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호 장수종 Meta Space Media Lab 연구소장⁄ 2014.03.10 13:12:48
최근 국립미술관이 국내 아트페어 작품을 거액을 들여 일괄 구입하기로 결정해 미술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유례가 없는 국가의 선행이다. 요즘 유럽에서는 ‘비트코인’의 열풍을 넘어 ‘오로라코인’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아일랜드의 기업가 ‘발데르 오딘슨‘은 돈이 나오는 권력을 국민에게 이관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상화폐 ‘오로라코인’을 지난 2월 내놨다.
이 신생 가상화폐는 3월 25일 전체 생산량 가운데 절반을 33만 아이슬란드 국민에게 나누어줄 예정이었다. 오로라코인은 비트코인, 리피에 이어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법정 화폐를 대신해 새로운 경제권을 만들려는 대담한 시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실 ‘라이트코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가상화폐는 다른 가상화폐와 기술적으로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오로라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들이 ‘오로라 코인’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자신들의 컴퓨터를 보탠 이에게 그 대가로 준다는 것이다.
즉 국민 스스로 화폐를 만들고 쓰도록 해 중앙정부가 독점한 화폐 발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 서구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실험되어 오던 공공예술의 한 장르였던 점은 잘 모르고 있다.
사실 1960년대 이후 서구사회에서는 예술로서 개인과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파급됐다. 요셉 보이스는 ‘모든 사람은 예술가’라고 주장했다. 고정된 예술 개념을 거부하고 모든 사회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의 창의력을 예술의 기본가치로 내세웠다. ‘삶과 예술의 조화’를 가치로 내걸고 기존의 예술과 문화, 사회제도에 반대하는 반예술적, 반문화적인 전위운동은 공공미술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코드다.
공공미술을 경제적 시각으로 보지 말아야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미술도 사실은 어려운 기교로 가득한 장식미술에 대한 반발에서 태동됐다. 화이트 큐브로 대변되는 갤러리 문화도 마담이 좌지우지하던 살롱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확산됐다.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 공공미술도 사실 미술관 제도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항거로 모색되어 왔다.
우리에겐 단지 값비싼 비디오 아트로 알려진 백남준도 사실 급격히 부상하는 과학기술과 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고찰을 자행하던 플럭서스의 중요 멤버였다. 그 작품 활동의 본질은 쓰나미처럼 일방적으로 다가오는 광고 미디어의 폭력에 대한 시민의 각성이었다.
개념미술과 공공미술 그리고 미디어 아트는 사실 장식적인 기교에 함몰된 예술의 허영과 작별하고 일상의 실천을 통한 사회적 예술로 거듭나고 있다. 동시에 물질위주의 사회의 변혁을 주창하며 공공장소를 전유하며 학생들을 선동해 프랑스에서 6월 항쟁을 촉발시키던 상황주의자들과 그 개념을 같이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인문학적으로 공공미술 연구가 심층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형식적 이벤트나 단순한 선심성 전시행정으로 간주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효과만 부각되어 공공미술의 본질은 상당히 왜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