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오랜 시간 바라본 버려진 건물들의 이미지를 담은 작품을 가지고 ‘Boulevard, Boulevard'란 타이틀로 4월 2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김우영의 작품은 마치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물감으로 그려낸 정물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붓으로 그려낸 것이 아니라, 장시간 노출을 통해 빛으로 그려낸 사진들이다.
사진으로 한국에서 이름을 떨치던 김우영이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사막, 바다, 햇빛, 공기 바람과 같은 원초적인 자연이 가까이 있고 버려진 공장지대가 그대로 있는 기이한 풍경지대인 핀란에서 주변의 도시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다.
“미국이란 곳이 자본주의의 정점 같다. 사막에 버려진 공간들이 새로운 생명과 함께 시간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김우영이 아시아인으로서 자본주의 끝자락 같은 것을 느끼며 사진으로 기록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번 전시는 제가 데뷔하는 마음으로 ‘도시’가 주제인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작가주의 풍경을 담아보려 했죠"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무채색과 수평의 날카로운 선만으로 도시의 부분임을 짐작할 수 있다. 태양의 빛은 건물 틈 사이를 뚫고 나와 어둠 안에서 네온 불빛처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몇 개의 선을 제외하고 그림자로 덮여있는 벽면과 바닥은 같은 톤의 색과 질감으로 섬세한 변주를 보인다.
벽면을 표면으로 나뭇가지나 도시의 부분들이 그림자로 반영된 비구상 회화의 화면 같은 사진도 보인다. 길 건너 편 정면으로 포착된 그리스, 중세 건물 같은 사람의 흔적 없는 옛 공장은 사라져 버린 것을 기억하게 하는 시간의 신비함을 드러내고 도로에 수직의 화려한 색의 날선 수평선은 현재의 현란한 흔적들을 담아내고 있다.
사진 속 화려했던 영광을 상징하는 페인트가 칠해진 벽면은 시간에 따라 태양의 빛과 함께 다양한 질감을 드러낸다.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한 낮, 해가 질 무렵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른 감각으로 경험된 테크닉으로 조절되어 자연의 색감을 보여준다.
김우영의 사진은 낭만적인 노동시대의 선과 악, 영광과 상처, 진실과 거짓, 삶과 죽음, 희로애락의 감성을 실재 공간을 통해 포착한다. 그리고 빗물질의 빛과 그림자의 교차를 통해 근원적인 유와 무를 표현해 실제로 움직이는 이미지처럼 보이게 하여 보는 이들을 매혹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