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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나트륨 줄이기가 만든 ‘새로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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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5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2014.04.21 13:17:45

식품의 나트륨 줄이기가 전 세계적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 나트륨 과다 섭취가 혈압을 높이고 뇌졸중 발병 위험률을 높일 수 있다는 학계의 보고가 상식화 되면서 산업계가 여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나트륨 섭취를 성인 1일 2.0g(식염으로 1일 5g) 이하로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2g 이하인 곳은 없다.

작년(2013) 영국의학지(BMJ)에 발표된 세계 지역별, 국가별 나트륨 섭취량에 대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가장 낮은 섭취량을 보인 아프리카지역이 평균 2.5g/d 수준이고 유럽은 3.7g, 북미지역은 4.0g, 동아시아 특히 한중일과 같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고소득 국가들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8g/d로 조사되고 있다. 이것은 전 세계의 산업화된 국가들의 나트륨 섭취량이 WHO 권장량의 2배 또는 그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트륨의 급원은 식염이므로 각 나라마다 식염의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지난 2∼3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벌여 가정과 음식점에서 소금의 사용을 줄이고 가공식품에도 식염의 농도를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40년 전부터 나트륨 줄이기를 시작하여 가공식품에 저염 표시를 하는 제품들이 출시되었다. 식당에서도 저염 메뉴가 등장하였다. 그러나 저염식품들은 맛이 없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이들 제품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그 대신 식염 농도는 낮추되 짠맛은 그대로 유지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세계의 곡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길(Cargill)은 최근 다양한 특수 소금제품을 출시했다. 예를 들면 소금 결정체의 표면적을 넓힌 박편소금(Flake Salt)을 만들어 소량을 넣어도 짠맛을 크게 느끼게 하여 나트륨의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모톤솔트(Morton Salt)사도 다양한 결정구조를 가진 특수소금을 나트륨 저감화 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2013년도 미국 식품박람회(IFT Expo)에 이들 나트륨 저감화용 특수 소급제품들이 다수 출품되었다, 이제 소금도 국내에서 만든 천연소금보다는 나트륨 저감화를 위해 세계적적인 대기업들이 만든 특수소금을 우리 식품업체들이 수입해 쓰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일본인 의사 곤도 마코토가 쓴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1998년 일본 후생성이 전국적으로 조사한 고혈압에 해당하는 혈압 기준치는 160/95mmHg 이상이었다. 그런데 2000년에 어떤 확실한 이유도 없이 기준치가 140/90mmHg로 떨어졌다. 1998년의 기준치를 적용했을 때 고혈압이 있는 일본인은 1600만 명이지만,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37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고혈압 환자가 되는 것이다. 기준치를 낮춘 결과 1998년에 악 2000억 엔이었던 혈압 강하제 매출이 2008년에는 1조 엔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근접할 수 없을 정도로 낮게 책정된 WHO의 나트륨 섭취 권장량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극히 제한된 표본조사에 의존하는 24시간 뇨중 나트륨 배설량에 근거한 기준이 합당한지, 생리적인 대사요구량 이외에 소금이 가지는 식품영양학적 기능이나, 나라마다 다른 식사패턴에 따른 나트륨 대사 요구량의 차이가 고려되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식물성 식품 섭취가 많은 한국인의 나트륨 요구량 또는 내성(tolerance)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WHO가 정한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세계 기준보다 2배 이상 많은 양을 먹는다고 국민을 겁주는 행동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건강을 위해 과도한 식염의 섭취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기준이나 저감화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우리 전통식품의 가치를 훼손하고 외국의 제품에 의존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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