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3호 김원식 현대증권 지점장⁄ 2014.04.07 13:58:37
주식시장이 뚜렷한 등락 없이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박스권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011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2년이 훨씬 넘도록 1720P~2050P 밴드에 머물러 있음은 사실이다. 이 소극적인 행보에 지겨워진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떠나고 남아있는 이들도 뭔가 획기적인 재료가 나타나기를 갈망하고 있지만 증권의 역사에 비춰 이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대나무의 마디처럼 증권시장을 더욱 강력하게 떠받칠 수 있는 것은 세계대전 같은 대규모 전쟁이나 압도적인 신기술의 출현인데 이러한 획기적인 사건이 나타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다지 크지 않다.
메가트렌드가 부재한 상태에서 향후 시장은 자잘한 움직임을 거듭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비록 메가트렌드는 부재하더라도 작은 규모의 트렌드는 늘 존재한다. 이것만 파악해도 우리는 훌륭한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다.
우리들 불완전한 인간에게는 악습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현재를 비난하고 과거를 찬미하는 것이다. 심오한 판단능력과 위대한 삶의 경험을 가진 인간조차도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위대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인간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다. 인간은 과거를 찬미하고 발 딛고 있는 현재를 비난하기 때문에 그 현재의 연장선상에 놓인 미래는 아예 예상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방치해놓은 그 미래는 서서히 그리고 단호하게 우리를 위협하며 다가오고 있다.
사실 미래에 대한 감각은 어느 정도 모순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미래가 어떤 모습이 될지 사실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현재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내디딜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확신과 그 확신을 뒷받침하는 노력은 잿빛 전망을 화사한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자 실천원리이다.
주식투자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원칙에 의한 단호함이다.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냉정하게 손절매하고 반면에 상승 모멘텀에 올라탄 종목은 묵직하게 움켜쥐고 있는 단호함, 그것이 투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행동원칙이다.
하지만 대개의 투자자들은 그것과는 정반대로 한다. 10%의 손해가 나는데도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붙들고 있다. 혹은 상승 모멘텀에 접어들어 비로소 상승이 시작된 종목은 꾸준히 보유하지 못하고 재빠르게 수익실현에 나선다. 수익은 적은 반면 손실은 큰 투자자세이다.
모든 이에게 현실은 버겁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다. 더욱 불행한 것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그 조건을 스스로 바꿀 수조차 없다. 따라서 현실은 견뎌내야 하는 것이고 미래는 대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투자가 쉽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사기꾼이거나 엉터리이다.
어렵고 불투명하지만 그럼에도 미래를 예측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긍정적인 미래를 위한 실천원리이다. 불확실한 미래의 긍정적인 전망을 위한 노력인 것이다. 미래는 결국 노력과 실천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원식 현대증권 지점장 (정리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