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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남홍]원색의 현란함으로 생과 사를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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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9호 박현준⁄ 2014.03.10 13:15:37

▲남홍 작가


한국이 알아주지 않아도 한국에 묻히고 싶은 화가 남홍.

어릴 적 할머니께서 대보름날 한지를 불태우며 가족의 행복을 빌던 장면을 떠올리며 작품에 접목해 콜라주 작품을 하거나 퍼포먼스를 펼쳐 프랑스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화가 남홍(이남홍,58). 그는 플로랑스 비엔날레에서 대통령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이미 프랑스에서는 유명인이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유럽 작가들도 일생 한번 참여하기 어렵다는 파리16구청 전시에 두 번이나 초대되어 개인전을 개최한 남홍의 작품은 소더비 경매에서도 이미 최소 500만 달러로 작품이 낙찰될 정도로 세계 화단이 주목하고 있으나 고향인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다. 

어릴 적부터 그림에 재주가 많았던 남홍은 집안 내력과도 무관치 않다. 한국에서 높은 인지도가 있는 서양화가 이강소와 조각가 이강자의 동생이다.

남홍은 빨강·진홍·노랑 등 화려한 색깔로 모든 사물이 살아 움직이듯 현란한 감흥을 주는 두껍게 올린 아크릴 화와 불에 탄 한지와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콜라주 기법을 선보인다.

▲산에는, 130x196cm, acrylic, metal, pigment, plastic on canvas, 2008



▲불사조, 162x130cm, acrylic, pigment, metal, burned Korean paper on canvas, 2007


그녀의 작품 주제는 주로 산, 봄, 나비, 비상이며 이의 생성과 해체의 과정을 눈앞에서 생생히 지켜보는 듯 한 열정적인 터치로 표현한다. 소멸의 과정 또한 태운 한지를 활용하는 등 모든 인류의 공통적인 문제인 삶과 죽음을 한국적 정서로 풀어낸다.

남홍은 프랑스에서 생활하고 그림을 그리지만 ‘한국의 문화, 이렇게 아름답다’ 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공연에서는 꼭 장구를 들고, 창을 한다.

외국에 산 기간이 더 길지만 죽어서는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남홍 작가가 그렇게도 전하고 싶었던 우리 문화는 어떠한 형태일까?

그녀는 “30여 년간 이어왔던 작품 활동을 스스로 거울 앞에 비추어 보듯이 자신과, 가족과, 나라에 대한 깊은 사랑과 감흥의 설렘을 작품에 모두 담았다”고 강조 하면서 간간히 눈시울은 붉히기도 했다

남홍을 잘 모르지만 우연한 기회에 몇몇의 자료를 접한 것이 전부다. 자료만으로서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비평한다는 것은 잘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전시 서문을 거절하지 못한 것은 파리에서 보내온 그녀의 자료집에서 남다른 감흥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작가의 작품 원작이 아닌 복제 이미지를 통해 작가와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된다. 그렇다면 이미지를 대상으로 한 글쓰기도 전혀 불가능 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현장비평을 중시하는 나로서 지금껏 용납하지 않았던 방식이다.

▲빛과 나비, 196x130cm, acrylic, pigment on canvas, 2007


작가들의 로망 ‘파리16구청 전시’에 두 번 초대

그럼에도 복제시대에 넘쳐나는 시각이미지들 자체에 대한 인상을 따라 글을 적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자료에는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정보와 친절한 해설 그리고 자료를 구성하는 작가의 기획력에 이르는 또 다른 세계가 담겨 있다. 이러한 세계는 작가의 실체를 구성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통념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중략)

남홍의 작업에서 전달되는 일련의 메시지는 대략 “삶과 죽음의 순환에 대한 성찰”로 요약된다. 그의 작업은 거대한 캔버스 위에 뿌려진 거친 행위의 흔적과 그 위를 떠도는 이름 모를 기호들, 끝이 타버린 말은 종이로 조형된 저부조의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꽃피우는 삶, 81x100cm, acrylic, burned Korean paper, collage on canvas, 1997



▲비상, 148x200cm, acrylic on canvas, 2007


아울러 그는 춤과 퍼포먼스를 통해 삶과 죽음이 서로 상호 작용하며 종교적 부활을 상기시키는 일에 몰입하기도 한다.

남홍의 그림은 끝없이 이어지는 만물들의 순환을 암시적으로 표상하고 춤과 퍼포먼스 역시 순환의 고리를 환기시키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비상, 81x100cm, acrylic on canvas, 2008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나비 이미지나 촛불로 그을린 캔버스 그리고 불에 타 재로 변하는 종이들은 모두가 생성과 존재 그리고 소멸로 이어지는 생명의 사이클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남홍의 예술적 노정에 대해 프랑스의 비평가 파트리스 드 라 페리에는 ‘생의 탐색’자라 평하고 있다. (중략)

남홍의 ‘생의 탐색’이 전통적 의식을 둘러싼 보편적 죽음과 부활 사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면, 쿠사마 야요이의 ‘절대적 고독’과 같이 생명과 사랑과 나이듬에 대한 성찰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 글·김영호 미술평론가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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