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 경쟁력이다]조직의 리더십, 가정의 리더십
한국리더십센터 원경림 전문교수 인터뷰
『일반적으로 인류 사회는 크게 국가, 기업, 가정이라는 단위의 유기적인 집합체로 구성된다. 그리고 보통 우리가 리더십이라고 하면 주로 국가와 기업에 속해있는 리더를 대상으로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가정이 이러한 논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가정도 엄연히 하나의 조직체이고, 반드시 가장인 리더가 존재하며 나름대로의 질서와 운영방식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정에서의 리더십은 어떻게 발휘되어야 하고, 가장의 영향력을 통해 가정을 변화시키고 혁신함으로써 행복한 가정을 추구해 나갈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한국리더십센터 원경림 전문교수는 “가정에서 발휘되는 리더십의 모습은 일반 조직에서의 리더십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가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다소 있을 뿐이다”면서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리더를 비롯해 조직구성원 모두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아울러 행복한 조직생활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가장을 비롯한 가족 모두가 추구하는 목표를 이뤄내고, 또 행복한 가정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을 꿈꿀 것이다. 따라서 가정에서도 무엇보다 가장의 리더십이 바로 서야 한다. 이런 가장의 영향력을 통해 가족 모두가 올바른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하고, 서로 존중함으로써 진정으로 행복한 가정을 추구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원 교수는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문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진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진로에 대해서 흔히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로는 누구든지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방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 이직 등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나아가야 하는 선택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진로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가정에서의 리더십의 출발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워킹맘 A씨의 아이의 진로에 대한 고민
최근 청소년 진로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선택을 가만히 살펴보면, 영어를 잘하면 문과로 수학을 잘하면 이과를 선택하고, 또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면 의대나 법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런 선택이 본인이 스스로 원해서 택한 것일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데, 이것은 대개의 경우 본인이 받은 결과에 따른 선택일 뿐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은 진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어떤 결과를 받아든 후에 그 결과에 따라 결정하지 말고, 어려서부터 진로에 대한 얘기를 지속적으로 소통함으로써 목표의식을 가지고 미리 진로를 선택하는데 필요한 준비를 하라고 제시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청소년 진로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아이들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바로 그 아이의 부모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부모들은 이러한 부분을 간과해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례로 강남 대치동의 한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가 있다. 대치동의 교육 열기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어머니의 치맛바람과 아버지의 사회적 영향력이 아이들의 진로에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치동에 살면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워킹맘 A씨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딸의 진로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바깥일을 하느라 딸에게 관심을 집중하지 못하는 미안함과 함께 자신의 딸이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닌지 여러 모로 고민이 많다. 대치동 인근 카페는 대개 9시에 문을 연다고 한다. 그 이른 시간에 문을 여는 이유가 자녀들이 학교에 간 이후에 시간이 많은 엄마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다니며 서로 진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란다.
▲원경림 교수가 ‘부모리더십’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나름대로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진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아이들의 진학을 위해서라면 모든 열정을 쏟아낸다. A씨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그들의 모임에 열심히 쫓아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얻은 사교육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빈틈없는 계획을 짜서 딸에게 제시한다. 그녀의 딸 역시 엄마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그곳에서는 하나의 자연스런 문화로서 형성돼 있는 것 같다.
원 교수는 “원래 부모가 자녀의 진로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정상인데, 이 사례에서 보면 부모와 아이의 대화는 단절돼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대안으로 자녀의 진로 선택의 문제를 사교육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자녀들은 진로 선택에 대해 수동적으로 임하게 된다. 그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는 부모가 아니라, 서로 공감하는 친구이거나, 학원가에서 영향력이 큰 선생님이 될 수도 있으며, 우상으로서의 연예인 등이 되는 것이다. 결국 진로 선택의 중요한 문제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영향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리더십…자녀와는 파트너십을 가져야
원 교수는 자녀의 진로 선택의 문제에 대해 자녀가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녀가 스스로 진로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의 지적수준을 높여주고 성찰능력을 키워서 결정을 스스로 내리게 하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를 사교육 현장으로 내몰고는 의무를 다했다고 자위한다. 하지만 사교육을 통해서는 결코 자녀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다. 앞서 진로의 문제는 평생을 걸쳐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부모 역시도 진로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한 청소년 자녀들에게 부모가 롤 모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와 파트너십을 나누는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자녀와 파트너가 되어 함께 뛴다는 의미는, 자녀에게 목표를 던져주고 아이가 밤늦게까지 공부할 때 옆에서 함께 있어주는 것이 아니라, 진로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함으로써 방향을 잡아주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의 문제는 위에서 예로든 진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든지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의 현재의 삶 자체는 과거 어느 시점에서 결정했던 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에게 선택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리더십이요, 이것은 자녀와 파트너 관계를 형성할 때만 가능해진다.
아울러 올바른 선택을 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이런 능력은 오랜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은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선택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급하게 처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자녀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방향성을 그르치게 돼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조직의 리더에게 필요한 것…부모리더십
원 교수는 “아이들은 결국에는 그들의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마련이다. 친구나 선생님, 좋아하는 연예인 등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엔 대부분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면서 “부모와 자녀와의 파트너십 관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자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리더십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선택의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사람들은 세 가지의 형태로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수동적으로 따라가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도적인 결정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선택하기를 포기한다. 그리고 어떤 반응을 나타내든지 선택의 문제에 따른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택이라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식화하고 주도적인 삶을 추구해 나감으로써 선택의 확장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결국 선택의 확장이 이뤄지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고, 이를 통해 변화와 혁신의 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와 파트너십에 의한 대화를 하며 자신이 선택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녀는 부모를 롤 모델로 이해하게 되고 스스로의 삶에 책임감을 가지고 선택을 할 수가 있게 된다.
그리고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존중하는 것이다. 자녀에게 수동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에서 탈피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해하게 하고 어려서부터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려면 자녀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사람이 어려서부터 존중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한다면 나중에 그 역시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게 된다. 여기서 존중의 의미는 선택에 대해 단순히 인정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격 전체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존중하라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매우 열악하고 비극적인 환경 속에 놓여 있던 아이들 200여명에 대해 그들이 성장해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를 추적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 통상적으로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신이 자라온 것과 비슷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선입견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약 70~80명의 아이들이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었던 것. 그 원인을 분석해보니 성공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들의 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그들을 믿어주고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일반적인 가정도 어떻게 보면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가정에도 엄연히 리더라고 할 수 있는 가장이 존재하고 그를 중심으로 해서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부모는 자녀에게는 리더와 같은 존재다.
원 교수는 “조직의 리더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는 그저 지시만 내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조직 구성원들을 몰아붙이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면서 “조직에서도 언제든지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모든 선택을 리더가 결정하는 조직에서는 모든 조직 구성원들은 수동적으로 선택을 따라 진로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일시적으로 성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리더는 리더대로 힘들고 조직 구성원들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시켜주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과 시간이 축적돼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을 믿어주고, 무한 신뢰를 보여준다면 불행한 환경 속에서 성장했어도 성공한 아이들처럼 리더가 원하고 조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원경림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학부, 석사, 박사(문학박사)
- 경력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연구원
청담러닝 인재연구소장
경민대학교 전임강사, 사회복지학과장
- 자격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전문강사
Bigger Game Leadership 전문강사
아들러 부모교육 전문강사
-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