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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섭 대기자가 만난 사람 - 김태훈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장]“보좌관은 충신(忠臣), 간신(姦臣) 아닌 양신(良臣)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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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3호 심원섭 기자⁄ 2014.08.28 08:58:26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국회의원 ‘비서’라는 호칭을 없애고 싶다. 국회의원을 보좌하며 정책을 담당하는데 ‘비서’라니 어색하지 않는가. ‘정책비서’라는 말, 어색하기 짝이 없다. 각자가 대의기관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격을 스스로 낮추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3일 역대 최다 득표로 선출된 김태훈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장(주호영 의원 보좌관) 은 8월20일 CNB저널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첫 번째 공약을 내놓았다.

이어 김 회장은 “‘관’이라는 표현은 벼슬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쓰이고 있다”면서 “국회의원 보좌진들의 역할과 기능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호칭을 개선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김 회장은 새정치민주연합 보좌진협의회 박도은 회장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보좌진 면직 예고기간에 대해서도 “보좌진도 가정이 있는 국민이자 생활인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격적인 대우와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기간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채용한 인력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하면서 2개월이라는 시간보다는 의원들이 가져야 할 책임감에 방점을 뒀다.

또한 김 회장은 “보좌진의 입장에서 국회의원은 살아 움직이는 벤처기업이다. 의원이 대박 나면 우리도 대박 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성을 다해 보좌하길 바란다”며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은 경북 성주 출생으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특전사 장교로 군복무 한바 있다. 다음은 CNB저널과 일문일답이다.


-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장에 취임한지도 두 달이 다 돼 간다. 뭔가 변화가 있었는가.

“우선 집행부를 꾸렸다.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새보협)는 여당의 국회보좌진 1400명으로 구성된 큰 단체인 만큼 민주적이고 투명한 조직운영을 위해 직급·직책과 지역, 성비를 고려해 균형있게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또 딱딱한 느낌의 협의회 사무실을 누구나 와서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기대해 달라”


-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됐는데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평소에 후배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던 것이 원인이었던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은 형, 좋은 선후배가 되어 줬던 게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제가 의원회관에서 커피를 내리는 내공이 좀 있는 편이다. 7년 전 우연한 기회에 친한 친구로부터 사사 받았는데 그동안 동료보좌진, 국회출입기자, 방문공무원들, 민원인들에게 적어도 수천 잔은 내려드린 것 같다. 커피를 마신 분들 중 자발적으로 커피 값을 내시는 분들이 있어서 한 달에 3만원  정도 유니세프, 사랑의 열매 등에 기부도 하고 있어 일석이조다.

더 맛있게 더 정성껏 내려주기 위해서 커피강의도 찾아 듣고 도서관에서 커피 책도 여러 권 읽었다.

특히 제가 모시고 있는 주호영 의원님께서는 국회에서 ‘다도신공’으로 소문나 있는데 저하고 잘 맞는 것 같다. 주 의원님께서는 차로, 저는 커피로 소통하니까 찾아오는 손님들도 참 좋아한다. 

새보협 회장이 된 후 매일 3~4개 의원실에 직접 핸드 드립한 커피를 서브하고 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서 저도 기분이 좋다. 역대 최대득표의 요인은 결국 ‘꾸준한 소통’이었다. ‘평소에 잘해라’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 회장 출마 결심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후배들에게 뭔가 하나라도 남겨주고 싶어서였다. 국회보좌진들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고 또 가정이 있는 직장인이다. 보좌진들이 법률이나 신분상으로 볼 때 노동조합을 조직하기는 어렵겠지만, 결국 모든 조직의 장은 구성원을 위해 일하는 자리니까 새보협회장이라면 적어도 노동조합에 준하는 활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14년간 보좌진으로 근무하면서 스스로 느낀 점, 그리고 선후배, 동료들과 같이 동고동락하며 나눈 대화로 공약을 만들었고 좋은 반응을 일으켜 최다 득표를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 ‘당신의 힐링캠프가 되겠습니다’는 슬로건으로 색다른 홍보전을 펼쳐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았는데 어떻게 힐링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대한민국 직장생활이 다 팍팍하고 힘들다. 어느 직장인들 편한 곳이 있겠냐만 국회보좌관의 업무강도가 살인적이기로 유명하다. 상시국회, 정책국회가 되면서 요즘은 시즌도 없고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한테 거창한 공약이나 군집형 행사보다는 힐링이 되고 휴식이 될 만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품추첨형 체육대회, 워크샵을 폐지하고 대신 20~30명 규모의 힐링캠프를 자주 열어주겠다고 공약했다. 저의 두 번째 공약이다.

지난 8월 8일날 제1회 힐링캠프로 북한산 진관사에 다녀왔다. 30명이 참가했는데 같이 산사에서 하룻밤 묵었다. 회원들 모두 정말 힐링 됐다고 말하더라.

국감이 끝나면 적당한 시기에 숲이 우거진 곳을 찾아 가족오토캠핑을 열어줄 생각이다. 특히 요즘 인기있는 글램핑, 카라반도 생각 중이다. 

겨울에는 최근 KBS 대하사극 드라마 ‘정도전’을 쓴 정현민 작가 등 명사를 초대해 마음의 양식도 채워줄 생각이다. 정 작가가 황동연 수석부회장(박인숙 의원실)과 절친한 사이라 얼마 전 접촉을 하였고 언제 할 지 날짜만 남겨놓고 있다.”


- 여러 가지 공약 중 이것만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공약이 있다면,

“국회의원 ‘비서’라는 호칭을 없애고 싶다. 국회의원을 보좌하며 정책을 담당하는데 ‘비서’라니 어색하지 않는가. ‘정책비서’라는 말, 어색하기 짝이 없다. 각자가 대의기관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격을 스스로 낮추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는 2010년 이미 6급 이하 공무원의 9급 서기, 6급 주사 호칭을 주무관으로 바꿨다. 또 많은 공공 및 민간 부분에서도 협력관, 조사관, 법제관, 연구관, 부사관 등 ‘관’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국회사무처 8급 공무원이 법제실에 근무하면 법제관이 된다. 외교부 직원들은 7급부터 서기관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국회만 바꾸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국회 여비서, 수행비서라는 호칭은 국회의원의 이미지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국회보좌시스템의 특성상 비서관과 비서 간의 계급의식이나 업무상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행정비서가 5급비서관인 경우도 있고 9급비서가 정책을 담당하는 의원실도 있다.

행정부처의 계급구조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런 행정부처가 먼저 호칭을 개선했다. ‘관’을 어느 직급부터 써야하는 지, 왜 그래야하는 지 합당한 이유가 없고 또 현대사회에서 ‘관’은 계급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름을 높여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유없이 하대한 것을 고쳐달라는 것이다.  

원안대로 ‘비서’ 호칭을 ‘비서관’으로 통합하느냐 아니면 정부나 지자체처럼 ‘주무관’ 등으로 하느냐 하는 것과 이번에는 7급까지만 비서관으로 하고 이를 시행해 보고 점차적으로 9급까지 개선하자는 의견이 있다. 이런 논의는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합리적으로 결정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법안 통과되면 대표발의하신 주호영 의원께서는 국회의원회관 역사에 길이 남으실 거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의원회관에서 ‘짱’ 먹는 것이다.”


-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보좌진협의회(새민보협) 박도은 회장과 함께 보좌진 면직유예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얘기 해 달라.

“제 공약이기도 하다. 박도은 비서관이 새민보협 회장으로 당선되고 나서 제가 먼저 만나자고 전화했다. 상의하는 과정에서 저는 국회의원 비서 호칭개선을, 박 회장은 보좌직원 면직 예고제도를 법제화해보기로 역할을 분담했다. 보좌진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가정이 있는 근로생활인이니까 적어도 면직을 하려면 한두 달 전에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건 상식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법안발의와 입법과정에서 양당 보좌진협의회가 서로 상부상조하면 좋겠다. 국가예산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리를 늘려달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김원섭 기자와 대담 중인 김태훈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장 사진 = 안창현 기자


- 보좌진들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보좌진들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보니 개인적으로 업무능력강화를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국회사무처에서 보좌진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참여도나 성과는 좋지 못한 편이다. 새보협은 이번에 정책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우리 스스로 연구모임을 만들어 소그룹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강화해 볼 생각이다. 저는 무겁게 거창하게 시작하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첫 출발은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자는 얘기다.

최근 의원님께서 ‘짐을 조금 가볍게 하면 십리를 더 갈 것이다. 그러나 욕심을 내서 짐을 지면 제 갈 길도 다 못간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마음 깊이 새기고 있다. 저는 우선 ‘독서모임’을 만들어서 한 달에 단행본 한 권이라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국회보좌진들은 출처불명의 수많은 찌라시에 지쳐있다. 좋은 인문서적 한 권 읽는 것도 정책역량강화라고 생각한다.”    


- 새민보협과는 어떻게 공조해 나갈 생각인가.

“새민보협 박 회장이 근무하는 김관영 의원실은 저하고 같은 층, 같은 라인에 있어 가깝다. 20미터 남짓이다. 날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자주 만나 상의할 생각이다. 회원들의 권익향상 문제는 새민보협과 새보협간 이견이 없지 않은가. 또 공약의 지향점도 같아 앞으로 잘 공조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계기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는가.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특전사에 지원해서 3년간 군복무를 했는데 발령지가 부천 소사구에 있는 9공수특전여단이었는데 그곳이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지역구였다. 동네에서 우연히 그 분의 선거공보물과 칼라시대의 흑백보고서라는 의정보고서를 보고 존경심이 생겼다.

그러고는 제대 후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학교게시판에 국회의정연수과정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합격해서 6개월간 국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때 보좌관, 비서관 선배님들을 보고 나도 국회보좌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국회의정연수를 마치고 공공기관에 취직하여 근무했는데 결국 국회로 다시 들어왔다. 정치인 김문수와 선배 보좌관의 잔상이 가시질 않아 결국 2000년 5월 16대 국회 개원 때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 그때 김문수 의원실과 다른 모 의원실에 합격을 했는데 다른 의원실에서 일주일 먼저 합격통지가 와 근무를 시작하게 되어 그토록 열망했던 김문수 의원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 당시 저를 좋게 본 분이 당시 차명진 보좌관으로 차 선배는 김문수 의원이 경기도지사가 됐을 때 지역구를 물려받아 재선까지 지냈다.”      


- 후배 보좌진들을 만나면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던데.

“국회보좌관이 되고자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우리가 보좌하는 국회의원은 살아 움직이는 벤처기업이다. 국회의원이 대박나면 우리도 대박난다는 심정으로 늘 정성을 다해 보좌해야한다.’ 는 조언을 해준다. 그리고 보좌관은 충신(忠臣)도 간신(姦臣)도 아닌 양신(良臣)이 되어야 한다. 충언역이(忠言逆耳)라지만, 충언을 영감 귀에 거슬리지 않게, 결국 영감이 나의 충언(기획안이나 제안일 수도 있다)을 기분좋게 따르도록 하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그게 한신 보다 장량이 뛰어난 이유. 이것도 7년 전 주호영 의원께서 제게 차를 우려주시면서 해주신 말씀이다.”  


-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관계가 여러 모습일 것 같은데 보좌관을 대표하는 회장으로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의원-보좌관 상이 있다면.  

“보좌관은 의원을 대통령처럼 섬기고 의원은 보좌관을 동지로 생각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보좌진들에게 존경받는 국회의원이 훌륭한 분이다. 직속 보좌직원을 함부로 대하고 쓰다버리는 사노비나 용병으로 취급한다면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다독거릴 수 있겠는가.

직속 보좌직원들에게 실제 어떻게 하느냐가 그 분의 민낯이고 속살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들한테는 평이 좋은데 보좌진들 사이에는 평이 안 좋은 의원들이 있다면 그 분은 어떤 분이겠는가. 국회의원의 속살을 보고 싶으면 회관평판과 전직보좌관을 취재해 보라. 특종 여러 개 나올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국회의원하시는 동안 단 한명의 보좌직원도 교체하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다.”


- 김무성 당대표가 지난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소속 보좌직원들에게 재밌는 선거운동을 펼쳤다던데.

“저한테도 ‘저도 비서출신입니다. 보좌진 여러분들의 마음을 잘 압니다’라는 카톡이 왔던 적이 있다. 이런 내용으로 천여 명의 새누리당 보좌진들에게 보낸 홍보메시지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단순히 국회보좌진들의 표심을 자극하려는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본다. 그리고 대표가 되셨다. 정치는 사람장사고 정치인은 선거로 말한다는 말이 있다. 국회보좌진들. 기본 석박사이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선거의 핵심자산이다. 10년 경력의 대학교수보다 10년 경력의 국회보좌관이 월등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보좌관을 잘 얻는 것이 남는 장사다. 좋은 보좌관이 좋은 비서관을 데려오고 또 키운다.”


-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사극드라마 ‘정도전’이 정치인과 참모,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관계를 잘 묘사했다고 하던데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장면들이 기억에 남았는가.

“자주 봤다. 이인임이 이성계와의 정치적 진검승부에서 패배해 유배를 가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인임은 정도전을 수하에 두고 있던 이성계를 향해 ‘정말 좋은 신하를 두셨소’라고 하니 이성계가 ‘내 신하가 아니라 동무이우다’라고 답한다. 이 모습이 바로 정치인과 참모, 국회의원과 보좌관 관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보좌관이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의원은 정몽주나 정도전 같은 보좌관을 찾아내거나 자신한테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지장(智將)보다는 덕장(德將)이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에게 당 소속 국회보좌진 천여 명은 더 큰 정치를 위한 강력한 미래군단이다. 이들은 책임당원이기도 하다. 이들의 마음을 사고 잘 활용하는 국회의원은 감히 대권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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