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리더들이 “말(부하직원)을 물가까지 데려갈 수는 있겠지만, 말에게 억지로라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일부 리더의 경우에는 말을 물가까지 데려가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고민은 결국엔 리더십으로 귀결되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리더십에 대한 이론과 사례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정작 ‘리더십의 부재’라고들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과연 효과적인 리더십은 무엇인가?
호랑이는 배가 부르도록 고기를 먹어야 한다. 만약 굶주리게 되면 사람도 잡아먹는다. 매는 배를 곯려야 길들일 수 있다고 한다. 배가 부르면 멀리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더십도 조직이나 구성원의 사정과 속성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리더가 무조건 몰아붙이기만 하거나 포용만 해서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독수리가 양쪽 날개로 날듯이, 리더도 ‘냉정’과 ‘온정’의 양 날개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어느 하나만 있으면 결국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두 관계가 ‘선택(or)’이 아니라 ‘양립(and)’으로 균형을 이룰 때만이 비로소 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은 “진정으로 강한 리더들은 일사불란한 규율로 조직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직원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휘어잡을 줄 안다. 또 부하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도 안다”면서 “아울러 부하들이 업무 시에는 긴장감을 갖게 하고, 때로는 리더가 미워지도록 모진 마음으로 통솔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믿고 따를만한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리더를 가장 존경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조직은 놀이터가 아니다. 조직은 목표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책임을 지는 자세와 올바른 방향제시가 이뤄져야 하고, 부하직원에게 피드백을 냉정하게 적절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더가 열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즉 리더 자신의 자질, 부하직원들의 개개의 특성과 조직의 상황 등으로 인해 좌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리더십 트렌드를 보면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소프트 리더십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지난해에는 리더의 소통과 공감능력에 관한 내용이 대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번쩍번쩍한 영향력이 중시되기도 한다.
김 소장은 “리더가 이러한 리더십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리더십 효과의 전제에는 ‘상황’이란 괄호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면서 “마치 물 아래에서 바쁘게 발을 움직이는 오리를 물 위에서 관찰한 것처럼, 이론 뒤에 숨어있는 치열한 현장에서의 프로세스가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하를 전사(戰士)처럼 강하게 성장시켜야
많은 리더들이 교과서 속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가운데,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몸에 꿰어 맞추려다 오히려 얼치기가 되어 실패를 했다는 고백을 많이 한다. 이에 김 소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리더들이 상황을 전제하지 않은 단면적인 ‘리더십 만병통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단언한다. 리더의 영향력은 권위적인 명령만으로도, 애걸과 영합만으로도 얻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비타민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향소이지만 비타민만 먹어서는 건강이 유지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권력, 신뢰, 소통력이 잘 버무려져야 리더와 조직 구성원이 하나가 되어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역설했다.
리더인 당신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꿈꾸고 있는가? 직원들이 친근한 상사를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김 소장은 “실제로 대부분의 직원들은 마치 친구 같은 착한 리더를 싫어한다. 보고서를 대강 작성해도 싫은 소리 한번 안하는 리더에게서는 배울게 없기 때문이다”며 “그보다는 제대로 안하면 닦아세우고, 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고, 못하는 이는 잘할 때까지 차별대우하는 매정한 리더를 더 따른다. 리더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매운 상사살이도 인내력을 발휘하며 버티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은 이러한 ‘진실’을 외면한 채 그저 유행 따라 착한 리더, 재밌는 리더가 되려고 한다. ‘친구 같은 리더’를 꿈꾸다가 권위도 카리스마도 없는 ‘만만한 친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부하를 맥없이 전사(戰死)시킬 것인가? 아니면 부하를 뛰어난 전사(戰士)로 만들 것인가?
강하고 활기찬 조직을 만들려고 할수록 더욱 규율과 군기가 바로서야 한다. ‘펀’ 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우스웨스트의 축제문화 이면에는 강력한 전사(戰士)의 윤리가 있다. 회사가 요구하는 규율을 위반하면 가차 없이 퇴출시킨다. 소프트 리더십의 대가일수록 이면에는 강한 규율과 저돌적인 추진력을 겸비하는 법이다.
김 소장은 “조직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부하를 전사(戰士)로 강하게 성장시키려면 착한 리더가 되지 말고 강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면서 “강한 리더란 권력을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실전전략을 추진하고, 공평한 리더보다는 공정한 리더가 되어 신뢰를 구축하며,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통제하는데 능숙한 사려 깊은 리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리더보다 ‘그래도’ 리더가 되라
김 소장은 리더의 유형을 크게 독한 리더, 착한 리더, 강한 리더 등 3그룹으로 구분한다. 독한 리더는 독단적 성향으로 부하의 미움을 받는 ‘전제군주형’ 리더다. 착한 리더는 인정에 쏠려 부하의 호감만 얻고자 하는 ‘순둥이’ 리더다. 그렇다면 강한 리더는? 부하를 성장시키고 조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상황에 맞춰 독한 리더와 착한 리더 사이를 균형 있게 오가는 리더다.
강한 리더와 일하는 부하들과, 싫은 소리 한번 할 줄 모르는 착한 리더의 부하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언어습관의 가장 큰 차이가 ‘그래도’와 ‘그런데’다.
강한 리더의 부하는 “우리 사장님 정말 독해. 지난번 프로젝트 말이야, 밤새며 해야 했다니까. 정말 힘들어 죽겠어”라고 하다가도, 잠시 생각하고는 “그래도 이번 일을 통해 회계 처리하는 법은 확실히 배웠어. 어디를 가도 이제는 겁나지 않을 것 같아. 다른 건 몰라도 일에서만큼은 확실히 배울 만하다니까”라고 마무리한다.
반면 착한 리더의 부하는 “대강 해서 보고서를 올렸는데 별말 없더라고, 한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십년감수했다니깐. 정말 우리 사장님 사람 하나는 참 좋아”라며 칭찬을 하다가도, “그런데…”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얼마 후 그를 만나보니 다른 회사로 옮겼다. 왜? 한마디로 ‘배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지독한 상사살이에도 인내력을 발휘하게 돼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약은가. 당장은 힘들어도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면 야근도, 주말 근무도 기꺼이 버텨낸다.
김 소장은 “부하 직원에게 리더란 성장력의 자원이다. 즉 배울게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무골호인 착한 리더는 다만 사람이 좋으니 겉으로 뭐라고 말은 못하고 그저 조용히 제살 길 찾아 떠날 뿐이다”면서 “자기 앞가림 할 줄 아는 전도양양한 부하직원이라면 만만한 ‘친구형’ 리더와 어깨동무하기보다는, ‘형님형’ 강한 리더에게 시달리면서 단련 받고 싶어 한다”고 언급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부하직원들이 기획안을 보고하면 수백 번씩 퇴짜를 놓았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기획안은 점차 완성도를 높여갔으며, 결국에는 전세계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최고의 혁신제품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부하직원 입장에서 보면 처음에는 울고 들어갔지만 나올 때는 환한 미소와 함께 뿌듯한 자부심이 넘치는 결과를 얻게 된 것.
강한 리더는 성과를 창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추구하는 용맹함과 주어진 상황에서 한 단계씩 발전시켜 해결점에 도달하는 성실함도 갖추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부하직원의 성과와 목표에 대한 기대를 체크하고 피드백을 해준다. 기존 업무방식을 바꾸거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효과를 확인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비전과 미션을 명확하게 천명하고 규율을 엄격히 시행해 상과 벌을 분명히 한다. 응원과 격려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업무능력이 탁월하지 못한 리더의 응원은 공갈빵이요, 별무신기다. 무능한 리더가 아무리 ‘위하여’를 연창해도 소용이 없다. 조직에 ‘하면 된다’는 열기를 불어넣으려면 리더에게 이를 리드할 능력이 있음을 부하직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당면한 문제의 해결방법과 목적지를 안내할 방법을 제대로 아는 리더라고 인정받을 때 부하들은 비로소 리더를 진심으로 따를 마음을 품게 된다.
강한 리더의 힘…업무력과 관계력이 결합
실제로 직원들은 어떤 리더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할까? 최근 조사에 의하면 전문성이 뛰어난 리더(46.9%)가 1위로 뽑혔고, 부하직원의 의견을 경청해 적극 수용하고 이해시키는 리더(46.2%)가 2위, 업무에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나 지인 등 인맥이 풍부한 리더(44.1%)가 3위에 올랐으며, 업무성과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 리더(41.7%)가 4위였다. 하나같이 ‘업무력’이 뛰어난 리더들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리더십 상향 평가 점수에서 낮은 점수가 나와 부하직원들에게 배신감을 느낀 적은 없는가? 술 한 잔의 소통이 부족한 게 원인이라며 다시 한 번 점수를 만회하겠다고 헛된 판단을 내린 적은 없는가? 그 이유는 술 한 잔을 덜 기울여서가 아니라, 업무력이 관계력을 따라가지 못해서다. 아무리 가까운 척해도 리더는 가까이 하기엔 기본적으로 ‘거리가 있는 당신’일 수밖에 없다. 같이 한 잔하며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는 밖에도 많다. 하지만 업무에 대해 매섭게 틀어쥐고 한 수 가르쳐 줄 리더는 직장에서 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리더가 업무력과 관계력을 같이 가질 때 비로소 강한 힘을 발휘한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은 수많은 전쟁에서 이겼다. 그러나 이기고 난 뒤에는 양보했다. 중요한 것은 이기지 않고 양보하면 질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는 리더와 부하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능력과 권력을 갖춘 절대강자인 리더가 양보하고 배려하게 되면 놀라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또 평소에 기념일을 챙기고 단합대회 열면서 살갑게 굴던 리더가 업무회의 때 안면몰수하고 다그치게 되면 부하직원들은 리더에 대해 상당한 거리감이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핵심을 놓친 채 이벤트에 몰입하다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된 경우다. 따라서 우선 부하직원들이 핵심을 꿰뚫게 해줘야 강한 리더인 것이다.
구성원에 대한 리더의 기대치가 높으면 최상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단, 여기에는 리더가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다. 리더의 능력이 탁월해야 부하직원을 훌륭히 성장시킬 수 있고, 그래야 그들에게서 최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리더의 리더십 발휘는 권력, 실력, 신뢰에서 나온다. 직원들은 자신에게 잘해주지만 도움은 안 되는 ‘짝퉁’ 리더와, 자신의 직무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상담을 청하며 의지할 수 있는 ‘명품’ 리더를 칼같이 구분한다. ‘사람도’ 좋아야 의지하게 되는 것이지, ‘사람만’ 좋아서는 결정적 순간에 오히려 농락당하기 십상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도 좋은 리더는 ‘나를 믿고 같이 하자’는 책임감 있는 행동과 함께 올바른 방향제시를 하는데 반해, 사람만 좋은 리더는 올바른 방향제시도 제대로 하지 못할 뿐더러 책임은 오히려 부하에게 떠넘기는 행동을 하는 경향이 많다.
김 소장은 마지막으로 “착한 호감형 리더가 되기보다는 강한 고성과형 리더가 되어야 한다. 부하가 일할 맛 나게 하는 리더는 술 잘 사주고 응원만 해주는 리더가 아니다”면서 “부하가 리더에게 원하는 것은 술도 밥도 아닌 ‘성장력’이다. 자신의 자산이 될 커리어를 쌓도록 성장시켜주는 리더, 이것이 부하가 리더에게 기대하는 핵심이다”고 조언했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 학력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 경력
리더십 스토리텔러(동양고전 융합 등)
세계일보 CEO 인터뷰 전문기자
현대해상화재보험 정보시스템 담당
- 저서
<강한 리더>
<성공하는 CEO의 습관>
<하이터치 리더>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