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8호 이동윤 현대증권 지점장⁄ 2014.07.24 11: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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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더니 2014년 갑오년 말띠 해가 시작된 지도 어느새 반절이나 지났다. 예년보다 늦어진 장마가 물러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시작될 것이고 그 끝에 가을이 그리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올 한 해가 과거 속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바캉스 분위기에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상반기를 정리하고 남은 하반기를 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느 마디 시점이 되면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고 이루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행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이 비록 비루하고 속절없는 것이긴 해도 나아갈 바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자신이 살아온 세월이 잘 떠오르지 않는가? 혹은 자신이 행한 바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자신을 둘러싼 현재의 처지를 한번 살펴보라.
자신이 처해있는 지금의 상황과 처지가 스스로의 과거와 그 행적을 말해준다. “당신의 과거가 궁금하다면 지금의 처지를 살펴보라. 당신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지금의 행동을 살펴보라”는 불교의 금언은 언제나 진리이다.
월드컵 국가대표 축구팀의 충격적인 예선 탈락 후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참가가 선수들에게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접한 이영표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경험을 쌓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준비된 것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일갈했다. 맞는 말이다. 월드컵은 4년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세계인들 앞에 펼쳐 보이는 마당인 것이다.
홍명보호의 예선탈락은 온 국민에게 충격적인 것이었는데 그것은 그 결과도 그렇거니와 선수들이 보여준 형편없는 경기력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국민들이 진정 원한 건 승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경기운영과 게임에 임하는 강인한 투지였다.
세월호 참사로 가라앉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전시킬 결정적인 이벤트가 될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한국팀은 월드컵이라는 지상최대의 행사에 어울리는 걸출한 전사집단이 아니라 어리고 나약한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대표팀의 예선 탈락 이후 그 원인과 책임을 둘러 싼 많은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선수 선정, 전략 부재, 잘못된 전술 등에 대한 많은 지적이 있었고 비등한 비난 여론은 마침내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 부회장의 사퇴를 불러 왔다. 그 사이 홍명보 감독의 개인사가 들춰지기도 했고 선수 선발에 전근대적인 인연이 개입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도 꼬리를 물었다.
일단 상황은 그 정도에서 정리되는 모양새인데 냉정하게 보았을 때 어쨌든 현재 우리 대표팀의 곤궁한 처지는 전적으로 과거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대표팀의 미래 역시 현재 우리의 행동에 달려있다.
오늘 우리가 경제적으로 그리고 투자에서 곤궁한 처지에 몰려있다면 그것은 과거에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았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실기한 것이다. 반대로 현재 스스로 만족하며 축배를 들어 올리고 있다면 과거의 우리 노력이 치열했던 것이다. 미래에 탁월한 삶과 만족할만한 결과를 원한다면 현재 우리의 행동이 그만큼 치열해야만 한다.
- 이동윤 현대증권 지점장 (정리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