해가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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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7호 장수종 이도공간연구소 MetaSpace MediaLab 연구소장⁄ 2014.02.24 11:23:52

지난주 12일 부터 사흘간에 걸쳐 ‘HCI KOREA 2014’가 사단법인 한국HCI학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공동 주최로 강원랜드에서 ‘공감의 근원’이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로 25번째를 맞이하는 ‘HCI KOREA’는 정보통신과 디자인, 예술 그리고 인문 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업체들이 모인다. 업체들은 사용자 경험과 서비스 디자인 그리고 사용자 반응을 중점적으로 연구 개발한다. 자유로운 상상을 공유하고 연구 발표를 통해 융합과 복합의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이번 모임은 협업 차원을 넘어 정보통신 기술과 사용자 중심 디자인 그리고 문화예술 활동을 통섭하려는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목표로 한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관심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키노트 섹션에서 연설자로 나온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인지과학과의 명예교수이자 카이스트 초빙교수인 도널드 노먼은 ‘Design of Everyday things, Revised and Expanded for the 21st century’라는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사람,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인간의 감각과 감성적인 측면에 대하여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고민을 하였을 때 사용자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다.” 우리사회가 인지하지 못하는 공공 프로젝트의 병폐에 대한 새로운 개선점을 제시했다.

얼마 전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방영된 ‘생명의 다리’ 캠페인에 대해 “생명 구하려 만들었지만 오히려 투신자가 늘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 캠페인은 2013스파이크 아시아에서 옥외 부문 그랑프리와 미디어 부문 금상, PR부문 금상을 포함해 총 10개의 상을 받았다.

자살 방지 라이팅과 희망의 전화 그리고 따뜻한 문구를 통해 한강에서 자살률이 가장 많은 마포대교를 중심으로 기획됐다. 단순히 공익광고 차원을 넘어 공공디자인과 공공미술의 경지에까지 도달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무척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공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살 방지를 위해 구제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캠페인으로 인해 자살률이 늘었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많은 이해당사자들은 어차피 자살할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든 자살이라는 선택을 시도한다고 본다. ‘생명의 다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서울시장에 대한 언론의 음해 전략일 수 있다는 이유로 캠페인의 사용자 경험에서 파급되는 다각적인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자살할 사람은 자살한다는 가정을 가지고 프로젝트가 출발했다면 애초에 그런 캠페인을 왜 시작했는가에 대한 질문은 필연적일 것이다. 사용자 디자인적 이분법적인 정치적인 논리로 해석해 이견을 외면하는 것은 해당 사항에 대한 논점을 벗어난 무책임한 회피에 불가하다고 볼 수 있다.


공공디자인은 신상품 출시가 아니다

물론 에밀 뒤르켐의 주장대로 자살의 이유는 사회적인 원인에 있고 늘어가는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서 개인이 사회 속에 있음을 느끼게 하는 국가적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명의 다리’ 캠페인은 기본적으로 마포대교에서 특히 급증하는 자살율의 구체적인 억지 방법에 그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마포대교 난간에 부착되어 있는 ‘잘 지내지?’, ‘밥은 먹었어?’, ‘말 안 해도 알아’ 그리고 이어지는 ‘하하하하하하하’등 문구들은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며 얼마나 자살률을 감소시킬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우리가 힘든 일을 겪은 상황에서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말 안 해도 알아’라고 말을 걸어오면 우리는 어떠한 반응을 할 것인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년)처럼 쿨하게 받아들일 것인가? 캠페인 대상자인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의 극단적 심리 상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가 결여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공공 캠페인은 대상에 대한 무자각적인 폭력성을 내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단순히 업계 관계자들과 나름 행복한 일상을 사는 시민들과의 공감을 위한 캠페인이라면 이견이 나오기 힘든 훌륭한 공공 캠페인이다. 하지만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하는 사람들이 이 캠페인의 수혜자라면 자살 방지 문구 선택에서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어느 디자인 종사자분이 소셜네트워크에 댓글로 올린 글귀가 우리사회에서 진행되는 공공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공공디자인이 사용자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치 신규시장에 진출하는 신상품과 같은 성공 빈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공정책이나 디자인을 하고나면 반드시 성과를 거두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만, 난간에 글귀를 적은 후에 자살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설치 전에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 장수종 이도공간연구소 MetaSpace MediaLab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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