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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 정연두 작가]크레용팝 응원하는 ‘팝저씨’의 열정

태평로 삼성미술관서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 로 관객과 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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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0호 왕진오⁄ 2014.03.17 13:55:56

▲팝저씨들의 추리닝으로 설치한 작품 앞에 정연두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CNB=왕진오 기자) 미술계의 키다리 아저씨,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마법사 ‘드림위버’로 불리며 판타지를 통해 우리 현실의 삶을 직시하게 했던 작가 정연두(45). 그가 별 볼 일 없는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무대와 로댕의 ‘지옥의 문’을 들고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라는 타이틀로 3월 13일부터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진행하는 개인전을 통해서다.

가상현실과 대중문화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전시장에 펼쳐놓은 정 작가는 “’우리가 이해한 만큼 자신이 이해를 못한 거’라는 대학원시절 교수의 질문을 되새기며, 사전 지식이 내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 같다는 의문에서 다양한 매체를 가지고 작업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전시장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크레용팝 스페셜’은 걸 그룹 크레용팝을 위한 전용무대다. 조명과 함께 큰 볼륨의 음악이 나오지만 무대는 텅 비어있다. 무대 옆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반주에 맞춰 크레용팝을 응원하는 ‘팝저씨’들의 함성이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팝저씨들은 그들의 노래하는 모습보다는, 젊은 가수들이 성공을 위해 추리닝을 입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대한 아저씨들의 무한 열정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독특함이 묻어난다.

“크레용팝 보다는 아저씨들로 구성된 팝저씨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아저씨들의 감동과 열정이 내가 꿈꾸었던 키다리 아저씨의 접근 방식보다는 엄청 큰 것을 느끼게 됐다. 50명이 모여 응원하는 모습을 촬영했는데 전율이 대단했다.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무대를 통해 외치는 목소리 너머의 공명에 의미를 뒀다.”

▲정연두, 크레용팝 스페셜, 2014. 사진 = 삼성미술관


팝저씨들은 단순히 여자 아이돌에 열광하며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삼촌 팬과는 달리, 무명시절부터 현재의 스타 자리에 오르기까지 현장에서 크레용팝과 함께 땀 흘리고 응원하며 다져진 부성애와 전우애로 무장한 충성스러운 후원자들이다.


일본 시각장애인의 열정에서 영감

팝저씨들은 스스로 안무 영상이나 무대 옆을 장식하는 수많은 의상과 소품을 제작하고 공유하면서 크레용팝을 통해 성공의 열망을 충족시키고 대리만족 한다. 더 나아가 스타를 매개체로 창의성을 발현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위안과 해방감을 찾는다는 점에서 키다리 아저씨와 연관성이 크다.

‘크레용팝 스페셜’이 화려하고 함성이 가득해 무엇인가에 대한 부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면, ‘베르길리우스의 통로’는 외형적으로는 작품의 존재는 미미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간 군상의 핵심 모습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플라토의 글래스 파빌리온에 상설 전시된 ‘지옥의 문’ 앞에 3D 영상기기를 통해 바라보는 ‘베르길리우스의 통로’는 로댕의 ‘지옥의 문’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상들을 실제 모델로 재현한 가상의 조각 작품이다.

작년 일본에서 체류하던 중 만난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보이지도 않는 자신의 일상을 매일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정 작가는 수개월에 걸쳐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모델을 섭외해 ‘지옥의 문’에 있는 수많은 인물들을 촬영해 하나씩 완성했다.

▲정연두, 베르길리우수의 통로. 사진 = 삼성미술관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번만큼 신나고 힘들고 무거웠던 적은 처음이다. 작가로서의 중압감과 팝저씨들의 신명 사이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초기 대표작들인 사진과 영상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서울 동부에 위치한 상록타워 주민 32가구의 이상적이고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촬영한 ‘상록타워’, 일본 도쿄 긴자의 명품숍 직원들과의 어색한 만남을 기록한 ‘도쿄 브랜드 시티’등이다.

또 다양한 소수자가 거주하는 미국 뉴욕 6구역에서 행인 한 명 한 명을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비추고 촬영해 마치 애니메이션같이 합성한 ‘식스 포인츠’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된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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