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국내 1위 알루미늄 휠 제조 “마그네슘 휠로 세계시장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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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의 역사 동안 ‘휠’ 하나에만 집중해온 끝에 소리소문없이 세계 5위, 국내 1위의 휠 제조업체로 우뚝 선 핸즈코퍼레이션은 전형적인 ‘히든 챔피언’ 기업이다. 임직원들의 인화단결과 장인정신을 무기로 건실한 기업을 꾸리고, 그 열매를 회사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려하는 젊은 경영인 승현창 회장을 만나봤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핸즈코퍼레이션 사옥은 세련된 검은빛 외장으로 둘러져있어 주변의 투박한 공장건물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검은색으로 장식돼 마치 고급호텔을 연상케 했다.
회의실로 들어온 승현창 회장의 일성은 “인터뷰 때문에 슈트를 입었더니 역시 답답하네요.”이다. 작업복이 편하다 했다. 깔끔한 검은 슈트를 차려입은 30대 후반의 젊은 경영자답지 않았다.
넥타이를 조금 헐겁게 하고 자리에 앉은 승 회장은 사옥의 독특한 인테리어에 대해 “제가 결정한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인천 곳곳에 여러 공장들이 나뉘어져있는데, 전체적으로 노후된 건물이 많습니다. 특히 주안의 1공장은 너무 오래됐습니다. 금년 8월에 1공장은 진짜 혁신적인 건물로 다시 태어납니다. 독특한 인테리어로 ‘너무 미래적이지 않은가’하는 걱정을 들을 정도의 공장답지 않은 건물이 될 예정입니다.”
그는 1977년생, 우리 나이로 38세다. 대기업 수장을 맡기엔 아직 이르지만 2004년 핸즈코퍼레이션의 전신 동화상협에 입사한 이후 빠른 속도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덕분에 이 회사는 세계 5위, 국내 1위의 알루미늄 휠 제조업체로 자리잡았다. 창업자 아들인 것을 감안해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성과다.
인천 명문 승씨 가문…IMF 이후 국내생산 1위
부친인 고 승건호 씨는 1970년 동화합판주식회사를 설립하며 목재사업을 시작했다. 70년대는 대한민국에 수출붐, 건축붐이 일던 시기로 합판의 수요가 매우 높아 사업은 순탄하게 성장했다.
지금의 휠을 만드는 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80년대 초반이었다. 1975년 동화상협으로 사명을 바꾼 후 80년대 초부터 금속을 연구했다. 기계사업부가 오토바이용 휠을 개발해 대림자동차, 효성기계 등에 이륜차용 휠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휠 개발을 추진하던 1989년,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불시착 사고로 부친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2004년 회사에 들어온 이후 아버지께서 남기신 작업일지 등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당시의 기술적 어려움과 불가능해보였던 생산목표들이 이미 오래전에 극복됐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낍니다.”
90년 이후 자동차가 국내에 많이 공급되며 휠 시장도 대폭 성장했다. 동화상협의 알루미늄 휠은 고가품이라 판매량에 한계가 있었지만 마진율이 높았기에 순조롭게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1998년 IMF 위기가 닥쳤다. 수많은 부품회사들이 문을 닫는 와중에 동화상협은 직원들과 합심해 이를 악물고 위기를 버텨냈다. “그 당시 경쟁사들은 다 매물로 시장에 나왔습니다. 저희 회사만 매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후 1년도 안되어 대한민국이 IMF 위기를 조기탈출하면서 동화상협은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IMF 이전까지 국내 압도적 1위였던 경쟁사가 무너지면서, 동화상협은 현재까지 국내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현재 국내시장 점유율은 48% 정도로 2위와 3위의 점유율을 합한 수치와 비슷하다. 현대기아차와 대우차,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 국내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고객이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다.
승 회장은 2004년 동화상협에 입사했다.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미국 워싱턴대 비즈니스스쿨에서 유학생활을 거친 후의 일이었다. 이후 승 회장의 주도하에 회사는 눈부신 속도로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해외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덕분이었다. 미국의 GM과 일본의 스즈키, 다이하츠, 닛산에 휠을 공급했고, 2012년에는 독일의 폭스바겐에 납품을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미국의 포드와 크라이슬러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승 회장은 눈부신 성장의 공을 “직원들 덕분”으로 돌린다. “해외 진출은 직원들이 원했던 방향이고, 저는 그 방향에 멍석만 깔아줬습니다. 직원들의 열정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 중에는 보수적인 사람들도 있고 급진적인 사람들도 있지요. 저는 두 부류의 사람들 사이에 벽을 하나 만들어놓고, 서로 다투기보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키우게 하고 있습니다. 둘 다 회사를 위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누가 정답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공격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어놨더니, 젊은 직원들과 나이많은 직원들의 조화가 이뤄졌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이 열심히 연구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경영자의 의무’라고 강조한다. “회사란 경영자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경제학과를 나와서 기계를 잘 모르고, 금속도 잘 모릅니다. 회사 직원들은 그런 것들을 기본적으로 알고 들어오거나, 들어와서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들입니다. 그 전문성을 믿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경영자 임무는 직원들 열정 키우는 것”
직원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핸즈코퍼레이션은 독특한 ‘12분의 1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 어떤 제안을 해서 회사가 이익을 볼 경우, 해당 이익의 12분의 1을 제안한 직원에게 주는 것이다. 12분의 5는 전체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골고루 배분된다. 나머지 12분의 6은 회사에 재투자된다. 최대 2000만원까지 성과급을 가져갈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제안으로 회사가 2억4000만원의 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대상자가 두 명 나왔습니다. 주고 나니까 ‘진짜 주네’하면서 직원들의 열의가 과열되는 현상이 발생했지요. 이후 너나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재미있는 회사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2011년 창립 40주년 행사 때는 1500명의 직원들이 동시에 가위바위보를 해서 최후의 승자에게 K5 승용차 한 대를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2012년 승 회장은 회사명칭을 ‘핸즈코퍼레이션’으로 변경했다. “수출을 많이 하다 보니 외국인들에게 ‘동화상협’을 발음하게 하기 힘들더군요. 부르기 쉽고, 외우기 쉬운 브랜드를 생각했습니다. 뭐든 손으로 만들지요.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의미로 ‘핸즈’로 만들고 싶었는데, ‘핸즈휠’ 등도 검토해보다 결국 ‘핸즈코퍼레이션’으로 확정했습니다.”
흔히 바퀴를 ‘휠(Wheel)’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더 들어가면 바퀴는 금속 재질의 휠과 고무 재질의 타이어로 구성된다. 휠은 보통 스틸 휠과 알루미늄 휠로 나뉘는데, 알루미늄 휠은 알루미늄 합금(Alloy)으로 만들기 때문에 알로이 휠이라고도 불린다.
알루미늄 휠은 무게가 스틸 휠보다 30% 정도 가벼워 초창기 경주용 차량에 적용된 이후 고급 차량에 우선 도입됐고, 현재는 일반 차량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무게 외에 열전도율이 우수해 타이어와 브레이크의 성능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시켜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 서스펜션 응답성과 승차감을 높여준다. 때문에 자동차 튜닝을 하는 사람들이 첫 번째로 선택하는 옵션이 바로 알루미늄 휠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은 지난 30여 년간 오로지 알루미늄 휠 한 가지만 만들어왔다. 하지만 조만간 이 회사는 알루미늄 휠 이외의 제품으로 유명해질 것 같다. 오는 10월 색다른 비밀무기 ‘마그네슘 휠’로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계획이다.
“마그네슘은 원자재 자체가 조작이 힘들고, 가격도 비쌉니다. 그런 마그네슘을 이용한 휠을 대량생산할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휠이 출시되면 회사에도 산업 전반에도 큰 파장이 일 것입니다.”
알루미늄 휠 능가하는 ‘마그네슘 휠’로 시장판도 흔들겠다”
마그네슘 휠을 만드는 회사들은 해외에 몇몇 기업이 있지만, 대부분 레이싱카를 위한 소량생산이고, 단조 방식으로 제작된다. 하지만 핸즈코퍼레이션은 주조 공법을 이용해 대량 생산을 한다는 계획이다.
“두드려 만드는 단조는 디자인이 단순할 수밖에 없는데, 금형에 쇳물을 부어 만드는 주조는 디자인이 훨씬 다양해집니다. 무엇보다 단조가 더 튼튼하고 가볍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공법 개선을 한 결과 더 가볍고, 튼튼하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만들고도 스스로 놀랐지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인 ‘또라이’ 정신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승 회장은 말한다. 여기서 ‘또라이’는 특정 범주에 속하지 않는,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다. 마그네슘 휠을 레이싱이 아닌 일반 차량용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꿈의 직장’ 혹은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기업들이 있다. 복지와 혜택이 좋아 사람들이 웃돈을 내고서라도 들어가고 싶어하는 회사들이다. 바람직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사례들이지만, 승 회장은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솔직히 토로한다. “직원들이 서로 들어오고 싶은 회사, 나가고 싶지 않은 회사.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생각보다 빠른 시일 안에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는 세련된 검은빛의 건물은 학산문화재단 소유로, 승 회장의 조부가 만든 장학재단이다. 과거 이 재단은 거액의 횡령 사건이 발생해 장학금 지급이 상당 규모 축소되는 위기를 경험했다.
직원 복지 최우선…“웃돈 주고 입사하고픈 회사 만들고파”
승 회장은 꾸준히 재단에 자금을 지원했고, 결국 최근 들어 재건에 성공했다. 본사가 재단 소유 건물에 입주해있는 것은 임대수익으로 장학금 사업을 복원하기 위해서다. 3층은 직원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으로 개원 운영하고 있다. 직원 자녀들에게는 고등교육까지 학비가 지원된다. 가능한 한 대학교 등록금까지 지원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최우선적으로 우리 직원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고 싶습니다. 사회공헌도 중요하지만 솔직한 마음은 그 비용으로 직원들 급여를 조금이라도 올려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은 다해야 하지요. 지역사회에 대해서도 회사차원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없이 오로지 정규직 직원들만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단 한명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주변의 자동차부품기업들과는 다른 핸즈코퍼레이션만의 차별점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말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작업 과정에서 능률이 떨어지고,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저희 회사가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 것은 품질을 가장 우선에 두기 때문입니다.”
승현창 회장에 따르면, 앞으로도 핸즈코퍼레이션은 휠 하나에만 집중하는 기업으로 남을 예정이다. “자동차가 날아다니게 돼서 휠이 필요없는 시대가 올 때까지는 휠 전문기업으로 남을 것입니다.”
- 정의식 기자
정의식 기자 es.jung@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