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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 27년간 인쇄 외길 유건룡 교수]세계 최초 금속활자 후예, 전국 유일 인쇄 인재양성

국비로 디스플레이인쇄과 운영, ‘2년 과정’부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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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0호 이성호 기자⁄ 2014.10.16 08:57:27

▲사진 = 이성호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1447년 9월 14일은 우리나라 최초로 석보상절을 한글 금속활자로 찍어 낸 날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988년 인쇄업계에서는 9월 14일을 ‘인쇄문화의 날’로 제정했다. 정부에서는 매년 이날 인쇄문화산업이 지식산업의 중심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한 공로자들에게 포상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26회째를 맞는 ‘인쇄문화의 날’ 기념식에서 유건룡 한국폴리텍대학 교수(52)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유 교수는 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디스플레이인쇄과 학과장으로서 투철한 직업관을 가지고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함은 물론, 한국인쇄학회 산학협력이사로 활동하면서 인쇄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래 인쇄산업을 이끌 후학들을 양성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유 교수는 지난 1982년 인쇄 분야에 첫 발을 내디뎠다. 출판사에서부터 신문사까지 두루 경험을 했다.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게 된 것은 1990년 부경대학교 인쇄정보공학과 조교로 활동하면서 부터다.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은사님의 권유로 조교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현장의 경험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가르치고 배우며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유 교수는 1993년까지 조교 생활을 마치고 1994년 서울기능대학(한국폴리텍대학 옛 명칭) 인쇄매체과 교수로 임용돼 현재까지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2009년 신성장동력학과로 인정돼 디스플레이인쇄과로 개편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한 인쇄 전문학과로 자리를 잡게 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서울시 인쇄대상에서 제자들이 우수상을 거머쥐는 쾌거도 달성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인재양성에 힘써온 결과, 취업 75% 이상 달성을 실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인쇄 분야의 전문기술직으로 취업 알선에 적극 나서 고액 연봉자를 다수 배출하고 있으며 최근 베이비부머 과정(3개월 과정)의 수료자 A씨의 경우에는 미얀마 섬유인쇄 업체에 연봉 10만 달러로 취업하는데 힘을 보탰다. 또한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체에서 꼭 필요한 현장실무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실시해 3년 연속 맞춤교육을 통해 재학생들이 취업을 하는 성과를 올렸다.

유 교수는 봉사활동으로 나눔의 역할도 성실히 실천하고 있다. 주안역 주변의 환경정리와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도배를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인천시 남구 미추홀복지관과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열리는 장애인바자회 홍보전지 디자인 및 인쇄물을 제작하고 있다.

그의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군대 간 기간을 제외하면 27년여 간 인쇄산업에 종사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인쇄관련 전문기술인들을 많이 배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배우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죽을 때 까지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싶습니다.”

다음은 유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후학을 양성하게 된 계기는

출판사에서 오프셋 인쇄기를 관리했고 이후 신문사에서 윤전기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부경대 은사님이 연락을 해오셨다. 인쇄 기계분야를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며 조교 자리를 제안해 수락했다. 이후 한국폴리텍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다. 현장에 있을 때는 지시대로 작업만 하면 됐지만 학생들을 지도해 보니 여러 가지 신경을 쓸 일이 많다. 현장에서 기계 분해·조립을 많이 해보는 등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고 학생들도 잘 따라오는 편이다.

▲디스플레이인쇄과 실습장 및 주요장비


- 디스플레이인쇄과를 소개해 달라.

한국폴리텍대학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국비 무료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에 34개 캠퍼스가 있다. 디스플레이인쇄과는 남인천캠퍼스에만 설치돼 있다. 2009년 신성장동력 개편 학과로 선정되면서 정부에서 예산 8억원이 투입됐고 인쇄과에서 디스플레이인쇄과로 개칭됐다.

국내 유일의 인쇄전자와 출판편집디자인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설계, 인쇄전문인력, 출판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인쇄는 스크린 인쇄의 한 종류로 전자유도체 잉크를 사용해서 인쇄를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전류를 주면 빛이 발광하는 개념으로 EL(Electro-Luminescence)을 이용한 분야다.

전압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게 하는 빛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요즘 디스플레이가 호황인데 스마트폰, 평면 TV, 노트북 등에 적용된다. 교정에는 디스플레이인쇄 뿐만 아니라 종이 인쇄는 물론 웬만한 인쇄는 다 할 수 있는 장비가 구축돼 있다. 책, 포스터, 카탈로그, 스크린인쇄까지 모두 재현할 수 있다. 특히 국가실기검증 장소로도 사용되고 있다.


-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나.

교육과정은 국가 정책에 따라 매년 바뀌고 있다. 2년 과정은 없어졌고 올해에는 1년 과정, 6개월 과정, 3개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6개월 과정의 경우 지난 7월에 수료했고, 9월부터 3개월 과정을 시작하고 있다.


- 교육 수료 후 진로 및 취업분야는.

인쇄나 편집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인쇄의 경우 오프셋·스크린·전자인쇄 등 분야로 나눠진다. 여학생들은 스크린 인쇄 검사파트, 남학생의 경우 힘이 좀 더 필요로 하는 스크린인쇄나 오프셋인쇄 등 기계를 다루는 쪽으로 취업을 많이 하고 있다. 일반 기술영업 관련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인쇄장비는 디지털화가 돼 있어 편리하게 여성도 운행이 가능하다. 다른 학과에 비해 여학생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왕이면 여성 기술자들도 업체에서 많이 채용해주길 바란다. 편집의 특성도 있지만 편집보다는 인쇄 분야에 여성 인력이 많이 배출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편, 디스플레이인쇄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최근 3~4년 간 많은 변화가 생겼다. 4년제 대학 특히 문과를 졸업한 출신들이 기술을 배우러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인천 지역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학생들이 모여든다. 기숙사가 있어 제주도에서도 올라와 교육을 받는 학생도 있다. 15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해 교육을 받을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2년제 학위 과정이 없어졌는데.

현재의 교육이 단기성이다 보니 학생들의 교육 범위가 좁아진다.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무한정이지만 시간이 너무 짧다보니 전달하는 내용이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늘 부족하다. 교육에 대해 받아들이는 이해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2년 학위 과정이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쇄기계는 고가 장비로 수억 원에서부터 수백 억 원까지 호가하는데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는 기술자에게 맡기기 힘든 현실이다. 인쇄는 매우 복잡한 분야다. 인쇄물을 대량 복제하는 것으로 가구를 감싸고 있는 프린팅, 벽지 등 실생활 속에서 인쇄가 적용되는 범위는 굉장히 넓다. 이에 전문적·세부적으로 들어가게 되면 교육과정이 2~3년은 돼야 한다. 단순 테크닉만을 고려할 경우 1년 이하의 단기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클레임이나 인쇄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그 대처법이 2년 이상 배운 사람들이 훨씬 났다. 단기 교육과정을 마치고서는 대책방법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오랜 기간 배우면 좋겠지만 취업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짧은 교육과정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취업을 했지만 업무상 문제가 발생돼 이를 해결하려다 보니 배움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 다시 재입학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더 많은 배움을 주기 위해 2년 학위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디스플레이인쇄를 전문적으로 다룸에 따라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전문기술인을 양성해 꾸준하게 배출하면 인쇄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건룡 교수가 실습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이성호 기자


- 텍스트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시대인데.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처음 TV가 나올 당시 뉴스페이퍼는 사양(斜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인쇄는 죽지 않고 고급화 전략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볼 경우 조명이 눈을 자극해 피로도가 쌓여 오래 보지 못한다. 이른바 종이책은 이러한 부문에 있어 무관하며 일단 가독성이 좋다. 다시 도서관을 찾고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인쇄산업도 좋은 품질을 바탕으로 더 발전하리라 믿고 있다. 


- 현재 인쇄산업의 현주소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출판업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현재보다 더 떨어지면 심각해진다. IT가 발전하고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경향이 커짐에 따라 독서문화가 많이 퇴색되고 있다. 독서문화가 발전되면 인쇄산업은 덩달아 살아난다. 출판인쇄가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일단은 더 내려가지 않도록 꾸준히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인쇄의 품질은 매우 고급화돼 있다. 그 고급화를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하기에 업계에서는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 인쇄 표준 규격인 G7 인증을 받는 등 인쇄 품질 표준화가 많이 돼 있다.

이처럼 인쇄 품질이 유지되고 개선·관리되면 인쇄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도 어필될 것이다. 과거에는 인쇄산업이 주먹구구식이었다. 요구사항도 단편적으로 큰 틀만 제시하고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색상을 비롯해 농도 값을 어느 정도 해달라는 등 디테일한 인쇄물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표준화를 구축해 인쇄물의 고급화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앞으로의 꿈은.

현재까지 약 600여명의 학생들을 배출했다. 개중에는 교수가 된 사람도 있고 G7 최연소 자격증을 딴 사람도 있다. 모 업체 오너와의 미팅이 있어서 찾아갔는데 직원으로 근무하던  제자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끼며 뿌듯해진다.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훌륭한 학생들과 더 많이, 함께 호흡하고 싶다. 또한 젊은이들이 인쇄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배웠으면 한다. 배움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업계에 진출해 온전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배우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 한, 인생을 다 할 때까지 그 배움을 채워주는데 작으나마 힘이 되고 싶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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