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성태 GGI C&D 대표이사]“창조 아이디어로 필리핀 홀렸다”
필리핀 마닐라시 가로등 광고 전광판, 창조경제와 맞물려 관심
▲GGI C&D 조성태 대표. 사진 = 정의식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박근혜 정부의 국정 핵심과제는 창조경제로 요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구축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닌 가벼운 발상의 전환이라도 수많은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GGI C&D는 발상의 전환을 실행에 옮긴 창조 기업이다. 길거리 가로등에 광고용 전광판을 넣는다는 색다른 발상을 했다.
이 아이디어에 매력을 느낀 필리핀 마닐라시는 지난해 9월 GGI C&D와 MOA(Memorandom of Agreement, 합의각서)계약을 맺고 가로등 전광판 사업권을 향후 50년간 GGI C&D에 주기로 했다. 필리핀의 다른 도시와 괌 등 가로등 전광판 사업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도시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디어 하나로 필리핀을 반하게 만든 GGI C&D의 조성태 대표이사를 CNB가 만났다.』
- GGI C&D는 필리핀에서 유명하겠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회사 소개를.
우리 회사는 광고 매체 사업을 하는 회사다. 작년에 필리핀 마닐라시와 가로등 설치 사업과 관련한 MOA를 맺었고, 올 2월에 국제 공항이 있는 파라냐케시와도 가로등 설치 사업 계약을 맺었다. 마닐라와 계약한 것은 필리핀에 가로등을 설치해주는 대신 가로등에 있는 전광판 광고 사업권을 50년간 우리 회사가 독점하기로 했다. 공사비는 1500억원이 투입되지만, 광고사업권을 통해 1년에 2000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파라냐케도 공사비가 1000억원 정도 들어가지만, 광고 수익은 마닐라와 같이 2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 마닐라시에는 기존에 가로등이 있었다. 마닐라시에서 가로등을 새로 설치하려는 목적은.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해, 전기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필리핀의 전기세가 비싸다. 우리나라의 4배다. 현재 마닐라시는 가로등 전기세를 감당하지 못해 160억 정도로 체납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에 전기가 들어가는 가로등은 철거하고,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GGI C&D는 마닐라시에 가로등 1만개, 광고판 2000개를 설치하고 파라냐케시에는 가로등 5000개, 광고판 2000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GGI C&D가 마닐라시에 설치하는 태양광 가로등에는 특이한 게 있다. 가로등에 LED 전광판이 달려있는 것이다. GGI C&D는 향후 50년간 이 LED 전광판을 통한 광고 사업권을 독점하게 된다.
- 가로등에 LED 전광판을 설치하는 것은 색다른 아이디어다. 어떻게 이런 구상을 하게 됐는지.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면서, 국내 여러 업체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LED 업체에서 수출을 하고 싶다는 요청도 있었고, 태양광 전지 사업을 하는 업체에서도 연락이 왔다. 그래서 LED와 태양광 전지를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언가를 고민했다. 이걸 합치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온 게 태양광 가로등에 LED 전광판을 다는 것이었다. 현재 SK텔레콤과 포스코가 마닐라시 가로등 설치 공사를 맡았다. 여기에 국내 LED와 태양광 관련 중소기업 10여개가 설치 공사를 지원하게 된다. 현지 광고에 대해서는 LG전자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광고와 관련해, 상당 부분 이야기가 진전이 된 부분이 있다.
▲필리핀 마닐라 시에 설치된 태양광 LED 가로등의 모습.
- 가로등 광고만을 통해 2000억원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배경은.
일단 필리핀은 TV 광고가 비율이 높다. 하지만 필리핀 자체가 TV 보급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TV 광고가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TV가 있는 사람들도 하루 TV 시청 시간이 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대신 가로등 광고는 노출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사람들이 차량이나 도보로 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출 효과가 커지는 것이다. 현재 옥외광고는 대부분 현수막을 걸어서 광고를 한다. 우리 회사의 가로등이 설치되면 이런 것이 없어질 것이다. 현재 필리핀 광고 시장 규모가 2014년 기준으로 6조5000억원 가량이다. 우리나라 광고 시장이 8조9000억원인데, 규모 면에서도 작은 시장이 아니다.
- 기존에 옥외광고를 하는 업체 등 현지에서 반발도 심했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했는지.
사실 옥외 광고판 하나를 허가 받기도 쉽지 않은 게 필리핀이다. 필리핀에는 태풍이 자주 와서 광고판이 넘어가는 사고가 잦다. 몇 년 전에는 광고판 붕괴로 사망 사고가 나면서, 있는 광고도 다 철거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이번에 설치되는 LED 가로등은 내구성을 튼튼히 해서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 가로등이 풍속 40㎧까지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옥외광고를 하는 업체는 반발을 하겠지만, 일반 시민들은 반응이 좋은 편이다. 현지 언론을 통해 태양광 가로등 사업이 알려지면서, 우리 기업은 ‘천사’같은 존재가 됐다. 물론 마닐라시와 직접 계약을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시장을 직접 만나 동영상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넉 달간 거의 매일 같이 시청을 다니면서 관계자를 설득했다.
GGI C&D가 필리핀에서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유는 필리핀 현지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이사는 마닐라시 시장과 부시장 등 고위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조세프 에스트라다 마닐라 시장을 한국으로 초청해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 이자스민 의원 등 국내 정계 관계자들과 만남도 주선하면서 친분을 쌓고 있다. 현재는 마닐라 부시장 등과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관계를 구축했다. 조 대표이사는 마닐라 시장과 관계가 향후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번 사업을 통해 마닐라 시장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을 것 같다. 마닐라 시장은 한국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는지.조세프 에스트라다 마닐라 시장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지난 8월 방한했을 때도 정치인들과 만나면서 “한국정부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었다. 우리 회사가 필리핀에서 많은 역할을 하니까, 그런 기업을 키워준 한국 정부에도 감사하다는 뜻을 표하는 것이다. 태양열 가로등 사업 유치를 통해 시장도 시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현재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지 여론 조사에서는 현직인 베니그노 아키노 3세대통령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내부 정쟁으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해 호감이 높은 조세프 에스트라다 시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향후 사업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지난 8월 방한한 조지프 에스트라다 필리핀 마닐라시 시장이 조 대표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있다.
- 태양광 가로등 사업에는 다른 여러 도시들도 관심을 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필리핀에서 ‘시’ 규모의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22곳이 있다. 이 가운데 17개 지자체에서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도 17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해당 사업과 관련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만약 17개 시의 가로등 사업을 수행한다면, 총 공사비는 3조원 정도 들어가지만, 수익은 매년 7조원 정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 외 동남아 국가 지자체와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현재 괌에서도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관련 논의가 진행중이다. 또 장기적으로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 현재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필리핀에서는 외국계 기업이고, 기존 시장의 새로운 도전자의 입장에서 견제를 많이 받고 있다. 현재 필리핀에서 옥외광고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계 기업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이 기업은 우리가 개발한 태양광 가로등 사업의 내용을 그대로 차용해 자신들이 사업을 하겠다고 말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 기업은 필리핀 현지에 있는 중국상공회의소를 통해 많은 지원을 받고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런 지원이 없어서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
이 사업은 우리 회사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일감이 주어지는 큰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한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창조 경제가 아이디어로 일자리와 먹을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것 아닌가. 우리 회사의 가로등 사업은 창조 경제의 롤모델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부의 지원이 다소 아쉽지만 GGI C&D의 아이디어를 보고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들이 많다. 국내 기업들과 다수의 필리핀 기업들이 가로등 사업에 관심을 보였었다. 이 사업이 수익성이 있다고 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조 대표이사의 창조 아이디어는 필리핀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도 반하게 만든 것이다. 그 덕분에 GGI C&D는 현재 마닐라시 가로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투자비 1500억원을 거의 확보한 상태다. 창조 아이디어 기업 GGI C&D의 현재 전망은 ‘밝음’이다.
- 신상호 기자
신상호 기자 sshey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