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아쉬움, 안타까움과 희망 속에 지켜본 2014소치동계올림픽이 17일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018년 평창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폐막했다. 총 15개 종목의 98개 경기가 치러진 이번 동계올림픽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결과를 떠나 많은 걸 느꼈다.
불운으로 인해 노메달에 그친 우리나라 남자 쇼트트랙 선수와, 메달 행진을 이어간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얼굴이 교차되며 묘하고 어색한 감정이 가슴을 때렸다. 홀대이니, 혜택이니, 파벌이니 하는 빙상연맹과 안 선수 와의 일은 차제해 두고서라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조국의 선수들, 한 때는 한 솥밥을 먹었던 아우들과 다른 국기를 가슴에 달고 경쟁을 해야 하는 그의 가슴은 피맺힌 한(恨), 바로 그것이었으리라. 그 진실이 어떻든 간에 다가올 올림픽 개최지 평창에서는 다시는 우리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의 논리나 이해관계 속에 상처받고 꿈을 접어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평가의 공정성 논란 속에서도 의연하고 담대한 모습을 보여준 김연아 선수는 여왕으로서의 품격과 성숙된 의식 그 자체였으며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세계인의 영원한 피겨여왕이었다.
이번 올림픽에 안타까움과 아쉬움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희망도 함께 볼 수 있어 기뻤다. 그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봅슬레이, 루지, 컬링 등 비인기 종목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결과를 떠나 스포츠 그 자체를 즐기며 좋아하는 선수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김현기, 최흥철, 강칠구 선수…. 2009년 영화 ‘국가대표’ 로 우리들에게 친숙해진 스키점프 선수 이름들이다. 이들의 경기를 영화 속 화면이 아닌 실제 경기장에서 지켜 볼 수 있어 참으로 반가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직도 이들만이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필자의 마음이 조금은 어두워진다. 여전히 그 기반과 지원이 당시 영화의 인기와 흥행에 못 미치고 있다. 씁쓸한 현실이다. 우리나라 스키점프 역사의 산증인이자 선수들의 스승인 최돈국 해설위원의 말에 따르면 영화 상영 이후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비인기종목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한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는 당초 예상했던 금메달 4개 획득, 3회 연속 10위권 달성이라는 목표 달성은 실패했으나 지금까지의 어느 동계올림픽보다도 참으로 의미 있고, 기쁨과 희망을 함께 누린 대회라 평하고 싶다.
이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으로 돌아가 앞으로 4년간 오늘의 올림픽 이야기와 교훈은 까맣게 잊은 채 살아갈지 모른다. 그러다 다시 올림픽이 개막 할 때쯤 모두가 동계스포츠 전문가나 해설가가 되어 다시 한 번 어설픈 비평과 독설로 올림픽에 대해 입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