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보수 가치 정립, 국민이 원하는 혁신안 마련해야
▲10월6일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이 CNB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지나치게 보여주기식 위주의 혁신이 돼서는 안 됩니다.” 지난 1년6개월간 여당을 대변해온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이 이번에는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의 ‘입’으로 활동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민 의원은 당 대변인을 지낼 당시 품격 있는 언어로 올해 초 국회출입기자들의 추천을 받아 대변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 혁신과 관련해 6일 CNB와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바꿀 필요가 있으면 바꿔야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포퓰리즘으로 나가는 것은 반대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형식보다 내실을 중요시 여기는 김문수 위원장은 당초 혁신위 대변인을 따로 두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이전에도 특위가 많았지만 대변인을 따로 두는 전례가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간사와 대변인을 겸직시키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간사와 대변인에 적합한 사람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민 의원이 대변인을 맡게 됐다.
많은 대변인들이 그렇듯 대변인이라는 직함은 늘 조심스럽다. 개인 의견보다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대변인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그 모임은 깨집니다.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대변인은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조율한 뒤 하나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지요. 대변인이 자신을 중심으로 뜨려고 하면 그 모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조금 답답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 모임의 중지가 모아지면 그것을 대변하는 것이 대변인입니다.”
사실 민 의원은 평소 굉장히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의문점이 있으면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튀지는 않는다. 상대방과 의견이 다르면 서로 소통하면서 합의점을 찾는다. 이 같은 능력은 여러 사람의 소리를 하나로 묶어 전달해야 하는 당 대변인을 하면서 잘 나타났다.
“2차 혁신위 회의 때 김형준 명지대 교수가 ‘보수의 철학화’가 안 돼 있다는 지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보수 가치에 대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보수의 철학화가 안 돼 있다는 얘기만 놔두고 다른 보수 가치와 관련한 내용은 브리핑에서 제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현명하게 조율하는 것이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의도당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새누리당 민현주 보수혁신위원회 대변인. 사진제공 = 민현주 의원실
민 의원이 말하는 ‘보수’는 어떤 것일까. 그는 개인적으로 보수의 가치를 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날 회의에서 이런 것들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것을 다소 아쉬워하는 듯 했다. 그러나 대변인으로서 중지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안건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그날 회의 안건으로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 논의하게 될 ‘보수혁신’을 위해 민 의원은 당헌당규부터 다시 공부하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보수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당헌당규를 다시 공부했습니다. 2011년 비대위에서 보수의 가치에 대해 많이 정립했습니다. 현재 당헌당규 등에 반영돼 있습니다. 이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지금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현 상황에 맞춰 당의 정책과 기조를 재정립해야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혁신 작업은 새누리당 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하고 있다. 민 의원은 혁신의 방향과 관련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뿐 아니라 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야당이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똑같이 그렇게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양당을 들여다보면 너무 양극단의 목소리, 이른바 강경파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강경파가 과연 민의를 대변하는 목소리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누리당 내 강경한 목소리들이 당헌당규에 맞는 목소리인지도 재점검해야 합니다.
당헌당규나 정강정책, 새누리당이 지난 2년 동안 19대 국회에서 보여 온 모습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합니다. 이건 혁신위 차원에서만 하는 건 아닙니다. 새누리당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보수 가치 정립 필요… 끊임없이 성찰해야
민현주 의원은 당 혁신, 정치혁신, 민생혁신 가운데 당 혁신에 관심이 많다. 새누리당의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고 이를 개선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보수혁신이라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새누리당 내부 혁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보수 정당이 무엇인지, 보수 가치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당내 문제점을 점검해보면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30대 뿐 아니라 최근에는 40대까지 새누리당에 등을 돌렸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젊은 층 지지기반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 개혁이 필요합니다. 보수 가치를 정립하고 새누리당이 변화하고 혁신하겠다고 하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민 의원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공부를 하고자 책을 찾아봤다. 그 결과 진보에 관한 책들은 많은데 반해 보수와 관련한 책들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민현주 의원. 사진제공 = 민현주 의원실
“찾아보면 진보에 관한 책들은 많습니다. 진보의 방향, 진보의 반성…. 그런데 보수가 뭔지에 대한 논의를 다룬 책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치 진보가 아닌 것이 보수로 뭉뚱그려 얘기되기도 하더군요.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 논쟁을 벌이면 보수주의가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진보의 어젠다는 잘 짜여 있습니다. 이쯤해서 한 번 치열하게 고민해 보고 가치 정립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에 대해서도 민 의원의 생각은 확실했다. 보수는 ‘지키는 것’, 진보는 ‘변화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는 잘못된 것이다. 보수는 ‘지킨다’는 결국 고리타분한 ‘수구’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도 의심된다.
“보수는 지키고 진보는 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오히려 보수주의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악용되는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보수주의는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합니다. 자본주의는 그 시대에 가장 개혁적이고 혁명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것입니다. 그것이 토대가 된 것이 지금 보수주의의 큰 흐름입니다. 보수주의는 변화의 유형과 흐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민 의원이 말하는 보수는 정체돼 있는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보수주의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해마다 큰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보수주의가 아닙니다. 그 변화를 잘 인지하고 주도하는 것이 보수주의의 핵심입니다. 즉, 변화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보수입니다.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 있는 변화’를 얘기했습니다. 이는 보수주의를 잘 대변하는 핵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임 있는 변화’의 핵심은 ‘대안이 있는 변화’여야 합니다.”
안정적 변화 추구하는 것이 보수
보수우파, 진보좌파는 통상 쓰이는 용어다. 정말 우파는 보수적이고, 좌파는 진보적일까. 이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FTA협상에서 나타나는 모습이 그 단적인 예다.
“진보인지 좌파인지 헷갈려하기도 하는데 어떤 분들은 지금의 야당이 진보를 잘 대변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을 합니다. 그냥 우리가 말하는 좌파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진보나 좌파는 대안 마련보다는 현재 상황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무조건 변하자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문제가 있으면 그 다음 단계의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대안 마련이 없습니다.
물론 정치권에 들어온 이상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변화에 답해야 하는 것은 공동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그런데 FTA를 보면 시작은 진보정권에서 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입장이 반대가 됐습니다. 이런 것들은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나눌 수가 없습니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이념이 망각되기 때문입니다.”
보수와 진보는 함께 발전할 수 없는 걸까. 민 의원의 대답은 ‘대안을 놓고 경쟁하자’이다. “보수와 진보가 함께 발전하려면 대안을 놓고 경쟁해야 합니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가 거의 같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대안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놓고는 첨예하게 갈립니다. 이 부분에서 누가 새누리당은 대안을 잘 마련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저는 새누리당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대안 없는 비판만큼 쉬운 건 없다. 무책임한 폭로만큼 무서운 것도 드물다. 민 의원은 요즘 어떤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때 보수의 가치에 맞는지도 많이 생각한다.
비판 쉽지만 대안 제시는 어려워… 대안 놓고 경쟁해야
“상임위에서 보좌진하고 이런 얘기를 합니다. 비판은 쉽다, 폭로하는 것도 쉽다, 하지만 정부가 잘못하는 것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국감을 준비하자…. 그 대안이 보수주의, 보수의 가치에 맞는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수 가치는 있지만 특정현안에 대해 중도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새누리당에 필요하다면 그렇게 나가는 것이 전향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민 의원은 누구보다 보수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은 분명 경계한다.
“모든 것을 바꿀 필요가 있으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포퓰리즘으로 나가는 것은 반대합니다. 정부 정책 중에는 당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민심에서는 일시적으로 호응이 강할 때가 있습니다. 또 당과 정부는 함께 가는 데 민심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조율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여론을 따라가다 포퓰리즘으로 갈 수가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여당의 방향이 맞는데 일시적으로 국민여론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국민여론을 따라 가야 하는지,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지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고 민심과 가까운 정치를 펼치는 것이 민 의원이 말하는 보수혁신이다.
“정치인이라면 민심과 동떨어지지 않은 정치를 하면서 포퓰리즘은 피해야 합니다. 이를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을 제대로 익힌다면 큰 정치인,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이 제대로 된 보수 가치를 정립하고 국민이 원하는 혁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CNB저널 = 최정숙 기자)
최정숙 기자 most_silen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