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3호 이진우 기자⁄ 2014.04.07 14:05:32
『현대사회는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를 거쳐 이미 지식사회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 부의 원천이 되는 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이었다면, 미래에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부의 원천이 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지식사회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영 방법의 하나인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은 지식을 창출, 저장, 전이, 적용하기 위해 조직에서 개발한 일련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말한다. 그리고 지식경영은 환경에서 학습된 지식을 조직 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통합시킴으로써 조직의 역량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BH(Beautiful Human)성과관리센터의 김경민 센터장은 “조직의 발전을 위해 리더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란, 모든 조직구성원들이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지식경영이 조직의 전반에 뿌리내리고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두 사람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서로 교환한다면 그 두 사람의 지식은 배로 증가하면서 가치도 올라간다. 이렇듯 지식을 공유하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식을 독점하지 않고 서로 공유하려는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존중받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식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조직 내에서 지식을 서로 공유(Sharing)하는 것에 있다. 조직은 지식의 공유를 통해 리더십을 올바로 세울 수도 있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형성함과 아울러 지식경영 프로세스를 구축해서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지식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조직문화가 정착됐을 때 비로소 조직 발전이 진정으로 이뤄질 수가 있으며, 조직구성원들이 그렇게 행동했을 때에는 조직 내에서 당당히 존중받고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리더를 비롯해 모든 조직구성원들 간에 서로 신뢰가 싹터있어야 한다.
김 센터장은 “하지만 지식의 특성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공유하기보다는 오히려 독점하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아는 것이 힘이다’는 격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식과 정보는 각 개개인의 자산이자 경쟁력의 밑천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면서 “특히 누군가가 오랜 경험을 통해 어렵사리 노하우를 얻었다면, 그는 아마도 이와 같은 피 같은 노하우를 아무에게나 쉽게 공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조직구성원들이 그들의 땀의 결정체인 노하우나 지식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기까지는 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시간도 상당히 걸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식경영의 해답…현장에서 찾아라!
후아유 매장의 한 계약직 판매사원 A씨의 아이디어가 돋보인 적이 있었다. 그는 상품을 판매한 뒤에 고객들로부터 교환이나 환불 및 반품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보니, 고객들이 해당 매장에서 구입했다는 상품들이 사실상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받은 것인데, 그것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거나, 그다지 필요치는 않아서 교환이나 반품 등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수증으로 인해 고객과의 갈등이 커진다는 데 있었다.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선물을 받을 때 선물한 사람으로부터 영수증까지 받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선물 받은 상품을 교환이나 환불, 반품 등을 할 때 해당 매장에서 발행한 영수증이 증빙 자료로 제시돼야 하는데, 이것이 없어 결국에는 고객과 판매직원 간의 갈등이 유발된 것이었다.
A씨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다가, 본사 전산실에 영수증을 발행할 때 일반 영수증 외에 선물용 영수증을 추가로 발행이 가능한 지에 대해 문의했고,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A씨는 정식으로 본사에 건의했다.
이후 후아유는 전산시스템을 개선해 영수증을 발행할 때 고객에게 선물용인지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가격이 표시되지 않은 선물용 영수증과 일반 영수증 2장을 고객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선물을 받은 고객이 교환 등을 하면서 선물용 영수증을 제시하면 업무가 깔끔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고객과의 갈등이 줄어드니 업무 효율도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
김 센터장은 “지식경영은 사실 거창한 이슈가 아니다. 비록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조직의 생산성을 얼마든지 높일 수가 있고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면서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식은 멀리 있지 않다. 또한 학식이 높은 사람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만이 지식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며 열심히 관심을 기울이면 지식경영의 객체는 널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이랜드그룹 계열의 2001아울렛 유통라인의 축산파트에서 있었던 사례다. 삼겹살이 인기 상품인 정육코너에서 일하는 주임 B씨는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삼겹살을 더 잘 팔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전에는 시간을 정해놓고 호객행위를 통해 매상을 올리는 전략을 추진했지만, B씨는 이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축산 MD에게 삼겹살은 수분에서 맛이 결정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삼겹살의 두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즉 어느 정도의 두께일 때 가장 맛있는 상태의 육즙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실험을 거듭한 결과, 일명 ‘6mm 삼겹살’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삼겹살이 이 두께일 때 가장 맛있다는 것을 직접 시식을 통해 경험적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6mm 삼겹살’은 2001아울렛 정육코너에서 최고의 인기상품이 됐으며, 그 매출 역시 51%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얻게 됐다.
김 센터장은 “이런 사례가 발견됐을 때 리더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이것을 하나의 지식으로 축적해 전사적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면서 “이러한 지식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등 확산하다보면 다른 곳에서도 여러 다양성이 접목되면서 그 지식의 가치는 더욱 배가돼 조직의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경영 분야는 다양하며 확대가능하다
대기업에 화장품을 납품하는 다미화학도 지식경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화장품의 액성을 강화해주는 원료로 주로 쓰이는 ‘비타폴 용액’을 생산하고 있다. 비타폴 용액의 생산과정은 여러 분말을 물과 섞어 슬러지(침전물) 상태로 만드는 것인데, 이는 비이커 통에 깔때기를 얹은 후 그 위에 종이필터를 올려 적합한 배합으로 분말을 섞고 물을 부으면서 일정한 속도와 온도로 잘 저어줘야 한다. 그리고 두 명이 2시간 동안 작업을 해서 2리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생산 근로자 C주임은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비타폴 용액의 생산과정에서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일정 시간 사용하면 가격이 꽤 비싼 종이필터를 지속적으로 교환해줘야 하는 것과, 또 하나는 V자형의 깔때기를 사용해서는 걸러지는 용액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C주임은 일단 깔때기의 표면적을 넓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한 업체에서 U자형의 타원 모양의 깔때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서는 이 새로운 깔때기의 밑면적이 필터링이 가능하도록 설계한다면 종이필터를 교환하는 수고를 덜 수도 있다는 것까지 발전했다. 결국 밑바닥이 타원형을 이루는 필터를 아예 개발함으로써, 기존의 생산량에서 개선 후에는 2시간에 한 명이 4리터를 만들 정도로 생산성을 대폭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얻게 됐다.
김 센터장은 “다미화학에서 컨설팅을 하면서 지식페스티벌을 제안했다. 지식페스티벌은 1년에 한 번 정도 전 임직원들이 모여서 각각의 담당 분야에서 있었던 성과 사례들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서로 공유하고 격려해주는 축제의 장이다”면서 “이러한 이벤트는 특히 소규모의 기업들에서 실시할 때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중소 규모의 기업들을 컨설팅할 때에는 반드시 지식페스티벌을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동대문에서 숙녀복을 생산하는 ‘빌드’라는 회사는 패션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위해 숙녀복을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출발한 회사였다. 그런데 이 회사의 생산방식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즉 원단이 표준화가 되지 않아 각 공장마다 주문한 옷과 다른 재질의 옷이 만들어지기 일쑤였다.
어느 날 공장을 방문한 D디자이너는 이런 현실에 직면한 뒤 고민을 거듭한 결과, 빌드만의 스왓지(원단 샘플)에 번호배열표를 부여해 각 공장에 생산을 주문할 때 스왓지의 번호배열표를 알려줌으로써 어느 공장에서든 동질의 옷이 생산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센터장은 “지식경영이 실패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아이디어에 포상하는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그저 좋은 아이디어에 포상만 하고 정작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면서 “아이디어에 포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실행한 결과에 대해 포상하는 것이 오히려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고 밝혔다.
지식경영은 실패 사례에서도 배운다
이랜드그룹의 인적자원관리를 담당하는 H사업부에서 실제 있었던 사례로, H사업부는 급여처리 행정 간소화 방침에 따라 각 지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잡급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엑셀로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다. 주어진 양식에 아르바이트 직원의 시급을 입력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되도록 설계된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본사에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엑셀을 이용한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지만, 각 지점의 인력관리를 하는 점장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무척이나 어려운 시스템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회사 차원에서는 스텝부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부서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이 급여처리 행정 간소화 방침은 곧 철회될 수밖에 없었다. 조직 내에서 부분 최적화에 집중한 결과가 결국 조직 전체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던 실패 사례가 됐다.
또 다른 실패 사례로 모 성형외과에서 상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지식경영을 도입했으나 결국 실패로 귀결된 경우다. 일반적으로 성형외과의 수익은 상담실장의 역량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래서 그들은 연봉도 매우 높고 인센티브도 센데다 헤드헌팅 업체의 주 타겟이 되면서 이직률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 성형외과의 E원장은 이러한 업계 관행에서 탈피하고, 또 전략적으로 안정된 병원 경영을 위해서라도 상담실장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이를 매뉴얼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상담실장들의 지식경영나눔’ 모임을 만들었다.
E원장은 2주마다 상담실장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노하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이것들을 지식화 하려고 했으나, 상담실장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노하우를 오직 자신만이 소유하려고 하는 경향이 그들 사이의 묵인된 관행이었던 것을 E원장은 간과했던 것이다.
이후에도 그들은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졌으나, 사람들은 그저 뜬구름 잡는 얘기나 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노하우는 전혀 내놓지 않았다. 결국 얼마 못가서 모임은 흐지부지됐고 지식경영의 성과는 저 멀리 달아나고 말았던 것이다.
김 센터장은 “특히 전문가 그룹일수록 지식의 공유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조직의 입장에서 이걸 용인하기 시작하면 지식경영이 확산되지 못할 뿐 아니라, 상호간에 오히려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리더가 지식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솔선수범의 자세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내놓고, 이를 조직 구성원들과 공유해 나가면서 각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그들이 가진 지식과 노하우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김경민 센터장 = 이랜드그룹의 지식경영 관리자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십여 년간 인사와 교육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7년에는 <헤럴드경제>가 지정한 교육 분야에서 한국을 빛낸 20인으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300개 이상의 기업 경영 현장에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CBMC대학 성과향상팀에서 경영자학교, 직장리더학교, 직장인학교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디렉터이기도 하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을 대표하는 교육센터를 통해 중국, 인도 등에도 교육의 혜택을 전하기 위해 열정을 아낌없이 쏟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성과를 향한 새로운 출발, 직장인학교>와 <성공의 숨겨진 비밀 피드백>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성공하는 개인과 조직의 비밀에 대해 “우리를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드백입니다”라고 강조한다.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