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 주목 작가 - 김현정]브라운관 누비던 배우, 중국이 주목한 이유는?
전통과 현대를 허물며 내면의 심리를 수려한 붓으로 그려내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우리 전통회화가 빛을 잃어가는 지금, 중국 미술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김현정(35). 비단 그림에 자수 기법을 활용하는 ‘화주수보(畵主繡補), 비단 배접지에 그림을 완성하는 ‘쌍층(雙層)’, 사의화를 공필화로 구현한 ‘출사입공(出寫入工)’등 새로운 화법의 주인공이다. 그녀가 ‘묘사와 연기’라는 타이틀로 6월 23일부터 안국동 갤러리 아트링크에 작품을 건다.
작가는 종이에 그림을 그린 후 다시 그 위에 비단을 붙여 그림을 그려 완성한다. 쌍층 화법은 비단 그림에 속층 종이의 회화적 효과를 적절하게 활용했다. 속층 종이와 겉층 비단에 적절하게 그려진 그림은 부드럽고 그윽한 색감으로 예술적 효과를 배가시켰다.
이번 첫 번째 개인전이 주목 받는 것은 작가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1999년 청바지 ‘스톰’ 모델로 데뷔했고, 드라마 ‘광끼’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를 괴롭히는 ‘장 캡틴’ 역으로 브라운관과 연극무대에서 얼굴을 알렸던 배우다. 그동안의 연기 활동을 잠시 접고 2009년부터 야심찬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한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의 내면아이 ‘랄라’를 만났고, 내면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정서가 작품에 올곧이 배어 있다.
잘나가던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리던 작가는 갑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연극 ‘나비’로 3년간 무대에 선 후부터, 마음속에 먹먹함과 함께 심리적인 위축이 생겨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심리치료를 받았다.
“제가 화를 내는 연기를 잘 못하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 속에 무언가 저를 억누르는 것이 있었던 것 같았죠. 심리 상담을 받으며 ‘인형치료법’을 통해 내면아이를 알게 됐고, 내면의 감정은 외부 영향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중국 비엔날레 총감독 ‘이중적 자아’ 평가
김 작가의 말처럼 ‘랄라’라는 귀여운 인형들이 초충도, 화조화, 인물화 속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랄라’는 팝아트에서 흔히 보이는 상징물이 아니라 작가의 또 다른 분신이라는 이해가 우선 다가온다.
작가의 ‘랄라’ 시리즈는 내면아이 랄라를 양육하는 심리학 에세이를 그림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그녀만의 독특한 예술세계가 반영된 21세기 신문인화이다.
비록 인형과 어울릴 나이는 지났지만 자신만의 인형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에서 보채는 아이를 달랬다. 나아가 자신의 내면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정서를 회화작품으로 완성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예술이 아닐지라도 같이 공감하고 싶은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중국의 유명화가 제백서(齊白石, 1860∼1957)의 그림과 신윤복의 그림을 보고 동양화에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작가는 전통과 모던의 경계를 허물며 신선한 에너지를 화단에 전달하고 있다.
그녀의 작업에 주목한 것은 한국이 아닌 중국이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 총감독을 맡았던 펑펑 베이징대 예술학과 주임교수는 “그녀의 작품에서 우리는 이중적 자아를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아를 묘사하기 위한 타자이고, 하나는 자아가 연기한 역할이다.” 며 “김현정의 그림은 전통,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평했다.
짧지 않은 기간인 5년여의 시간을 이번 작품을 위해 투여한 작가 김현정의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술을 접하는 많은 이들이 찾는 서양화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동양화를 자신의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화법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4일까지 진행하는 갤러리 아트링크 ‘묘사와 연기’전 이후 작가는 11월 8일부터 19일까지 중국 북경 금일미술관에서의 작품전을 통해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자신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 왕진오 기자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