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철 경기대학교 겸임교수(전 SK네트웍오앤에스 대표) 인터뷰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리더십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리더가 원하는 방향과 의도, 결정대로 조직구성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는 이러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조직이 원하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조직의 성과를 내는 것인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고, 조직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며,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영은 결국 의사결정의 연속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를 달성해내는 의지의 발현인 것이다.
허남철 경기대학교 겸임교수는 “따라서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그것이 잘 추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데, 크게 여섯 가지의 역할로 나눠 볼 수 있다”면서 “우선 리더는 비전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룰을 만들고,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그러면서 조직구성원들의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해 보상을 하고, 또한 스스로 치어리더가 되어 의욕관리를 잘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코치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한 리더가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여섯 가지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더의 역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조직구성원들이 자발적, 의욕적으로 역량 발휘를 극대화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조직구성원들이 잘 조성된 환경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탁월한 역량 발휘를 하게 된다면, 조직의 목표와 성과는 저절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허 교수는 “리더의 첫 번째 역할은 비전 메이커(Vision maker)가 되라는 것이다. 비전은 조직의 바람직한 미래 모습이며, 조직이 나가야 할 방향이다. 이러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면서 “그렇게 되면 아마도 모두가 많은 고생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결국 리더는 조직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통해 비전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당신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앞서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판단력과 추진력이라고 했다. 허 교수는 “리더는 한 손에는 나침반(판단력)을, 다른 한 손에는 스피드건(추진력)을 쥐고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나침반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조직이 나가야 할 목표와 비전을 올바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비전이 명확하게 정의되면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면 된다. 이때 조직구성원들이 비전을 달성하는 과정은 각자가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들의 역량을 키워줘야 하는 것이다.
리더와 조직구성원 간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한다. 공통점은 첫째 리더나 조직구성원이나 모두 조직체에 함께 속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조직의 운명에 모두가 목을 매고 있는 것과 같다. 둘째는 누구나 의미 있는 일에 공헌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리더와 조직구성원 간에는 책임과 역할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리더는 조직구성원들과 함께 비전을 만들고, 이를 전파하고, 공유해야 하는 책임과 역할이 있으며, 조직구성원들은 공유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가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조직에는 비전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조직이 비전을 달성해 나가는 과정이 왜 쉽지는 않을까?
리더와 조직구성원 간에 합의된 비전이나 목표는 달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과정에서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역량 발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비전이나 목표에 대해서는 조직구성원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변명을 찾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이 많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대개 상호간에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소통을 하면서 서로 공감해야만 비전이나 목표에 대해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허 교수는 “리더를 만나게 되면 늘 하는 질문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당신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은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가?’이다”면서 “이 두 가지 질문을 리더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답을 찾는 노력을 하게 된다면, 그는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Vision 공유 pride up! 행사 모습
리더는 룰 메이커…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리더의 두 번째 역할은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되는 것이다. 이는 조직구성원들이 재미있고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나 시스템 및 프로세스 등을 만들어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체계는 효과적인 한 방향 정렬이 되어야 하고, 효율적으로 간단하고 쉽게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에는 많은 제도와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리고 조직구성원들은 이러한 룰에 따라 일을 하게 되는데, 때로는 효과적이지 않거나 효율적이지 않은 상황에 봉착할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조직 내에 존재하는 관습이나 고정관념이 일을 하는데 있어 방해물로 작용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결국 조직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룰이라고 하는 것은 조직구성원들로 하여금 보다 재미있고, 즐겁게, 그리고 쉽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다.
허 교수가 SK텔레콤 자회사인 네트웍오앤에스(주)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직후였다. 이 회사는 SK텔레콤의 통신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지국 장비들을 관리하는 일을 주로 담당했다. 아울러 26개의 회사가 통합됐고, 각각의 시스템이 존재하며, 총 2300여명의 임직원이 한데 섞여 근무하고 있었던 것. 그리고 당시 SK그룹 전체의 분위기는 이른바 ‘스마트웍’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을 때였다.
네트웍오앤에스의 목표는 ‘고장 시 복구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허 교수가 부임해 회사의 일을 어느 정도 파악한 후에는 조직구성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왜 고장이 나지?”, “왜 사람이 꼭 가야 하지?”, “왜 자동차를 타고 가야하지?” 등등. 사실상 이 질문들은 회사의 제도나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런데 이 소식이 회사 내에 퍼지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쏟아졌다. “우리 회사 일을 전혀 모르는 사장이라 이제 곧 회사 문 닫겠네”, “도대체 뭘 알고나 그런 질문을 하는 건가?” 등등.
하지만 허 교수가 일관성 있게 끊임없이 룰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첫째 고장이 나면 현장에 나가 신속하게 복구해야 하던 업무 프로세스가 예방점검에 초점이 맞춰지고 회사의 목표도 ‘고장 복구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에서 ‘고장률 제로화’로 목표가 바뀌게 됐다고 한다. 둘째 기존에 사람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수동으로 복구하던 프로세스는 원격 복구 시스템이 도입돼 자동화된 것이다. 셋째는 무거운데다 부피가 컸던 복구장비로 인해 차로 이동해야만 했던 프로세스도 손바닥만한 갤럭시탭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모든 복구가 가능하도록 개선한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대폭적으로 개선한 덕분에 나중에 스마트웍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한 바 있었다.
조직구성원들의 희망…즐겁고 행복한 일터
리더가 룰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인가?’ 라는 것이다. 조직구성원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쓸모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자신이 조직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조직에 대한 불만과 자신에 대한 열등감으로 즐겁고 행복한 직장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게 된다.
허 교수는 “따라서 리더가 룰을 만들 때는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불필요한 일은 제거하고, 가치가 그다지 없는 일은 최소로 줄이며, 반드시 필요한 일은 끌어 올리고, 창의적인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리더의 세 번째 역할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플레이어(Player)가 되라는 것이다. 조직이 존재하고 유지되려면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내야 한다. 때로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리더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지속가능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리더가 조직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역량 발휘를 극대화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하고, 그 구성원의 능력보다 약간 더 높은 일을 하게 해주면 된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의 범위 내에서 일을 하게 되면, 몰입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약간 넘어서는 일을 하게 되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몰입하게 되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일은 직무자체에 대한 내적 동기부여를 촉진시키게 되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로 인식할 뿐 아니라, 일을 기꺼이 수용하면서도 진전이 있게 되면, 그 일을 담당하는 조직구성원은 자신이 조직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조직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리더의 네 번째 역할은 공정한 심판관(Umpire)이 되는 것이다. 이는 조직구성원들의 성과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는 반드시 피드백을 통해 서로 공감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가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자칫 잘못하면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부작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평소에 리더가 조직구성원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관찰과, 피드백을 통해 소통함으로써 조직구성원의 육성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단지 성과에 대한 평가 결과로서 승진을 시키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과는 다르다. 물론 공정한 성과 평가에는 그에 걸맞는 보상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음을 얻는 리더…“고맙다. 그리고 자랑스럽다”
리더의 다섯 번째 역할은 치어리더(Cheerleader)가 되는 것이다. 야구 또는 축구 경기장에 등장하는 치어리더는 일종의 분위기 메이커다. 이와 마찬가지로 리더는 조직구성원들의 치어업(cheer-up)을 통해 의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해주는 것이 좋다. 아울러 그들에 대한 칭찬과 인정, 긍정적 시각 및 관심이 진정성 있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리더십의 출발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상대를 진정으로 믿고 존중할 때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하면 그들 역시도 리더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기꺼이 보낼 것이다. 허 교수는 “의욕관리는 조직구성원들을 신바람 나게 하는 것이고, 이는 리더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직구성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리더가 조직구성원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말, 즉 “고맙다. 그리고 당신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진심으로 해보라. 그러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리더의 마지막 여섯 번째 역할은 코치(Coach)가 되라는 것이다. 이는 리더가 조직구성원에게 단지 한 수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다. 조직구성원에게 무한한 잠재능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그들 스스로 찾을 수 있다고 격려해 준다. 서로 믿고 존중하는 가운데 리더는 조직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허 교수는 “앞서 얘기한 네트웍오앤에스에서의 스마트웍 단계에서 3가지 질문을 통해 조직구성원 스스로 답을 찾게 한 것에서 볼 수 있듯, 구성원들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진정성 있게 말이다”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허 교수는 리더가 역할을 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여섯 가지 마음을 제시했다. 먼저 자존심이 있다. 이는 리더는 물론 조직구성원 모두가 스스로에게 조직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구성원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또 리더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조직구성원들을 바라봐야 한다. 아울러 변화에 대한 의지와 성실한 마음, 그리고 조직구성원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즐겁고 행복한 조직을 만들어 가는 리더가 될 것이다.
허남철 경기대학교 겸임교수
- 학력
경기대학교 대학원 졸업(경영학 박사)
- 현직 Youth Dream Mentor / 국제코치연맹 공인 전문코치(PCC)
- 경력 네트웍오앤에스(주) 대표이사(SK텔레콤 자회사)
SK텔레콤 인재연구원장, 인력관리실장, 사장실장, 스포츠단장(전무)
SK브로드밴드 경영지원부문장(전무)
SK신세기통신 인력관리실장(상무)
-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