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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중 前 SSU 대장에게 들은 ‘세월호 비극’]초기대응이 모든 걸 좌우, 골든타임 놓쳐 대재앙 불러

해난구조 최고 전문가…“특수구조단 갑판에 내려 승객 탈출지시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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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9호 이성호 기자⁄ 2014.05.22 08:56:10


『하염없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라는 어머니의 뒷모습에 대한민국 모두가 울었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보여준 우리나라의 구조시스템은 그야말로 ‘우왕좌왕’이었다. 476명의 탑승자를 구조하기 위해선 한시가 급했기에 신속·체계적으로 나서야 했지만 곳곳에서 답답하다 못한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염일방일(拈一放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독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구하려면 독을 깨 아이를 살려야 한다. 밧줄을 가져와라 사다리를 가져와라 등 갈팡질팡 하다간 기회를 놓친다. 

책임감(?)은 사라졌고 진정성이 결여된 사고대응에 우리는 절망했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였기에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고 무능한 어른들의 행태,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시스템 부재로 인한 분노가 증폭되고 있다.

먹먹한 가슴으로 아무 죄 없이 희생당한 어린 학생들에 대한 추모객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폐부를 찌르는 비통한 마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이들과 탑승객 모두를 살릴 순 없었을까? 커질 대로 커지다 못해 지친 안타까움은 이젠 공허하기만 하다.

전 해군 해난구조대(SSU: Ship Salvage Unit) 대장을 역임했던 진교중(63) 예비역 대령은 세월호 비극은 초기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

성수대교, 서해 페리호, 태풍 매미, 천안함, 그리고 욕지도 근해에서 북한 반잠수정 인양작전(수심 150m로 기네스북에 오름)을 직접 지휘하고 참여한 진교중 전 SSU 대장은 지난 30여 년간 해난구조 분야에 몸담은 최고 전문가다.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될 비극인 세월호 사고. 그의 식견을 들어봤다.』

▲사진 = 연합뉴스


-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세월호 사고가 발생되자 현장에 헬기가 가장 먼저 도착했고 5분 차이로 해경 경비정 P-123이 사고지점에 왔다. 이때 세월호 갑판에 나와 있는 승객이 아무도 없었지만 의심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침몰하려는 배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의구심을 품고 즉각 판단하는 조치가 필요했다.

특히 일반 승객들의 통제구역인 조타실에서 나온 사람들 즉 선장·항해사·선원들을 경비정에 태웠는데 말 그대로 구조만 했다. 이들의 신분을 파악해 현재 배가 어떤 상태이며 승객들에게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서둘러 상황을 인지한 후 다음 구조단계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부문이 없었다.

또 헬기가 현장에 도착해 바다에서 사람들을 건지고 있었는데 이는 할 일이 아니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은 경비정 및 소식을 듣고 달려온 수많은 근처 어선에서 모두 구조할 수 있다. 헬기는 해경의 특수구조단 등을 태워 세월호 갑판에 내려줘야 했다.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단 요원들이 배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고 탈출을 도왔다면 많은 인원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승객들에게 탈출 지시를 안 한 것이 재앙을 불러왔다. 일단 선장이 배 안에서 탈출 지시를 하지 않았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도 승객들의 탈출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 탈출을 지시하지 않은 것이 핵심이라면 왜 못했나.

해경이 이런 큰 사고에 대한 경험이 없었고 통상적으로 하던 인명구조 즉 1~2명을 구조하는 식으로 대처를 한 것 같다. 고의로 탈출 지시를 안 한 것이 아니라 경험 부족과 경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열심히는 했는데 이 ‘열심히’가 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초기대응에서 골든타임 30분을 그냥 흘려보냈다.

▲세월호 침몰 사고 18일째인 3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며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골든타임 30분, 무엇이 문제였나.

모든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골든타임인 30분 이내에 어떻게 조치하느냐에 따라 사고는 대형이 될 것인지 소형으로 가느냐가 결정된다. 골든타임 때 탈출 지시를 안 내린 것이 결과적으로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다.

사고 당일 파고 0.5m이내 시정 20km였다. 주변 어선 50여척이 모여들었고 승객들이 구명조끼(라이프자켓)를 입었으니 바다에 뛰어들었으면 전부 다 살 수 있었다.

또한 헬기 6대가 왔지만 호이스트로 사람만 건져 올리고 있었다. 첫 번째 헬기가 도착시 지금 현장 상황이 어떻다고 본부랑 교신을 해야 한다. 교신을 통해 다음번인 2번·3번 등 헬기가 올 때 필요한 인원과 장비를 싣고 와서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했어야 했다.


- 사고 초기 선체에 올라가서 구조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배가 30도 기울어지면 행동이 불편해진다. 45도로 기울어지면 젊은 사람의 경우 움직임이  가능하지만 노약자는 힘들다. 사고즉시 달려온 P-123정은 불법어로를 단속하는 일반 경비정으로 일반 해경대원이 타고 있었다. 이때 세월호는 40도 가량 기울어져 있었고 한 해경대원이 선체에 올라가 구명보를 발로 차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후 올라가려고 시도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세월호는 선체 길이 146m이며 선폭은 22m밖에 안 돼 보트 훅을 걸치던, 갈고리 줄 같은 것을 던져 선체로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어야 했다. 경비정에서는 전문가도 없었고 조타실 쪽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태우기 바빴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재빨리 선장 등을 찾아 배의 상황을 파악하고 선체에 올라가 남아있는 승객들 구조에 적극적인 조치를 했어야 했다.


- 해경·UDT·SSU의 잠수 특성은.

해경 및 UDT는 수평잠수가 전문으로 표면공기공급잠수(SSDS: Ship Supply Diving System)를 안 해 스쿠버의 한계인 수심 40m까지 잠수할 수 있다. 따라서 심해잠수에 대한 교육과 장비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SSU는 SSDS 즉 심해·수직잠수가 전문으로 40m~300m까지 더 들어갈 수 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 사고 해역이 40m가 넘는다. SSU가 사고초기에 적극적으로 투입되지 않았던 이유는. 

사고 초기에 컨트롤타워가 없고 전문가가 없으니 혼선이 야기될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수난구호법이 생겼고 해경에서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서해 페리호, 시프린스호 등 이전에는 대형사고가 나면 해군에서 했었다.    
   
현재 지휘체계는 해경이 구난·구조 책임을 지고 있고 해군은 지원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연히 SSU가 지시를 받아 수색작업을 하고 있지만 선제적·주도적으로 할 순 없다.


- 에어포켓에 기대를 걸었는데.

생존을 위한 에어포켓이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10도에서 12도의 수온에서는 평균 2시간, 최대 3시간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저체온증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공기만 주입할 것이 아니라 실종자 생존을 위해 필요한 다각적인 조치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검토해야 한다.


-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가 남아있다. 악조건은.

세월호는 3·4·5층 선미 부문을 개조했다. 시멘트로 돼 있는 것을 샌드위치 패널로 바꾼 것이다. 배가 좌현으로 누우니 오른쪽 격벽이 천장이 된 것으로 정상적일 경우 괜찮지만 물을 먹은 샌드위치 패널이 천장이 된 상황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잠수사가 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더라도 천장이 된 격벽이 무너지면 못 나온다. 낚싯줄 하나라도 걸리면 수중에서는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그 커다란 참치도 낚싯줄 하나로 잡혀 올라오듯이 물속에서는 잠수사들이 전혀 힘을 쓸 수가 없다. 엄청난 공포심과 위험부담 등 심리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격벽을 떼어내서 옆이나 바닥에 놓고 벽돌로 눌러놓는 등 조치를 해야 한다.


- 실종자들 어디에 있을 것으로 관측하나.

배가 기울어져 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실종자들이 통풍관 등 물이 없는 위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각 층의 중간지점이 아닌 배 앞쪽이나 뒤쪽의 빈 공간에 있을 확률이 높다.  상상치 못한 빈곳에 대부분의 실종자들이 있을 것이다. 현재 수색은 잠수사들이 내려가 더듬어서 찾고 있는데 야간작업·수압 등 여러 가지 난관이 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들이 필사의 탈출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유실될 가능성은 없나.

실종자들은 다 찾을 것으로 본다. 5중 방책 즉 항공기·배·조명탄·해안가 수색·그물 및 실종자를 수습해보니 90% 가까이 구명조끼를 입어 양성부력으로 물위에 뜨기에 유실될 가능성은 없다.


- 첨단장비 동원이 안 되나.

첨단장비는 아무리 있어도 자연을 극복하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수심이 11km인데 인간이 내려갈 수 있는 수심은 최대 500m도 안 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장비는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 무인탐색잠수정(ROV), 수중음파탐지기인 사이드스캔소나, 다이빙벨 등은 SSU에 있을 당시 다 사용해 봤지만 수색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 잠수 수색,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사고해역에 투입된 민간을 포함한 모든 잠수사들은 고된 수색작업을 의지로 하나로 버텨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의료 및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1회 잠수하면 다 합쳐서 30분가량 물속에 있을 수 있다. 입수 5분, 나오는 데 5분을 빼면 실제 작업시간은 20분 정도다. 감압시간은 공기감압이 44분, 산소감압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정조기 1시간에 1개조 작업이 가능하다. 5개조 하잠줄(가이드라인) 즉 바지선과 연결된 줄이 5개 설치돼 있는데 2인 1조로 하루에 물살이 약해져 작업이 가능한 4타임에 2개조씩 투입된다고 하면 산술적으로만 따져서는 최대 80명이 수색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 한 명의 실종자라도 더 찾으려 하는 잠수사들의 안전은.

해군의 경우 해양의학적성훈련원(현 해양의료원 해양의학지원소)에 잠수 전문 군의관들이 있다. SSU에서는 입대를 해서 전역시까지 육아일기와 같은 개개인의 이력서가 있다. 잠수시간, 혈압, 심리상태 등을 체크한다. 이것을 가지고 입수 전·후에 바지선에서 군의관이 체크한다. A는 잠수시간 10분 후 체력저하, B는 귀가 약하다, C는 담력이 부족하다, D는 담력도 좋고 일도 잘 한다 등을 면밀히 따져서 잠수작업계획을 짠다. 즉 맞춤형 잠수작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수없이 많은 교육과 훈련을 거쳐 작업에 투입된다.

하지만 민간 잠수부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없기에 자칫 무리하다 사고가 날 수 있다. 능력을 가늠할 수도 없고 체크도 할 수 없기에 사고에 노출돼 있다. 특히 민물 내수면에서만 잠수를 해보고 사고현장인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당황하면 호스가 꼬이고 탈출하려고 장비를 벗어버려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이들의 안전을 위한 체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14일 전남 진도 앞바다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잠수사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구조의 원칙은.

구조의 원칙은 무엇보다 인명구조다. 분초를 다투는 것으로 5분 이내에 작전의 승패가 좌우된다. 시간과의 싸움으로 인명구조가 최우선이다. 그 다음이 선체구조다. 즉 인명구조를 신속·정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해야 한다.


- 우리나라 잠수 능력은 어느 수준인가.

미국·일본 등과 연합훈련을 해봤지만 우리나라가 최고의 수준이다. 해군에서는 매년 호주·미국·일본·칠레 등과 함께 서태평양 구조전 훈련에 참여하고 있지만 모두 우리나라를 못 따라온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타국의 도움을 안 받는다는 오해가 생기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오해일 뿐이고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다.


- 근본적으로 재난구조시스템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민간 전문가가 필요하다. 공직자는 순환보직으로 수시로 바뀌는데 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공직자 전문가를 양성할 수 없기에 민간 전문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 다음 초동조치가 제일 중요한데 조직을 짤 때 일본처럼 각 해안에 50km 간격 등으로 포스트를 만들어서 지역개념으로 해상 인명·재난구조를 할 수 있는 지부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본부가 부산에 있는데 목포에서 사고가 날 경우 이동시간만 30분이 넘는다. 이래선 안 된다. 각 포스트에 조직을 만들어 사고가 나면 민·관·군이 바로 투입돼야 한다.

해당 지역책임자가 5분대기조로 출동시켜야 한다. 초동조치 5분대기조 시스템을 확립하고 골든타임 30분 이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사고발생시 지역책임자 통제하에 일사분란하게 조속한 조치를 펼치고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고 맡겨놓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해줘야 한다.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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