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 선정 전시]갤러리 바톤 ‘이진용 개인전-TRUNK | 68㎡’
▲‘TRUNK_PSB5017SF’, 캔버스에 오일, 145x200cm, 2014.
이진용 작가는 대단한 수집광으로 동서양의 오래된 책, 가방, 악기, 카메라, 타자기부터 보이차, 침향, 화석 등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와 풍미가 배가되는 수만 점의 물건을 수집한다. 특히 정신과 물질을 담는 매체인 책과 가방이 주는 아름다움과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시간에 작가는 매료되었다.
갤러리 바톤에서 4월 15일부터 5월 24일까지 진행하는 이진용 개인전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회화에 몰두하면서 집중해온 대상들, 가방과 책에 대해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회화적 변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주의에 대한 작가의 독창적인 접근과 해석을 더욱 구체화했다.
이번 전시의 대표적인 작품인 26점의 회화를 결합하여 구성한 회화 연작 ‘Trunk Series’는 작가의 내밀한 의식에만 존재하던 가방 이미지를 캔버스에 정교히 구현하여 전시장의 대형 벽면(68㎡)에 설치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모든 회화 작업이 책이나 가방 등 실제 모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그의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수십 년간 수많은 책과 가방, 그 안에 스며있는 시간과 가치를 관찰하면서 작가가 쌓아 온 기억과 물리적인 감촉, 이미지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의 회화적 구상화” 작업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려냄으로써 외양의 기계적인 묘사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수 있고, 이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연마해온 예술적 기교를 온전히 사물의 본질, 즉 보편적이고 영원불변한 핵심의 구현이라는 작가적 이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회화적 접근은 묘사된 책과 가방의 외형 너머에 존재하는 어떤 본질에 대한 탐구와 예술적 기교를 이상적으로 결합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극사실주의에서 한 발 나아가 작가의 본질주의적인 태도를 이번 전시에서 엿볼 수 있다.
- 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