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9호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2014.10.09 07:40:3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드디어 중국의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중국의 부자 연구소 후룬(胡潤)연구원은 지난 9월 23일 ‘2014년 중국 부자 순위 보고서’(중국 본토 기준)를 발표했다. 마윈 회장과 그 가족들의 재산은 250억달러(약 26조450억 원)로 나타났다. 마윈 회장이 중국 최고의 부자에 오른 힘은 알리바바가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까닭이다. 지난해 마윈회장은 29위였다.
마윈 회장이 중국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는 점은 중국 사회에서 의미가 깊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IT가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되는 원동력이 됐다는 점이다. 80년대 중국은 개혁개방을 하면서 불평등한 사회로 진입했다. 그리고 극소수의 부자와 대부분의 가난한 자를 만들어냈다.
30여 년간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부동산과 증권이었다. 지난해 후룬(胡潤) 연구원과 췬이(群邑) 싱크탱크가 공동으로 ‘2013년 후룬 자산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주로 부동산에 투자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자가 105만명의 1000만 부호 가운데 15%를 차지하는 약 16만 명이다. 특히 천만부호들은 약 50%의 자산이 투자목적 부동산이었고, 억만부호들은 투자목적 부동산이 총 자산의 66%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제 IT가 그것들을 대신하게 하게 된 것이다.
둘째, 보통사람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부자가 되기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는 명문대학 출신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자는 성적순이었다. 중국의 명문대학인 칭화대학교(淸華大學)가 개혁개방 이후 모두 84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해 베이징대학(82명)을 제치고 영광의 1위를 차지했다. 세 번째로 억만장자를 배출한 대학은 항주의 저장(浙江)대학으로 66명이다. 상하이에 소재한 푸단(復旦)대학이 46명으로 4위, 베이징에 소재한 런민(人民)대학이 30명으로 5위, 상하이에 소재한 자오통(交通) 대학이 25명으로 6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런 배경 탓에 천만부호의 3/4은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원천으로 학력과 인맥을 꼽았는데, 그 비율이 35%를 넘었다. 특히 30세 이하의 천만부호는 인맥과 학맥을 더욱 중요시했는데, 그 비율이 각각 87%와 45%를 넘었다. 천만부호는 학벌과 인맥이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윈 회장은 절강성 항저우에 있는 항주사범대학교를 졸업했다. 말 그대로 지방대 출신이다.
이번 ‘2014년 중국 부자 순위 보고서’의 핵심은 무엇일까? IT부자들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천명했다는 점이다. 올해 중국 부자 10위권에 오른 절반은 IT 기업인들이다. 알리바바와 함께 ‘BAT 삼총사’인 게임 및 포털업체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1085억 위안) 회장이 5위, 검색엔진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1050억 위안) 회장이 6위를 차지했다.
특히 샤오미의 레이쥔(雷軍·450억 위안) 회장은 지난해에 비해 자산이 715% 늘었다. 그 결과 지난해보다 248 계단 상승했다. 반면에 지난해 정상을 차지했던 부동산개발업체 완다(萬達)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은 2위로 밀려났다. 왕 회장을 제외하고 부동산 업계의 거물 대부분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부동산 재벌과 증권 재벌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IT부자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IT부호의 평균 연령은 46세로, 작년에 비해 2살 줄었다. 일반적인 천만부호보다 평균적으로 7살 어리다. 시대의 변화를 알고, 인터넷을 활용한 세대가 부호가 된 것이다.
둘째, 50위 이내의 IT부호의 평균 재산은 작년보다 58%로 증가한 169억위안이었다. 10년 전에 비해 18배 증가했다. 또 43명의 재산이 증가했으며, 그 가운데 12명은 재산이 50%이상 올랐고, 4명은 재산이 두 배 뛰었다.
▲지난해 12월 10일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서울대학교에서 경영자로서의 성공 스토리를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