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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 대구미술관, 무엇이 문제인가?(중)]김선희 관장 “일방적 주장, 왜곡됐다”

“직접 확인한 언론은 CNB가 처음… 대부분 사실 확인 없이 협회 주장만 확대재생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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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0호 안창현 기자⁄ 2014.05.29 08:56:25

▲사진 = 대구경북취재본부 김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대구미술관에서 만난 김선희 관장은 기자에게 “여기까지 찾아온 기자는 처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대구미술관 사태’와 관련해 많은 기사와 보도가 있었지만 정작 미술관과 관장에게 직접 사실을 확인한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얘기다. 김 관장은 대구시와 대구미술관이 “일방적 억측들만 해소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후로도 의혹 제기는 계속돼 CNB의 취재 요청에 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계약직 큐레이터와 학예연구사 인사 문제, 작품 매매 및 중계 문제 등 의혹이 불거졌던 일들에 대해 김 관장의 입장을 들어봤다.』


대구미술관 김선희 관장은 근래 미술관에 불거진 갖가지 의혹에 대해 “대부분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논란의 계기가 된 ‘파행인사’ 문제부터 한국큐레이터협회 측의 일방적인 주장은 실상과 동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 미술관으로서 대구미술관이 다른 국공립미술관에 비해 계약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문제는 우리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큐레이터 계약해지는 협회의 주장처럼 특별한 사유 없는 일방적 해고가 아니다.”

김 관장은 “무엇보다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미술관 내외부적으로 힘든 점들이 많았다. 학예실 내부는 물론 지역 미술계와도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사람들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계약해지 된 큐레이터들이 대구미술관 개관 이전부터 성실하게 일해 오며 학예연구실의 팀워크를 다져온 주역들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확인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김 관장은 “지금 미술관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실력 있는 사람들을 내쫓아버리고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사람들로 오해받고 있다”고 항변했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계약직 큐레이터만이 아니라 미술관의 인사발령도 파행이라고 주장했다. 학예연구사를 행정지원과로 발령한 이후 다시 학예연구실로 복귀 발령하는 등 관장이 인사권을 무기로 부하직원을 장악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일반적으로 다른 미술관들은 학예실 안에 홍보실이 있다. 그런데 내가 관장으로 올 때부터 대구미술관에는 홍보실이 행정실 소속이었다. 당시 쿠사마 야요이 전시를 앞두고 홍보가 한창일 때 홍보담당이 임신으로 출산 휴가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 내부 회의 끝에 학예연구사가 학예업무를 지속하면서 행정지원과의 홍보 업무까지 분담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왜 그동안 미술관은 협회가 제기한 계약직 큐레이터나 학예연구사의 인사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거나 공식적 해명을 하지 않았을까?


작품 매매나 중개, 전혀 사실 아니다

협회는 지난 1월6일과 14일, 2월4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성명서를 발표하고, 2월14일에는 대구에서 토론회까지 개최하면서 대구시와 미술관의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해 왔다.

“우리가 잘 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대구시는 문제가 커지는 것을 우려해 공식적으로 답변이나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우리 또한 일방적 억측들이 해소되면 곧 끝나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문제가 커지니 우리도 이제 적절한 대응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김 관장은 “이번 일로 개인적으로도 정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대구미술관이나 내가 무조건 잘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누군가는 다니던 직장을 잃은 것이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언론들은 진위도 따지지 않고,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으며 잘못된 사실들만 확대 재생산했다”며 협회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언론에 대해 실망감을 표현했다.

국공립이나 사립을 막론하고 미술관(art museum)은 작품을 매매하거나 중개할 수 없다. 이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전문직 윤리요강 위반이자 공립미술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큐레이터협회는 대구미술관이 전시에 출품한 작가의 작품 중 일부의 판매를 중개했고, ‘이 작가의 작품을 모두 팔아줘야 한다’며 관장이 일부 컬렉터, 화랑과 접촉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도 이런 의혹을 듣고 너무 황당해서 자체적으로 조사해봤다. 우리가 알지 못했지만, 작품이 판매된 사례가 한 건 있기는 했다.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해외미술관 관장이나 큐레이터들이 국내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중국의 한 큐레이터가 미술관에 신고도 안 하고 작가의 드로잉을 30만 원에 사가지고 간 것을 나중에 알았다. 현장에 나나 미술관 직원은 없었고, 자원활동가만 있어 미술관에서 알 수 없었다.”

김 관장은 이 한 건을 가지고 미술관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작품을 팔아먹는 주요 창구로 쓰인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팔아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작년에 소장품 구입 조례가 바뀌어 미술관에서 기획한 전시에서 담당 큐레이터들이 작품 추천을 할 수 있게 됐다. 미술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개인의 소신으로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회의를 거쳐서 결국 심의위원회에 서류를 올리는 것뿐이다. 더구나 관장이 마음대로 작품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논란이 된 ‘쿠사마 야요이’ 전시도 일부에서는 대구미술관의 성공적인 전시 중 하나로 평가한다. 김 관장의 기획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전시로 33만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고, 덕분에 대구미술관은 10억 원의 입장료 수입을 거뒀다.

이러한 성공 덕분에 이 전시를 “임기제 미술관장이 블록버스터 전시를 통해 관객 동원 실적을 내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관장 연임을 위해 실적을 생각한 적이 없다. 테이트모던, 루브르, 뉴욕의 모마 등 외국에 가보면 미술관들이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부러웠다”며 “미술관장을 하면서 시민들이 즐겁게 전시를 보며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쿠사마 야요이’전이 일반시민들이 현대미술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입문 역할을 하길 바랐을 뿐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대구미술관은 ‘시민과 함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도 근래 대구미술관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질문들이 나왔다. 이때도 김 관장은 “이유야 어찌 되었든 부덕의 소치로 대구미술관의 명예를 실추시켜 죄송하다”며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는 제기되는 의혹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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