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더십센터 정병창 전문교수 인터뷰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리더십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리더십의 분류나 정의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견해들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리더십 분야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향력(influence)’이다. 영향력은 일종의 ‘힘’이다. 과거 전통적 리더십에서는 이런 힘의 근원이 되는 권력이나 지위에 따른 리더십을 주로 다뤘다. 하지만 전통적 리더십은 사회가 급변하고 조직의 내·외부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한계에 부딪쳤다. 이에 따라 어떠한 환경에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 ‘원칙 중심의 리더십’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게 됐고, 이는 오늘날의 리더십 이론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리더십센터 정병창 전문교수는 “스티븐 코비 박사 등이 주창한 원칙 중심의 리더십은 불변의 가치로서 시대의 변화에도, 또한 사람의 많고 적음과 동·서양을 불문하고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대표적인 사례로는 ‘7 Habit(7가지 성공 습관을 의미-관련 기사는 본지 제368호 리더십이 경쟁력이다 ⑮ 참조)’이나 ‘Great Leadership’ 프로그램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인간 세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들을 리더십에 접목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지난 1989년에 시작된 7 Habit의 경우,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제 그것은 자기계발서로서의 수명을 다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명력이 살아있다”고 진단했다.』
전통적 리더십은 권력이나 지위에 따른 힘을 이용해 조직 구성원들을 통제해 왔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다수 기업들은 원치 않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전통적 리더십은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이후 리더십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조건부로 거래적 리더십이 대두된다. 거래적 리더십은 쉽게 말하면 ‘내가 월급을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 것으로, 즉 직무기술서에 명시된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걸맞은 연봉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IMF 이후에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그 기대치 또한 올라가고 있었다.
정 교수는 “당시에 ‘평생직장’의 개념이 깨지면서 한탕주의로 흐르게 되고, 또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단기적인 관점으로 경영을 하게 되면서, 직원들의 높아지고 있는 기대치를 맞출 수 없게 되자, 거래적 리더십도 이내 한계를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원칙 중심 리더십…영속의 생명력 있어
이에 따라 리더들은 불변의 가치를 지닌 변하지 않는 ‘원칙 중심의 리더십’에 관심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원칙 중심 리더십은 인간 세상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들, 즉 사람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서로에게 성실하며, 약속을 잘 지키는 신뢰관계 형성 등을 리더십 이론에 접목시킨 것이다.
원칙 중심 리더십에서 중시되는 기본 원칙들이 인성 교육의 뿌리가 되고, 기초가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리더십을 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결국 리더의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가 “리더는 성과로 말한다”는 것인데, 리더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 교수는 “리더는 영향력을 발휘해서 변화를 이끌어내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성과는 균형 잡힌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해서 이뤄져야 하며, 이것에 의해 성과가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리더십인 것”이라면서 “특히 리더가 성과 중심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리더로서의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반드시 수행해야 하며, 일과 사람들을 끌어당겨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네 가지 리더의 역할과 책임(4 R&R)에 대해 제시했다. 다만 많은 리더들이 스스로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보면 리더 자신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균형 잡힌 시스템과 프로세스 등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아울러 정 교수는 리더를 크게 세 등급으로 분류했다. 삼류 리더는 타인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오직 자기능력 만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리더의 개인 능력이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혼자서는 결코 성과를 낼 수 없다. 이류 리더의 경우에는 타인의 힘을 사용할 줄 안다. 하지만 타인의 힘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탁월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류 리더는 타인의 지혜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는 타인의 지혜를 통해 지속가능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가 있다.
원칙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는 리더가 반드시 해야 하는 중요한 첫 번째 역할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Pathfinding)이다. 이는 조직이 어디로 갈 것인지 방향을 정하는 것으로서, 대표적인 것이 사명(Mission), 비전(Vision), 가치관(Values)에 대한 정립이다. 또한 이것들은 반드시 조직 구성원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정 교수는 “Pathfinding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근본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아울러 리더라면 이러한 사명, 비전, 가치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이를 조직 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사명은 존재의미로서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 회사가 없어졌을 때 사회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러한 성찰 과정을 통해 조직이 존재하는 의미를 설정해야 한다. 또한 사명은 조직 내부적으로는 각종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작용하며, 외부적으로는 고객, 주주, 협력회사, 동종업계, 그리고 사회 전체와의 명확한 상호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즉 사명은 조직 전체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결정하며, 주요 의사결정의 준거를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성과 내는 리더의 네 가지 역할과 책임은?
비전은 장래에 바람직한 조직의 모습에 대해 목표를 분명히 한 것으로서,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특히 비전은 추상적이어서는 안 되며,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언제까지(마감 시한), 얼마나(정량적 수치)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 아울러 비전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따라야 할 분명한 방향감각을 제시해 주며, 그것을 실행할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다.
가치관은 사명을 달성하는 지침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핵심가치를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조직, 팀, 부서 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주고, 매일 해야 하는 행동에 지침을 제공해 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핵심가치가 기업문화 속에서 행동으로 옮겨지느냐, 않느냐의 여부이며, 이를 액자 속에서 끄집어내어 행동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모두의 참여가 있어야 헌신하게 될 것이다.
리더의 중요한 두 번째 역할은 한 방향으로 정렬(Alignment)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마치 도로를 닦고 그 길을 포장하는 것과 같다.
정 교수는 “우리가 자동차 운전을 할 때 휠 얼라인먼트가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면서 “운전 중에 핸들이 떨리고, 또한 타이어가 한쪽으로 쏠려 쉽게 마모되면서 연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조직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도 이와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정기적으로 자동차의 휠 밸런스를 점검하듯, 조직의 시스템과 프로세스 역시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더의 세 번째 중요한 역할은 권한위임(Empowerment)을 잘 하라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을 신뢰하고 그가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들(정병창 교수는 원쪽에서 세 번째).
리더가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 리더가 가지고 있던 권한을 단지 부하 직원에게 넘겨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권한을 위임받은 직원이 스스로 리더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해서 잘 처리하라는 것이다. 즉 단지 “당신이 나를 대신해서 그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만약 리더인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결정을 내렸을 것인지를, 당신이 스스로 리더라고 생각하고 그 일에 대해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잘 처리하라”는 의미인 것.
그런데 이러한 권한위임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는 위임 대상 업무의 위험도가 높은지, 아니면 낮은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만약 위험도가 높은 업이라면 이는 당연히 리더가 하는 것이 맞다. 둘째는 권한을 위임하는 대상자가 신뢰할만한 인물인지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믿을 수 없는 부하에게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리더는 아마도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또한 위임 전결 규정 따위에 의한 일률적인 권한위임은 별로 의미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리더는 스스로 신뢰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권한을 위임할 때는 부하직원의 잠재능력을 개발해주고 성과를 구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했을 때 진정한 권한위임이 이뤄지게 되고, 리더는 조직 전체의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사우스웨스트 CEO인 허브 켈레허는 “최고의 지도자는 최고의 하인이다. 하인은 통제를 하지 않고, 따라서 최고의 지도자는 통제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이는 ‘리더는 타인을 통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룬다’는 의미인 것이다.
리더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네 번째 마지막 역할은 다른 사람들이 리더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도록 스스로 신뢰성을 갖추는 것(Modeling)이다. 또한 앞서 말한 세 가지의 역할이 가능하기 위해서도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신뢰성을 갖추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리더가 이 마지막 역할에 실패한다면 앞서의 세 가지 역할 역시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
이러한 Modeling을 위해서는 리더 자신에게 네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누가 나를 따를 것인가?”, “나는 책임질 줄 아는가?”, “나는 언행이 일치하는가?”, “나는 신뢰성을 갖추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답을 생각해보라. 이 질문들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의 자격을 갖췄다.
정 교수는 “리더는 앞서 말한 네 가지 역할에 대해 각 역할별로 반드시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리더가 또 명심해야 할 21세기 키워드로 ‘평생교육-배움’을 제시하고 싶다. 이제 현대사회에서는 기존의 배움과 경험만으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조직은 리더의 한계만큼만 성장하고 발전한다. 따라서 리더가 더 이상의 배움이 없으면 조직의 성장과 발전도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들은 그저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배우기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배움이 있어야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조직이 새롭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정 교수는 “리더십의 성숙도를 높이기 위해서 리더는 스스로에게 배움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의 소득의 5% 정도는 배움에 투자해 보도록 하자. 나 역시 과거 신입사원 시절부터 월급을 받으면 5% 정도를 떼어내서 책을 사보거나, 영화 또는 여행 등에 투자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해서 지금도 국내는 물론 해외의 여행지들을 찾아 꾸준히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이라는 명언을 항상 마음에 담고 있으며, 지금도 배움에 열중하면서 나름대로 현명한 선택과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병창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 학력
경희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인사조직)
연세대학교 교육학 석사과정 수료(산업교육)
동국대학교 경영학 석사(정보관리)
- 경력 현) 이지경영연구소 대표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
아주대 초빙교수
카이스트 대우교수
한국사이버대 겸임교수
(주)삼보컴퓨터 해외사업부 및 미국 현지법인 근무
(주)대우 및 (주)대우조선해양 근무
-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