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장만 있어도 장밋빛 인생이 보장됐던 때가 있었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이야기였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상 많은 나라도 한 때 대학졸업장 하나만으로 인생이 보장됐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대학졸업자 상당수가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설령 취업을 했더라도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은행에서 대출받았던 학자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느라 여간 고달프지 않다. 그래서 요즈음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라는 상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유태인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그들은 만 13세가 되면 성년식(initiation ceremony)을 치른다. 그때 하객들로부터 받은 거액의 축하금을 부모가 저축해놓았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출발할 때 그동안 보관해오던 통장을 자녀에게 건넨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른다. 그래서 유태인 젊은이들은 ‘돈을 버는 것보다 어떻게 돈을 굴릴까?’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돈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한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동네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지어 눈사람을 만들기에 바빴다. 시린 손에 입김을 불어넣어 열심히 눈을 뭉쳐도 눈사람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이들의 힘으로 눈사람을 만들기에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눈사람 만들기가 너무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하는 아이들도 더러 생겨났다.
그러나 부모들이 웬 만큼 눈덩이를 뭉쳐주면 그때는 아이들 힘으로 눈덩이를 굴리기만 해도 쉽게 큼직한 눈사람을 만들 수 있다. 이를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라 한다. 많은 이들은 돈을 이 ‘눈덩이 효과’에 비유한다.
무일푼에서 돈을 불리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어느 정도 유산을 상속받으면 그것이 종자돈이 된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제법 큰돈을 저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태인에 비해 우리 젊은이들을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있다. 부모로부터 많은 상속을 물러 받아 눈덩이처럼 불리기보다는 커다란 눈사람이 햇볕에 녹아 그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물러 받은 유산을 지키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반면에 성공한 많은 이들은 부모로부터 물러 받은 가난으로 인해 근검절약할 수밖에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 물러 받은 재산이 없으니 형제간에 서로 많이 가지려고 재산다툼을 할 이유도 없어 우애하며 지냈다.
요즈음 우리나라 젊은이들 대부분은 사회로 내딛는 첫 출발부터 학창시절의 학자금에 대한 부채를 안고 시작한다. 오히려 이러한 작금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젊은이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진정한 성공은 남의 도움을 얻어 이루는 것보다는 자력으로 성취했을 때다. 그 성취감 역시 두 배가 된다.
- 구병두 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