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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 최재광 광뮤지컬컴퍼니 대표]창작뮤지컬은 가시밭길, 다르게 보면 블루오션

‘완전보험주식회사’ 시작으로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체제 갖춰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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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0호 김금영 기자⁄ 2014.10.16 08:50:17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 공연장에서 만난 최재광 음악감독.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정말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어요.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9월 16일 서울 대학로 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 프레스콜 현장에 울려 퍼진 한 남자의 목소리는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열변을 토한 이는 ‘완전보험주식회사’의 극본을 쓰고 작사, 작곡을 맡은 최재광 음악감독이다. 그는 올해 정식으로 설립된 광뮤지컬컴퍼니 대표이기도 하다. 광뮤지컬컴퍼니는 좋은 창작뮤지컬 제작을 목표로 설립된 컨텐츠 개발 전문 컴퍼니다.

창작 뮤지컬의 중요성을 논하는 자리는 많았지만 유독 최감독의 격정적인 이야기가 계속 기억에 남았다. 아름답게 꾸며내지 않은, 솔직한 현실이 묻어난 이야기라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프레스콜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기엔 너무 시간이 짧았기에 인터뷰 일정을 잡고 그를 대학로 뮤지컬센터에서 다시 만났다.』


최 감독의 요새 일정은 ‘완전보험주식회사’ 공연 점검 차 매일 공연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완전보험주식회사’는 공연 제작사 샘컴퍼니와 광뮤지컬컴퍼니가 협력해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살이 쪄도 보상해 준다는 ‘뚱뚱OK 다이어트 보험’, 이혼하면 보상을 해준다는 ‘이혼보험’ 등 기상천외한 보험 아이템으로 최고의 보험왕이 되려는 설계사, 보험회사의 눈을 속여 보험금을 타내려는 고객들의 흥미진진한 기 싸움 등 보험회사 직원들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그린다. 여기에 사랑, 가족, 슬픔, 상처 등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녹였다.

이 작품은 최감독이 직접 썼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브로드웨이 42번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으나 직접 극작가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좋은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때까지 뮤지컬에 대해 공부를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혼자 공부하면 판단이 잘 서지 않고 글만 읽는 건 한계가 있기에 직접 써봐야 공부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소재를 찾다가 이혼보험이 실제로 있고, 과학자들이 이혼에 관해 연구를 해 왔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처음엔 소재로 쓰기 민감하다 생각했지만 흔치 않은 소재라 끌렸습니다.”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는 대학로 뮤지컬 센터 공간 피꼴로에서 11월 2일까지 공연된다. 사진제공 = 샘컴퍼니


흥미로운 소재에 바로 집필을 시작했지만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장장 5년간의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이다. 그냥 일반적인 프로덕션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프리 프로덕션은 뭔가 생소하다. 최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은 프로덕션으로 가기 전 단계로 볼 수 있다”며 “프로덕션이 공연이 무대에 오르는 게 확정되고 배우진과 스태프가 꾸려져 있는 상태라면, 프리 프로덕션은 극을 쓰고 공연을 함께 만들 사람들을 모으고, 좋은 작곡가와 작사가와 시나리오를 발굴하며, 투자자를 찾고 공연에 대해 공부하는 그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년간 고행…좋은 시나리오·작사가·작곡가 발굴에 전념

한국에서 생소한 프리 프로덕션을 최 감독이 전개한 것은 직접 뮤지컬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들 때문이다. 원래 뮤지컬을 전공하지 않았고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20~30대 초반까지 재즈밴드와 KBS 관현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다. 뮤지컬의 ‘뮤’자에도 관심 없던 그가 2001년 뮤지컬 ‘넌센스’의 음악 감독을 맡으면서 뮤지컬과 인연이 시작됐다.

제안을 받고 우연히 시작했을 땐 뮤지컬이 이해가 되지 않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넌센스’가 10개월 이상 공연되고 계속 무대를 보면서 어느 날 공연이 새로 보이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내가 하는 ‘음악’만 고집하니 그동안 공연의 ‘드라마’가 보이지 않아 뮤지컬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알고 보니 정말 매력적인 장르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고 더욱 깊게 접근하려 했지만 음악감독, 안무가, 극작가까지 서로 자신의 분야에는 빠삭하지만 상대방의 파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장이 많았다.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했다. 이것이 프리 프로덕션을 꾸리게 된 계기다.

“공연은 어떤 한 분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음악과 연기 무대 연출까지 다양한 파트가 한 데 어우러지는 거죠. 그래서 서로의 분야를 이해하는 시간이 정말 중요해요. 프리 프로덕션이 바로 그런 과정이죠. ‘완전보험주식회사’의 경우에도 프리 프로덕션 기간 동안 대본이 계속해서 수정됐고, 많은 배우들과 공연 관계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에서 대본과 작사, 작곡을 담당한 최재광 음악감독. 사진 = 김금영 기자


하지만 공연계 현장은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기다려 줄만큼 관대하지 않았다. 프리 프로덕션을 꾸리고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투자자와 극장을 찾아다녔지만 좌절되기 일쑤였다.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흥행이 보장돼 1년 안에 투자자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프리 프로덕션에, 그것도 창작 뮤지컬에 투자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대로 ‘완전보험주식회사’는 그대로 묻히는 듯 했으나 같이 공연계에서 인연을 쌓아온 김미혜 샘컴퍼니 대표와 만나 다시 부활했다. 처음엔 공연에 대한 조언을 얻으려고 찾아갔지만 막상 대본을 본 김미혜 대표와 그의 남편인 배우 황정민이 대본이 정말 재미있다며 함께 무대에 올려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창작 뮤지컬이 무럭무럭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서로 맞닿았다. 여기에 대극장 무대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홍지민도 힘을 보태고 싶다며 찾아왔다.

그 결과 쓰러져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최 감독과 꼭 닮은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가 탄생했다. 드디어 공연이 무대에 오르는 첫날, 최 감독은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에게 자식과도 같은 ‘완전보험주식회사’는 피로회복제처럼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는 뮤지컬이다. 극 속의 인물들은 계속해서 다가오는 실패에 다 놓아버릴까 체념하기도 하지만 곧 다시 발랄하게 춤추고 노래한다. 그 모습을 보며 관객들 또한 함께 박수치며 실컷 웃는다.

프레스콜에서 홍지민이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뮤지컬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 봤으면 한다”고 했는데 딱 그 말처럼 훈훈한 감동을 전해준다. 최 감독의 주 전공인 음악이 이 감동을 더해준다. 쉬운 멜로디와 가사가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설 때도 머리속을 맴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 감독이 가려는 길은 모두 그런 과정 속에 있다.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것도, 프리 프로덕션을 구축하는 것도 가시밭길이지만 다르게 보면 블루오션일 수도 있다. 시각의 차이일 수도 있다”며 최 감독은 웃었다.


공연 무산만 수십 번…김미혜 샘컴퍼니 대표 만나 부활

“영화 분야도 처음엔 극소수의 사람에서 시작됐어요. 80~90년대만 해도 과연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 각국의 영화와 경쟁할 수 있을까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여러 시상식에서 상도 받으며 인정을 받고 있어요. 가요 쪽도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 열풍이 불고 있고요. 전 이제 창작 뮤지컬이 나설 때라 생각해요. 힘들다고 말만 하고 가만히 손 놓고 있으면 어떻게 발전을 하겠어요? 힘든 걸 인지하고 더 나아갈 생각을 해야 발전이 있는 거죠. 외국 뮤지컬은 춤과 노래가 주를 이루는데, 한국 창작 뮤지컬은 매력적인 드라마가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최 감독의 눈은 유독 반짝거렸다. 아직 그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 듯했다. 지금도 ‘완전보험주식회사’를 다듬으면서 또 다른 창작 뮤지컬 제작을 위해 다시 시작하려 한다.

“제 꿈은 크게 두 가지예요. 한국에서 프리 프로덕션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추고 싶고, 앞으로도 창작 뮤지컬을 평생 만들고 싶습니다. 제 인생을 걸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시작인 거죠. 인생에서 첫 실패를 맛봤을 때는 10개월, 두 번째에는 6개월, 세 번째에는 한 달 그리고 최근엔 3일 정도 좌절했어요. 앞으로 실패하고 좌절할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확실한 건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최 감독의 애정과 땀이 담긴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는 대학로 뮤지컬 센터 공간 피꼴로에서 11월 2일까지 공연된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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