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5-396호 김헌률 HMC투자증권 부장⁄ 2014.09.18 08:56:37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도시의 거리는 번잡하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소란스럽고 어지러운데 특히 건물 벽을 빼곡하게 메운 상점의 간판 때문에 더 번잡스럽게 느껴진다. 나 여기 있노라고 혹은 나 좀 봐달라고 그야말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간판의 크기는 국민소득에 반비례한다는 어느 사회학자의 지적도 있거니와 선진국일수록 간판의 크기가 작고 그에 따라 거리의 분위기 또한 차분해지는 것을 보면 우리의 간판 역시 국민소득의 증가에 맞춰 차츰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간판이 작아지는 경향은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되겠지만 그 자연발생 시점을 조금 더 앞당길 요량으로 정부에서는 규범을 만들어 강제하고 있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도시 미관을 이유로 간판의 크기를 작게 강제하고 있다. 특히 상가가 밀집된 대로변은 작아진 간판으로 인해 미관이 훨씬 정돈되고 세련된 느낌을 받는다.
간판이 작아진다는 것은 어떤 사회적 함의를 갖는 것일까?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구성원들의 교양 정도나 의식 수준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간판이 작은 선진국의 경우에 구성원의 목소리 또한 작다.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자동차 경적 소리조차 없다. 그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 그리고 주변을 먼저 생각하는 교양의 발로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젠체하는 것은 아니다. 화내야 할 때 화내고 부당한 일을 당하면 앞에 나서서 호소하고 주변의 곤궁을 발견하면 먼저 움직인다. 고양된 시민의식이고 이것이 모여 진정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고 몰상식이 배척당하는 게 인문주의적 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시민사회는 일견 유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위기가 닥쳤을 때 지구 상 어느 곳보다 똘똘 뭉쳐 위기에 대응한다. 위기는 공동체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주식 중에서도 소란스럽고 번잡한 종목이 있다. 요란한 빈 수레처럼 실속은 없이 겉만 번드레한 종목이다. 유행에 휩쓸려 중구난방 널뛰지만 묵직하진 않다. 촉새처럼 가볍게 널뛰며 귀 얇은 사람을 현혹한다. 그 종목에 미혹된 사람은 끝내 패가망신한다. 이러한 종목을 시장에서는 잡주라 통칭한다.
반면에 우공이산처럼 묵직한 종목도 있다. 노인이 묵묵히 이 땅의 흙을 옮겨 끝내 저 산을 만들어 내듯 묵묵하고 꾸준하게 성장하는 종목인 것이다. 그 움직임이 더디고 가볍지 않아 크게 주목을 끌거나 화제가 되지는 못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우직하게 나아가는 종목이다.
개인투자자는 무조건 이런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가늘고 길지 않고 굵고 짧지 않은 종목. 그래서 굵고 기다란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경박하지 않고 우직한 종목이다. 이런 종목은 굼떠서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최종적으로 승리한다. 하루 이틀 투자하고 그만 둘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무조건 이런 종목에 배팅해야 한다. 그것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 김헌률 HMC투자증권 부장 (정리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