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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섭 대기자가 만난 사람 - 서영교 의원]“진실규명과 고강도문책이 병영문화 개선의 시작”

“군대는 장병을 고객으로 생각해야,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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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1호 심원섭 기자⁄ 2014.08.14 09:01:20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최근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에 대한 집단 폭행과 가혹 행위로 인한 사망사건은 잔혹한 범죄 행위로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폐쇄적인 집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끔찍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이나 사회문화적 환경을 논하지 않더라도 국방부의 안일한 대처와 폐쇄성이 반복적인 사고의 1차적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방부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만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단순히 가해자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가해자들이 방치되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대물림되는 군병영 문화가 문제다.”

윤모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난 8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신랄하게 비판한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CNB저널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서 의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국가에 대한 의무만을 강조할게 아니라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나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강도 높은 문책이 병영문화 개선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6일 육군 논산훈련소를 갔다 왔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최근의 사태로 인해 자식을 군대에 보낸 대한민국의 수십만명의 부모들이 자식들 걱정에 안절부절 못 할 때인데 우선 그 소모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논산훈련소에 가봤다. 가보니 군대가 장병들을 한 명의 고객으로 생각한다면 이 아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안심이 됐다.”


- 최근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사건이 어떻게 된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피해자 윤 일병은 지난 2013년 12월 입대하여 2014년 2월 18일,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 받은 후 2주간의 대기기간이 끝난 3월 3일 부터 사망하는 4월 6일 까지 매일 폭행과 욕설, 인격모독과 구타,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다. 그들의 폭행은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했다. 이는 명백한 살인행위이다.

가해자인 이모 병장과 지모 상병은 윤 일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검찰관은 우발적 사망사고로 보고 ‘상해치사’를 적용했다가, 여론이 들끓자 ‘살인죄’적용을 검토한다고 한다. 지속적인 집단 폭력을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 군에 어떻게 우리 자식들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군대에 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자식을 맞이해야하는 참혹한 현실 앞에 어떻게 국가를 믿고 아이를 맡겨달라고 얘기 할 수 있겠나. 저도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써 참담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 윤모 일병 사망사건을 비롯해 병영의 악성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지난 6월 30일 한민구 국방장관 취임을 전후로 육군 22사단의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6월21일), 3사단·22사단 관심병사 자살 사건(7월27일), 28사단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 사건까지(7월31일)이 군대 내 악성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특히 윤 일병 사건의 잔혹한 범죄 행위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폐쇄적인 집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끔찍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이나 사회문화적 환경을 논하지 않더라도 국방부의 안일한 대처와 폐쇄성이 반복적인 사고의 1차적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방부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만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가해자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가해자들이 방치되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대물림되는 군 문화가 문제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국방부의 윤모일병 폭행치사 사건 긴급 현안보고에서 윤일병의 폭행당한 사진을 보여주며 한민구 국방장관을 질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는가.

“군 당국이 70~80년대 구타 관행을 뿌리 뽑고자 병영 문화 개선 조치를 내놓은 지 15년이 지났지만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군대의 고질적인 악습은 대물림됐고, 범죄 행위는 더 은밀하고 잔혹해졌다. 군 인권 센터에서 발표한 ‘군 인권 실태 연구 보고서’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사 305명 중 ‘군대 내에서 구타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8.5%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 조사 때보다 2.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구타와 가혹행위가 주로 문제가 된 과거와 달리 2000년대 이후로는 폭언과 욕설, 따돌림과 성희롱 등의 사건이 불거졌지만 군은 사회 전반의 인권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혹 행위를 당하거나 목격한 병사들로부터 신고(보고)를 기다리는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고질적인 군내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 이런 사태를 방지할 대책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군 간부와 병사들 간의 전우애와 규율은 군대를 유지하는 양대 요소인데, 지금의 우리 군은 내부 폭력과 잘못된 악습 때문에 둘 다 무너지고 있는 상태다. 지금 정부와 군에서 얘기하는 △관심병사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검토 △사병 전역자도 참여하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운영 등의 수준의 정책은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을뿐더러 새롭지도 않은 것 같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낡은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군대 의식변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일반 사병을 지휘 감독할 책임이 있는 하사관들이나 장교들에 대한 인권의식 개선을 물론 군대 내 복지정책 등 포괄적인 방법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지난해 야당 의원들 주도로 발의됐다가 여당과 국방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군인지위향상에 관한 기본법’ 법안도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 일명 군인권법으로 ▲병사 개인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폭언·폭행·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보장 ▲언론·출판의 자유 ▲인권 교육을 받을 권리와 의무 ▲군사옴브즈맨 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국가에 대한 의무만을 강조할게 아니라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나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강도 높은 문책이 병영문화 개선의 시작이 될 것이다.” 


- 한민구 국방장관이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군 보고체계 허점에 은폐의혹까지 있는 것이 아닌가.

“법사위 현안질의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이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는 답변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건을 인지한 것이 7월 31일이라는데, 자체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에서 발표하고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인지했다는 설명이다. 군 보고체계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은폐로서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고 있는 김관진 전 장관은 4월 11일부터 15일까지 ‘특별 군 기강 확립 대책회의’를 개최했고, 6월 9일에는 35년 만의 육군참모총장에 의한 ‘폭행·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육군 일반명령’을 발령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김 전 장관이 구체적인 폭행경위를 몰랐을 리가 만무한 데도 불구하고  사건 초기 모든 보고를 받았던 김 전 장관이 했던 조치는 슬그머니 연대장 등 몇 명을 보직 해임하는 것 뿐이었다. 이것은 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인 축소은폐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육군참모총장이 책임졌으면 책임을 다 진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21세기에 벌어질 수 없는 야만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하면서도 ‘김관진 책임론’을 야당의 정치공세로 일축하는 정부여당의 이중적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이는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혼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도로 덮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 군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는가.

“‘아직 수사 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지 않았다면 봐주기식 수사 관행이 되풀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전임 장관인 김 안보실장이 사건 발생 다음날 보고를 받고도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군 수뇌가 8월1일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쉬쉬했다는 것인데 수사가 제대로 됐을 리가 없다.

특히 윤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지휘 책임이 있는 간부 17명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자신들을 변호하기 위해 사건을 최소화하도록 군사법원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17명의 소속부대인 28사단에서 재판을 할 것이 아니라 상급부대로 옮겨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난 법사위 회의에서 주장한 바 있다. 사건의 위중함에 따라 상급부대로 관할군사법원을 옮기는 것은 앞서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있었던 사례다.

그러나 이것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군대 사법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군대 사병들 간 범죄는 ‘담당 간부 인지→헌병대 인계→군 검찰 기소→군 법원 재판’으로, 일반적인 형사 사건 ‘경찰 입건→검찰 기소→법원 재판’ 절차보다 1단계가 길다.

담당 간부가 구타와 가혹행위를 헌병대에 인계하지 않거나, 헌병대가 지휘관 책임을 덜고자 검찰에 넘기지 않으면 그대로 은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 일병 역시 1개월간 폭행과 가혹행위의 피해를 받았지만 담당 간부가 이를 묵인 동조하면서 죽음에 이르렀다.

일반인들은 누구에게 맞으면 경찰에 신고라도 하지만 군인들은 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또 신고를 한다 해도 군 검찰 및 군사법원의 사법처리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재판결과로 나온 형량을 낮출 수 있는 제도인 ‘관할관 확인조치권’까지 더해지면 재판 결과 역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것이 미국, 영국 등을 제외한 선진국들이 군사법원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국방부장관이 군사법원의 행정사무를 지휘감독하는 동시에 군 검찰사무도 함께 지휘감독하고 있는 현재 구조로는 군내 발생하고 있는 폐쇄적 재판 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이춘석 의원과 공동발의로 군사법원법 및 법원조직법 개편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방부 소속의 특별법원으로 되어 있는 군사법원을 사법부 내 특수법원으로 개편하고 일반법관으로 하여금 군사재판을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군 사법제도의 권력분립의 원칙을 실현하고 군인들의 재판받을 권리 및 인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의 법안이 통과되면 군대 내 악습을 철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법안 통과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심원섭 기자와 대담 중인 서영교 의원(왼쪽). 사진 = 안창현 기자


- “16명 간부에 대해 사법조치 해야 한다”며 특검을 주장했는데.

“사건은 벌어졌고, 피해자가 생겼지만 그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정부여당은 ‘인사책임’에 대해서는 아무 답변이 없다. 근본적 해법은 ‘교육환경 변화’라고 말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문제든 자신의 위치에 따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과정에 있어 정확성이 생기는 법이다. 청와대도 국방부 해명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엄격한 조사를 통해 김관진 전 장관 등 관련자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것이 다른 사건을 막는 가장 1차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는 데 발뺌하고 있다.

그래서 진짜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정치적인 사건만 특검을 할 게 아니라 진짜 밝혀낼 것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해서 특검을 주장했다. 이럴 때 여야가 합의해서 특검으로 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 의문시 되는 사건이나 상사에게 문제를 지적해내는 것은 민간검찰이 수사해서 민간법정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군 사법기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특검도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여론화되면 여당에서도 막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 보호관심병사 관리시스템 개선 등 체계적인 병력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가.

“현재 관심병사 관리시스템은 대책없는 낙인찍기가 돼가고 있다. 병사들은 징병검사와 신병교육대(전입 2∼3주 후), 이병 및 일병(반기 1회), 상병 및 병장(연 1회) 시절에 인성검사를 받게 되는 데 이때 관심병사 여부가 식별되는데, 판단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보호관심병사제도는 2005년 6월 연천 GP총격사건이 생긴 후 군대에서 관심을 가져야할 병사를 선별하고 관리하기위해 마련된 제도다. 당시 국방부는 인성검사 강화를 통한 부적응 병사 관리 강화, 민간 전문가에 의한 장병 상담관 제도 신설 등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지만 9년여가 흐른 지금도 부적응 병사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결손가정이나 경제적 빈곤 가정 출신이 왜 B급 관심병사인지 허약체질자가 왜 관심병사로 분류되는지 뚜렷한 근거도 없이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보호와 관리라는 애초의 취지에 맞지 않게 ‘문제병사’라는 낙인만 찍히게 된다. 해당 장병의 개인정보의 철저한 보안과 상급자의 지속적인 상담이나 치유 프로그램은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왕따’병사를 만들어 내는 제도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국민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지금 군에 보낸 60만 장병들의 부모가 다 불안할 때인데 그것을 이번기회에 확실하게 뿌리 뽑지 않으면 국민들은 군을 신뢰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이 문제들을 이슈화해서 해결해야 된다. 물론 우리나라 같이 분단국가에서 군대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젊은이들에게 국가를 위한 충성심과 자기의 내면에 갖고 있는 능력을 충분히 생산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믿어 달라.”

- 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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