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덕을 쌓으면 대대로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 (적선지가 필유여경 積善之家 必有餘慶) 그러나 배려하고 베푸는 것에 인색하면 재앙이 닥친다. (적악지가 필유여앙 積惡之家 必有餘殃) 사람마다 유전인자는 다르지만, 덕을 쌓고 베푸는 건 살아가기 나름이다.
유전인자를 결정하는 DNA는 생명의 설계회로다. 1953년에 발견된 이중나선구조는 생명의 비밀이다. 요즘은 유전자형 차이로 신원을 확인한다. 재벌가 친자확인 소송에서도 DNA 검사는 단골메뉴다. 희비와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 증거다. 최근 전남 순천의 산기슭 메밀밭에서 농부에 의해 발견된 변사체가 DNA 검사에 의해 유병언 씨로 확인됐다.
유병언의 덧없는 종말…“생전 덕을 베풀었다는 얘기 없어”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은 불법과 탈법운항으로 무수한 승객을 희생시켰다. 희생자 대다수가 꽃도 피워보지 못한 고교생이다. 해경 등 국가 구조시스템 부재는 두고두고 천추의 한이다. 변사체로 발견된 지 40일 만에 DNA 검사로 신원이 확인됐다니, 검찰과 경찰은 죽은 유씨를 40일이나 쫓아다닌 셈이다.
‘유병언 미스터리’는 쉽게 풀리지 않을 듯하다. 검경에 유씨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공권력 포위망을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사망 원인과 행적, 운전기사 등 주변 인물, 가족의 동향 등도 의문투성이다. 부러울 것 없던 구원파 교주의 덧없는 죽음, 진상을 규명하는 게 최우선이다. 그래야만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다.
유씨는 살아생전 재물과 명예를 누렸다. 건강과 재물, 명예, 학식(健財官印)을 동시에 탐하긴 쉽지 않다. 자칫 욕심 부리다간 탈나기 십상이다. 기업이든, 오너든 나름 사회적 책임이 있다. 세월호 참사는 그렇다 치자. 과연 유씨가 사회적 책임에 부응했는지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기업과 개인의 사회적 책임 가운데 핵심은 기부와 자선이다. 기부와 자선은 ‘아름다운 중독’으로 불린다. 덕을 쌓고 베푸는 마음이다. 더불어 사는 가치이자 그늘을 보듬는 사랑이다. 배려와 낮춤이다. (하심 下心) 가진 자의 특권과 행세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다. 고사리 정성에 하늘도 감동하듯,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수적천석 水滴穿石)
‘기부의 왕’ 빌 게이츠 “기업의 사회봉사는 책임 아닌 의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최근 눈에 띠는 뉴스가 있다. 기부의 왕으로 불리는 빌 게이츠가 가장 좋아하는 경영서적에 관한 거다. 43년 전에 절판된 책을 게이츠가 살려냈다고도 한다. 책이름은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 빈부격차를 극복하는 기업의 사회봉사를 책임수준에서 의무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이츠는 기부의 왕이다. 지금까지 30조원을 사회에 내놨다.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13년 연속 지키고 있다. 부자의 기부도 쉬운 건 아니다. 덕을 쌓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게이츠보다 25살 많은 워런 버핏이 게이츠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빌려줘 화제를 모았다. 버핏도 기부서약 운동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존 브룩스는 기자출신이다.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각종 경영사례 12개를 소개했다. 경영의 비법 대신 인간의 본성을 담았다. 그는 ‘경영자에게는 좋은 물품과 완벽한 생산라인이 중요치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리더십’이라 했다.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4 한국부자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 0.33%가 전체 금융자산의 14%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상위 10% 소득비중이 전체의 45.1%다. 소득불평등이 세계 최고수준인 미국(48.16%)에 육박한다. 유병언 씨의 비참한 몰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빌 게이츠, 둘 사이에서 기부와 자선의 교훈을 새삼 얻는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