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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동희 서울성동제화협회 회장]중국산에 밀린 수제화산업, 자체브랜드로 제2의 부흥

성수동, 우리나라 수제화공장 80% 몰려…젊음의 에너지 넘치는 거리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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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4호 이성호 기자⁄ 2014.09.04 09:23:53

▲박동희 서울성동제화협회 회장. 사진 = 이성호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서울 성수동은 우리나라 수제화 산업의 최대 전진기지였다. 국내 수제화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호황기도 있었지만 경제 불황이 찾아왔고 값싼 중국산에 밀려나면서 점차 쇠락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희망’이라는 새싹이 조금씩 꿈틀거리며 자라나고 있다. 숨이 곧 넘어갈 듯 했지만 다시 되살아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명품 수제화거리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18년간 이 거리에서 수제화 공장을 운영한 박동희 서울성동제화협회 회장(57)은 기존의 OEM 방식에서 벗어나 판로를 확보해야만 살길이 생긴다는 판단으로 직접 뛰어다니며 소비자와 만나 ‘성수동=수제화’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있다. 수제화 장인들의 대가 끊기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좌충우돌 전국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성수동 수제화거리 알리기에 매진할 결과, 소중하고 값진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중이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2015년까지 성수동 교각 사이사이에 약 60~80여개의 수제화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수제화 장인들이 모여 만든 자체 브랜드(구두와장인)를 가지고 백화점·아울렛 등에 정식 매장을 입점하고 있다.

명품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성수동 수제화거리 제2의 부흥기 조성에 불씨를 당기고 있는 박 회장. 힘찬 발걸음으로 역동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성수동 수제화 역사를 알리는 성수역 조형물.


- 서울성동제화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성수동은 현재 우리나라 수제화 생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협회에서 DB를 구축해보니 약 504개 업체가 모여 있으나 사업자 등록증 없이 하는 경우도 많아 전체적으로는 600개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성수동 수제화 제조업체들은 OEM 방식으로 브랜드 대기업에 10년 전 가격 그대로 납품을 하고 있었다. 또한 어음을 받고 일해 오다 보니 이자 수수료를 내고 나면 실질적으로 소득도 안 잡히고 점점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이에 지난 2009년 10명 미만의 소공인들이 생존을 위해 모여 만든 조그마한 비영리단체가 서울성동제화협회다.

함께 뭉쳐서 우리만의 품질 있는 브랜드, 성수동을 알리기 위한 시발점이 된 것이다. 회원수는 약 200여명으로 이중 36명 정도가 실질적인 정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준회원은 160여명이다. 현재도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협회는 까다롭다. 각종 판매 행사 등에서 제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중국산을 가져와 판다거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탈퇴된다. 왜냐하면 성수동 수제화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일단 품질이 우선이기에 철두철미하게 지키고 있다. 또한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데 정회원으로 있는 경우 회장이나 간부직으로 추대를 못 받는다. 이유인 즉, 예를 들어 제조를 안 하고 영업만 하는 분이 회장직을 맡게 되면 당연히 영업부문으로 협회 방향이 흐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성수동 수제화는 죽는다. 수제화 제조의 뿌리 산업을 지켜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회장·부회장을 맡고 관리직을 맡아야 된다는 것이 회칙으로 정해져 있다.

▲성수동 수제화 역사를 알리는 성수역 조형물.


- 성수동 수제화 알리기에 진력하고 있는데 성과는.

OEM 생산만 하지 말고 우리만의 고유 브랜드를 키워서 직접 고객들과 마주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성수동 수제화 알리기에 나섰다. 기술자 출신인 업체 사장님들은 자기가 만든 제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바꿔, 좋은 물건을 만들었다고 자화자찬에만 머물지 말고 소비자랑 직접 부딪혀 보자는 것이다. 그래야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이 어떤 것이고, 갈구하는 소재며 컬러를 알아야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불씨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역전에서 좌판을 벌여 홍보를 하기도 했었다. 이후  여기저기 연계를 해서, 지난해 봄 롯데백화점 잠실점 트래비 광장에서 1주일만 행사를 해달라고 부탁해 특별전을 열었다. 1주일 만에 무려 2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행사장에 수제화 업체 사장들을 전부 데리고 갔다. 직접 판매 해보라고 했다. 식구들까지 총 동원됐다. 공장에 있는 기술자들도 판매를 거들었다. 이곳에서 매출을 크게 올리니 사장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도 하면 되는 구나. 막상 부딪히니깐 용기가 생겨나게 됐다. 음지에서 물건만 만들 줄 알던 사람들이 바깥 세상에 한 발짝 나와 고개를 내밀 정도가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자신감이 생겨 전국 관공서 문을 두드렸고, 지방에 있는 백화점 등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60군데에서 판매 행사를 개최해 총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성수동 수제화가 질은 최고임에도 가격은 저렴하다는 것을 적극 홍보한 것이다. 똑같은 신발임에도 대기업 브랜드를 붙이고 안 붙이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시중에서는 우리가 제조해 납품하는 공장도 가격의 약 3배~4배 이상으로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즉 브랜드 값을 줘야 한다는 것으로 소비자가 비교를 해보고 판단을 하라는 것이다. 


- ‘구두와장인’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는데.

전국에서 행사를 하고 나서 느낀 것은 우리 소공인들만의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구두와장인’으로 올 2월에 온·오프라인으로 탄생했다.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구두 대비 40%가량 저렴하며 소비자들이 진짜 성수동 수제화를 믿고 살 수 있도록 누가 만들었는지 이력 조회 등이 가능한 품질 인증앱도 달았다. ‘구두와장인’의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난 3월 잠실 롯데백화점에 정식 매장을 열었다. 고양 롯데백화점 아울렛에는 오는 10월 오픈할 예정이며, 프리미엄 부산 아울렛에는 12월에 입점한다. 또한 부산 서면 지역 백화점에도 ‘구두와장인’ 매장이 들어서게 된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협회에 찾아와 매장을 하고 싶다는 분들도 생겨났다. 이에 최근 충청도 당진에 대리점도 열었다.

내수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게 되면 해외에 수출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아주는 후진국부터 진출해 단계를 밟아 나가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길이라고 본다. 충분한 개발력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수동 수제화를 알리면서 좀 더 좋은 신발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내놓고 싶다.

▲수제화거리를 알리는 벽화.


- 수제화거리라고 하지만 판매점들이 밀집해 있지 않은데.

영세 업체들이기 때문에 매장을 따로 낼 수 없어 사실 판로에 어려움이 많다. 서울시에서는 수제화의 메카이자 집적지인 성수동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일대 교각 사이사이의 서울시 땅을 임대해 매장을 열게 해 달라고 요청해 허가를 받아냈다.

현재까지 7개 매장이 오픈했고 2개 매장이 공사중이다. 내년 연말까지 총 60~80개 정도의 매장이 들어서게 된다. 보다 업그레이드된 수제화거리가 탄생되는 것이다. 신발 매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 층을 유입하기 위해 디자인 공방 쥬얼리 옷 모자 핸드백 먹거리 등이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신발만 사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모든 것을 세팅할 수 있게 거리를 활성화 시킬 요량이다.

우리나라의 손기술은 세계에서 자랑할 만한 수준이다. 어디가도 안 뒤진다. 단, 소재 개발이 이탈리아만큼 못 따라 간다.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없다 보니 기술력은 되지만 품질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개발, 공동자재 구입 ,공동생산 장소 등이 필요하다. 많이 힘들지만 장기전으로 멀리 바라보고 하나하나 진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 외국 관광객에게 한국 성수동하면 ‘수제화 명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고 그러한 거리로 만들고 싶다. 아울러 농축된 수제화거리의 기술을 젊은이들이 이어 받아서 신진 기업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의료패션 등에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꽤 있지만 신발부문에는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신발 디자이너가 외국에 활개치고 다닐 수 있는 그런 시대를 꿈꾸고 있다.

▲지하철 성수역에 설치된 전시물. 성수동이 수제화 산업의 전진 기지임을 알려준다.


- 후진양성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성수동 수제화 산업의 역사가 사라지면 안 된다. 현재 수제화 장인들이 고령화 돼 젊은 측에 속하는 나이가 50대 중반이다. 이분들의 대가 끊기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신발을 못 만들어 내고 전부 수입해 사 신어야 한다. 후진양성을 통해 뿌리산업을 지켜 나가야 하는 이유다.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기술전수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신진 기술자나 디자이너들이 많이 탄생해 향후 활기찬 수제화거리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바램이 있다.

매년 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과정에 100명 정도 신청하는데 장소가 협소하고 자금력 부족으로 30명만 선정해 교육을 시키고 있다. 100% 무료로 당초 4개월 과정이었으나 심화과정을 넣어 올해부터는 8개월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실 3년 정도 가르쳐야 신발의 완성도가 나오며 전문 기술자라 할 수 있다. 교육생들에게 더 많이 해주고 싶고 많이 가르쳐 취업을 시켜주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다 보니 가슴이 아프다. 따라서 향후 수제화 장인들과 함께하는 각 사업들이 잘되면 3년제 수제화전문대학을 설립하고 싶다. 이탈리아 장인 기업처럼 100년 200년 명성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훗날 한국에서도 수제화 명품이 탄생할 수 있게끔 토대를 만들고 싶다.


- ‘자립’을 강조하고 있는데.

중국산의 침투는 우리나라 수제화산업이 죽어가게 되는 원인이다. 저가 신발로 치고 들어오는데 당해낼 방법이 없다. 수제화 장인들의 현실은 실로 열악하다. 제조업이 외면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마땅한 판로도 없이 침체기를 맞았다.

자신감을 잃어버려 전부 움츠려 들었다. 일단 이러한 분들을 밖으로 끌어내 자부심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어내게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힘든 시기를 보내 온 만큼 기술자로서 조명을 받고 대우를 잘 받았으면 한다.

이에 판로를 많이 개척해서 우리 스스로가 일어설 수 있는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 정책에 마냥 기대서 살순 없다. 단체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특별히 봐 달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조금만 발을 디딜 수 있게 끔만 해주면 그 다음부터는 우리의 몫으로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수제화 입지를 어느 정도 쌓게 되면 이탈리아 신발처럼 고가로 해서 해외로 수출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살아날 길은 한국의 명품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 꿈꾸는 ‘수제화거리’의 모습은.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진짜 제대로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 외면당하고 소외당한 수제화 장인들이 판로를 찾아 희망과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 또한 거리의 모습은 첫째도 둘째도 젊고 활기차야 한다. 향후 젊은이들이 많이 들어와 장사·사업을 하고 재주·끼를 마음껏 펼치면서 고객과 호흡하며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밝고 젊음의 에너지가 넘쳐서 저절로 신이 나서 일하고 싶은 거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이곳에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한 수제화거리를 꿈꾼다.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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