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도 무수한 정보가 쏟아지는 최첨단 정보통신시대에 공자의 말을 원용하는 것이 새삼스럽다. 그렇지만 특히 논어의 첫 문장은 그 어떤 시대를 살고 있다 해도 곱씹어 볼 만한 명문이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우리는 ‘학습’이라는 단어를 그저 배운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학’은 배우는 것이고 ‘습’은 이미 배운 것을 곰삭게 하는 과정이니 결국 학습이란 스스로 배운 것이 자신의 사색과 경험칙을 통해 내면화하는 총체적 과정이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이 아니라 습이다. 지식이 사유를 통한 내면화 과정이 없다면 그것은 죽은 지식, 자기 것이 아닌 지식이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테크놀로지의 폐해에 대한 통찰력으로 현대 정보사회의 구루로 칭송받는 니콜라스 카의 경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즉 인터넷에 의한 검색과 연결로 인해 인간은 스스로의 사색을 통해 깊고 넓게 사유하는 방법을 잊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포드자동차에 적용된 테일러 시스템이 있다. 과학적 관리법이라고도 하는 이것은 인간의 행동과 시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효율성 및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것 때문에 현대의 대량생산 및 대량소비 체제가 가능하게 됐다. 니콜라스 카는 이 테일러 시스템이 우리의 육체에 피해를 준 것처럼 구글로 대표되는 인터넷이 우리의 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리하면 인터넷이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찾아줌으로써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인간의 집중력과 사색 능력을 쇠퇴시킨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백하기를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의 사고방식이 파편화됐다고 한다. 톨스토이를 읽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몰두하는 능력과 깊게 생각하는 능력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이다. 짧은 시간 내에 원하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보는 파편화된 것으로 이것이 진정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 정보들을 서로 교직해 연결해야 한다. 더 나아가 그 정보가 갖는 숨겨진 의미를 통찰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습’의 과정, 즉 사색을 통해 사유하고 이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