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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 & 컨설팅 대표]노후준비 빠를수록 좋아 “실버타운은 비싸다는 선입견 버려라”

다국적회사 시장조사 전문가…로봇관련 프로젝트서 힌트, 실버타운 가이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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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5-396호 정의식 기자⁄ 2014.09.18 08:56:16

▲사진 = 이성호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의 고독사, 식사 문제 등 여러 애환이 알려지면서 그 대안으로 실버타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이한세 대표가 최근 실버타운 상세 보고서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를 집필했다. 지난 1년간 전국 30곳의 실버타운과 양로원을 직접 탐방해 67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엮었다. 이 대표를 만나 우리나라 노인 문제의 실태와 대책, 실버타운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가족관계의 양상이 변화하면서 노인 문제는 노인 자신은 물론 주위 가족들,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심각한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국가차원의 대비는 여러모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이 대표가 직접 나서 방대한 책을 내놨다. 

이한세 대표는 고려대학교 재학 중 호주로 유학을 떠나 서부호주대학교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주한호주대사관에서 상무관으로 일하며 호주 회사의 한국 진출과 한국 회사의 호주 진출을 도왔다. 그러던 과정에서 시장조사의 중요성에 눈을 떴고, 1999년 상무관을 그만두고 국제 시장조사 회사에 들어갔다.

2000년 초 시장조사 회사를 차린 후 과거 함께 일했던 싱가포르 동료와 함께 2002년 싱가포르 다국적 회사 스파이어리서치와 합병했다. 이후 이 회사의 한국지사장 겸 대주주로 일하고 있다. 스파이어리서치는 아시아 각국에 지사를 두고 시장조사와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시장조사 회사 대표가 노인문제를 연구하게 된 이유는?

2009년경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로봇 관련 프로젝트를 위한 시장조사 업무를 맡게 됐다. 흔히 생각하는 휴머노이드 타입이 아닌 로봇청소기 같은 기능 위주의 로봇 시스템이다. 로봇의 사용용도로 노인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검토됐고, 관련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여러 실버타운을 방문하다보니 노인 문제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조사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가족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이는 자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독사 문제의 심각성도 만만찮았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갑자기 변을 당한다면 2~3일 내에 발견되기 힘들다. 무엇보다 노인들은 고독사 그 자체보다도 그로 인해 자식들이 느끼게 될 심적 고통을 우려하고 있었다.

실버타운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완벽한 대안은 아니겠지만 옵션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를 집필하게 됐다.

개인적 이유도 있다. 아버지께서 심근경색이 있어서 수술을 받으셨다. 마침 실버타운을 고민하고 있던 터라 좋은 곳을 찾아 계약을 하고 입주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입주를 열흘 남겨두고 그만 급성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조금만 더 빨리 입주했었더라도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빠르게 받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

▲자료제공 = 스파이어리서치 & 컨설팅


- 실버타운은 양로원, 요양원들과는 어떻게 다른가?

흔히들 실버타운을 양로원, 요양원과 혼동한다. 실버타운은 법적인 용어가 아니다. 노인을 뜻하는 실버와 마을을 뜻하는 타운을 합한 말이다. 일부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이 이에 해당한다.

먼저 양로원과 요양원의 구분부터 해보면, 양로원은 주거시설이다. 노인들이 사는 곳이다. 요양원은 아픈 사람이 가는 의료시설이다. 스스로 식사와 배변을 해결하지 못하는 분은 양로원에 갈 수 없고 요양원으로 가야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상당수 요양원, 요양병원이 자신들을 실버타운이라는 용어로 광고하고 있는데 이건 잘못된 것이다. 실버타운이 법적으로 정의된 용어가 아니라서 발생한 문제다.

한편 양로원은 무료와 실비, 유료로 나뉜다. 무료 양로원은 자격요건이 있다.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수급대상, 보호자 없는 사람 등으로 정부가 결정한다. 정부 비용이 한계가 있으니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생각만큼 열악한 것은 아니다. 실비 양로원은 본인이 2~30%, 정부가 7~80% 부담해서 운영되는 양로원이다. 역시 중산층이 들어가기는 어렵다.

유료 양로원은 정부보조가 없다.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갈 수 있다. 돈을 받다보니 무료나 실비 양로원에 비하면 여러모로 고급스럽다. 이들 유료 양로원들이 대개 실버타운으로 구분된다. 책에서 30곳을 소개했다. 이 중에 노인복지주택이라 하여 노인들이 살 수 있는 주거지가 전국에 23곳 있는데, 책에서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17곳만 소개했다.


- 실버타운이 전국에 30곳 밖에 안 되나?

그렇다. 100명 이상 수용인원 규모에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춰 실버타운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은 30곳 밖에 안 된다. 그 중에서도 2~3곳은 수준이 조금 떨어진다. 책에서 소개 못한 곳도 더러 있는데 젊은 사람들도 입주시키는 등 파행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전에 신고된 복지주택은 주거 또는 등기이전의 연령제한이 폐지됐다. 때문에 2008년 이전 신고된 실버타운 중 분양이 안된 일부는 젊은 사람들을 입주시켜서 물이 흐려졌다. 약 6곳 정도 되는데 그런 곳은 책에 소개하지 않았다.

소개된 곳은 모두 최소한의 시스템은 갖춘 곳들이다. 좋게 평가한 곳도 있고 나쁘게 평가한 곳도 있으나 홍보나 폄하를 목적으로 쓰지 않았다. 각 항목별로 등급을 나눴다. 그것을 기준으로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는 게 좋다.
총 30개 실버타운의 입주보증금과 월 생활비, 위치 및 주변환경, 식사, 생활편의 서비스, 의료서비스, 입주세대 내부, 주요 부대시설, 프로그램, 보안 및 안전, 입주자 성향과 분위기 등 11개 항목에 대한 분석과 항목별 평가를 실었다.


- 입주보증금, 생활비 등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실버타운에 대한 여러 오해가 있다. 적어도 1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입주할 수 있는 최고급 노인호텔이다, 매달 500만원에 달하는 엄청난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등 잘못된 지식과 정보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 일부 특권층이나 부자들만 이용하는 VIP 시설로 오인돼 왔다.

실버타운의 입주보증금과 생활비가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다. 그냥 일반 주거시설이나 아파트라고 보면 된다. 서울에 있는 곳은 비싸고 지방은 저렴하다.

입주보증금은 보통 1억원에서 3억원대로, 수도권 거주자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해당 아파트 전세비와 비슷한 면적의 실버타운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입주보증금은 전세와 마찬가지로 퇴소 시 전액 돌려받게 된다.

월 생활비는 관리비와 식대, 냉난방비, 전기료, 수도요금 등 공과금, 건강상담, 물리치료실, 헬스장 이용료 등을 모두 포함한 기본 생활비를 말한다. 저렴한 곳이 5~60만원, 비싼 곳은 2~300만원까지 분포했다. 평균적으로 100~150만원선이다.

월평균 100~150만원씩 생활비가 든다고 하면 서민들에게 부담스런 금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아파트에 생활하면서 실버타운 수준의 부대시설 이용과 건강상담, 의료서비스,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긴 어렵다.

또 생활비가 저렴한 곳은 음식이나 생활의 질도 낮을 거라 오해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음식과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 특히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서인지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다. 비싸다고 다 좋다고 할 수도 없다. 자신에게 맞는 곳이 중요하다.

어떤 시골 분들은 고급 레스토랑을 불편해한다. 반면에 어떤 고급 실버타운은 입주자들이 대부분 정계 은퇴자나 교수, 기업인 등이다. 그분들의 문화에 맞게 식사나 모든 것이 세팅된다. 이런 곳에 시골생활만 하시던 분이 가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어울리지 않는 곳을 갈 필요는 없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곳에 가야 한다.

이를테면 창녕의 더케이서드에이지는 교원공제회가 만든 곳이다. 교직원 출신들이 가면 말 통하는 친구들이 많아 좋을 것이다. 천주교 신자라면 김천 월명성모의 집을 추천한다. 멀지만 비용이 가장 저렴하다. 인천의 마리스텔라는 좀 더 비싸지만 수도권이라 좋다. 이렇듯 종교나 직업, 성향, 경제력 등 자신에 맞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사진 = 이성호 기자


- 실버타운 노인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인가?

높다. 일단 식사 문제 해결이 가장 큰 메리트다. 노인분들께 물어보면 다들 차려주는 밥 먹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한다. 노인 세대의 영양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냉장고에 음식재료가 쌓여있음에도 영양실조에 걸린 분들이 많다. 무엇보다 여성 노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남편에게 밥 3끼 차려주는 문제였다.

이런 분들에게 매일 전문 영양사가 설계한 저염·저지방식이 제공된다. 뷔페식도 있고 일반 배식 형태도 있다. 식대는 끼니 당 최저 2000원에서 최고 1만원까지 분포해있지만 보통 4~5000원 정도고, 일반 식당에 비하면 가격대 만족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두 번째 장점은 여가와 취미 생활이다. 단체 생활 속에서 대화를 통해 친구를 만들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게 된다. 연애 감정을 다시 느끼는 분들도 많다. 젊은 층처럼 활발하게 대화하고 어울리다보니 청춘을 다시 찾게 된다.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이 있어 취미활동을 도우며, 사회복지사가 있어서 상담도 가능하다.

응급처치가 가능한 전문인력이 항시 대기하므로 고독사 같은 문제가 없고, 이상상황 발생 시 빠르게 대처가 가능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장점이다.

보통 입소한 노인 분들이 처음 3개월 정도의 적응기간을 거치는데, 이 기간을 넘긴 분들은 대부분 퇴소하지 않는다. 물론 단체생활에 익숙치 않은 분들은 조금 힘들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4~50대가 되면 부모님은 대개 7~80대가 된다. 대부분의 부모님이 혼자 살거나 아프시게 된다. 돈이 있건 없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이런 때 잘 모르면 같은 돈으로 훨씬 괜찮은 곳에 갈 수 있음에도 허둥대다 아무데나 가게 된다. 이 책이 그런 고생을 줄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뭐든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실버타운도 신청만하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어떤 실버타운은 공실이 아예 없고, 어떤 곳은 청약 후 6개월을 기다려도 자리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기 실버타운이 비슷한 상황이니 사전에 자신에게 맞는 곳을 알아두고 대기하는 게 좋다. 특히 4~50대라면 천천히 알아봐도 되겠지만 60세 이상은 지금 당장 정보수집에 나서길 권한다.

건설회사나 정부는 실버타운이나 실버형 노인아파트 같은 노인들이 편하게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좀 더 검토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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