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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석, 21세기에 재현한 진경 서울 풍경화 작품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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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2014.06.01 10:01:16

▲양종석, '한옥마을31번지'. Ink pen on Paper, 30×40cm.

(CNB=왕진오 기자) 18세기 단원 김홍도나 겸재 정선의 그림에 우리들은 긴 줄을 서서라도 보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국보나 명작의 개념을 뛰어넘는 진경산수와 생활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화가에게 있어 그리는 대상을 직접 보고 바로 그려낸다는 것은 숙명적인 일일 것이다. 시대가 변해서, 그리기 쉽도록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떠도는 대상을 부여잡고 마치 현장의 모습을 실사한 것처럼 재현해 그려냈다는 것은 실재 현장에서 붓을 잡고 화면을 완성하는 이에게는 어쩌면 낯선 변화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화가 양종석이 사라져 가는 일상의 모습에 주목해 옛날 정취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에서 시작한 작업을 6월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센터와 11일부터 21일까지 종로구 와룡동 일호갤러리에 펼쳐놓는다.

그는 과거와는 엄청난 차이를 드러내고 있음을 실감하며 익숙한 공간에 펜으로 리터치를 하여 또 다른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양종석, '인사동'. 44X32cm.

북촌 한옥마을에서도 보여지듯 단층으로 지어진 기와지붕은 간 곳 없고 이상한 이층집과 값싼 공산품을 파는 가게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있어 특유의 옛 정취는 눈을 씻고 찾으려도 찾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일까 작가의 화면은 인사동을 중심으로 인근의 삼청동, 광화문, 경복궁, 창덕궁, 북촌 등 고졸한 멋을 머금고 있는 지역을 걸으며 화폭에 모든 장면을 담아낸다.

양종석의 풍경화는 옛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삽화형식을 취하고 있다. 선묘로 형태를 구체적으로 그린 뒤 물감으로 채색을 하는 것이다. 전통 기법에서는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자신만의 정취를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표현기법을 개발하고 현대회화의 표현방법을 응용함으로써 사실상 선묘 중심의 수채화로 색다른 느낌을 드러낸다.

유성 펜이나 수성 펜을 이용해 밑그림을 완성하는 그의 그림은 일종의 기록화로서의 성격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여실히 배어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서울 풍경화는 회고적이며 복고적인 정서가 지배하고 있다.

▲양종석, '민속박물관'. watercolor on Paper, 36×51cm.

비록 눈으로 인지하지 못할지언정 지난 시절의 북촌지역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마음과 머릿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정서를 화면에 살려낸 것이다.

변해도 너무 변해버린 종로의 여기저기 골목골목을 샅샅이 더듬으며 작업하는 동안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떠나버린 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같은 동질의 것이 아니었을까. 곁을 떠났으나 미워하는 마음과 함께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옛 임의 모습이 겹쳐졌던 것은 아닐까 한다.

그만큼 그의 그림에는 복잡한 심정이 담겨 있는 듯한 붓의 움직임이 강하다. 그의 수채화 그림은 조금은 감상적인 느낌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인상이 드리운다. 차갑게 사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해도 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옛 거리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그의 미적 감수성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았으리라 짐작된다.

▲양종석, '삼청동'. watercolor on Paper, 52×73cm.

이러한 표현은 작가가 전통적인 문화예술의 거리로서의 역사성을 지닌 인사동과 주변 장소와의 정서를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서는 결코 회고적이고 복고적인 정서를 표현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너무 익숙해서 미처 그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변해버려 먼 여행을 다녀오게 되면 낯선 거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7080세대인 화가 양종석이 인사동을 중심으로 한 정동주변과 북촌지역 스케치 여행은 2년여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의 숙명처럼 그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인사동, 정동, 삼청동, 경복궁의 눈에 익은 모습을 스케치북에 담아나가는 과정은 마치 고산자 김정호가 전국을 발로 밟으며 대동여지도를 그려냈던 심정과도 유사하지 않을까?

▲양종석, '정동캐나다대사관'. Color pencil on Paper, 32×41cm.

무심히 지나치는 인파들은 그를 낭만의 화가로, 목적 없이 붓을 들고 나온 취미 화가로 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손을 통해 그려지는 익숙한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잊고 있던 바로 나의 삶의 기록이자, 미래에 남겨줄 우리시대의 기록인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의 펜과 붓의 움직임이 끝나는 화면에는 오늘 우리가 스쳐지나갔던 동네 거리의 시끌벅적한 모습이 감성과 낭만이 가득하게 그려질 것이다.

소박하리만큼 따스한 화면은 회화적인 기교나 묘술이 첨가되지 않는 순수만이 담겨져, 회고적인 정서가 짙게 깔린 양종석의 그림 앞에서 우리들은 잠시 속울음과 함께 향수어린 미소를 머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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