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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코스 설계가가 디자인한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벙커의 모양을 감상하는 것은 라운드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골퍼들이 잘못 친 샷에 대한 응징으로 만들어진 벙커를 디자인하는 설계가들은 최근 미적 관점에서 독특한 벙커를 만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국내 골프장을 순회하면서 바라본 벙커의 모양은 매우 다양하다. 특이한 벙커 모양은 골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긴장을 풀어주며, 골프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키기 때문에 좋은 추억거리로 만들어준다.
강원도 태백시 오투 리조트의 18번홀 페어웨이에 만들어진 한반도 모양의 벙커가 눈길을 끈다. 안산 소재 제일 골프장의 동 코스 9번 파5홀 페어웨이 다섯 손가락 벙커는 높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면 남미 페루의 나스카라인을 상기시킨다. 동촌 골프장의 18번홀 그린 앞 꽃 벙커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장수골프장 8번홀 그린을 감싸고도는 실개천 모양의 벙커는 구렁이가 그린을 감고 있는 듯 하다.
솔모로 골프장 체리 3번홀 그린 앞 벙커는 국내에서 가장 깊은 3m인데, 한 번 빠지면 몇 타에 나올지 몰라 공포의 지옥벙커라고 불린다. 여주 트리니티 골프장 18번홀은 몬스타 홀이라고 명명돼 있다. 이유는 8개의 페어 벙커가 전면에 전개되는데, 막상 높은 그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벙커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하트, 모자, 신발, 자루, 항아리, 여자의 가슴 모양 등 다양한 벙커들을 볼 수 있다. 이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페어벙커는 충주시 금가면 소재 공군 중원체력단련장의 7번 파3홀 그린 앞에 만들어진 남자 성기 모양의 벙커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보면 그 모양을 음미할 수는 없으나 티샷을 하고 옆으로 가면서 보면 남자의 심볼이 그대로 디자인돼 있어 골퍼들은 이 모양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즐거워 한다.
특히 여성골퍼들은 흥미로운 이 벙커를 보는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한다. 민간 골프장 이상으로 잘 관리된 중원체력단련장은 이런 현대적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언제나 골퍼들로 붐빈다.
- 김맹녕 골프전문인협회 회장 (정리 =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