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리더십교육 중요, 진정한 교육의 백년대계로 미래를 밝혀야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맹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가 아이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뜻이다. 어린 맹자가 처음 살았던 곳은 공동묘지 근처였다. 맹자는 늘 보던 대로 곡을 하며 장사지내는 놀이를 했다. 이를 본 그의 어머니는 당장 시장 근처로 이사했는데, 이번엔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닌가. 이에 또 이사를 가게 되는데, 이번엔 글방 근처였다. 맹자가 제사를 지내는 예법 등을 흉내 내는 놀이를 하는 것을 본 어머니는 그때서야 줄곧 그곳에 머물러 살았다는 고사다. 아이들이 성장함에 있어 교육의 환경적인 요소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권종현 전문교수는 “우리의 교육환경은 대학 입시를 목표로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데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한때 조기교육과 선행학습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몇몇 초등학교에서 리더십학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리더십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먼저 리더십교육을 받고 체화한 후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융화해서, 아이들이 리더십의 덕목을 배우고 익히게 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리더가 되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책임을 질수 있도록 체계적인 체험 학습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자녀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아주 소중한 꿈나무들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미래 사회의 훌륭한 역군이 될 수 있도록 잘 교육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또 교육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해주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교육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말도 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1998년 스티븐 코비 박사가 개최한 7habit 워크샵에서 에이비콤즈 초등학교의 뮤리엘 교장이 “7habit이 너무 좋은 거 같은데, 이것을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코비 박사는 “당연히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당시 에이비콤즈 초등학교는 지속적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여러 문제에 봉착해 있어 폐교 위기를 맞고 있던 상황이었다.
▲2014년 1월 전주에서 교수법 교사연수 중에
내 안에 리더가 있다…아이들을 훌륭한 리더로 육성
권 교수는 “세계적인 교육·컨설팅 기관인 프랭클린코비사에는 ‘Leader in me(내 안에 리더가 있다)’ 프로그램이 있다. 뮤리엘 교장은 주저하지 않고 이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정착시킨 후 에이비콤즈 초등학교는 ‘리더십학교’의 효시가 됐다”면서 “‘Leader in me’ 과정에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7habit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은 3개년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처음 1년 동안에는 교사들이 우선적으로 리더십을 배우고 이를 전달하는 방법과 도구 등을 익혀 체화한다. 아울러 이 과정은 배우기만 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즉 교사들이 7habit을 배우고 익혀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에 체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가 비전을 만들고 7habit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때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 경비원, 버스기사, 영양사, 청소원 등 학교를 운영하는 모든 주체가 모여 세미나를 열고 학교의 비전에 대해 토론하면서 이를 함께 공유한다. 또 아이들에게 어떻게 모범을 보이고, 눈높이를 맞추며,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사례를 모아 모두가 합의한 후에 목표를 설정한다. 이후 교육과정에서는 모두가 7habit의 전 과정을 배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수한 몇몇을 다시 선발해서 ‘스몰팀’을 만들고 추가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두 번째 단계는 implementation(비전 실행을 위한 양성 및 준비)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다시 모두가 모여서 토의하면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의 수단을 찾아낸다. 예를 들면 교실의 각 층별로 테마를 정해서, 입구엔 아이들 각자 미래의 꿈을 모두 메모해서 붙여놓고, 1층에는 역사적인 위인(리더)들을 상세히 소개하거나, 2층에는 누구든지 와서 장기자랑을 할 수 있는 무대를 설치한다. 아울러 학부모들에게 학교의 비전을 어떻게 전달할지, 또 학교의 전통을 어떤 방법을 남길 것인가에 대해서도 수단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교사들이 먼저 리더십을 배우고 익혀 체화한 가운데, 아이들을 위해 교실의 환경을 바꿔주고, 그들에게 발표공간과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하고, 잠재되어 있는 꿈과 끼 등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로써 아이들의 내면의 것들을 끌어내고 리더십의 기본 정신이 프로세스로 적용될 수 있게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소규모 프로젝트팀(lighthouse, 등대팀)을 구성한다. 이는 교사들이 서로 논의해서 스스로 역할을 정해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태스크포스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이 등대팀은 마치 등대가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3년차까지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리더십학교는 3년 전에는 전 세계에 약 200여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약 2000여개까지 확산되며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의 경우엔 지난 2009년 ‘Leader in me’ 프로그램이 알려진 후 2010년 공립 노량진초등학교의 안종현 교장이 가장 먼저 리더십학교를 받아들였다. 이 학교는 교장뿐만 아니라 부장급 교사 가운데서도 7habit을 잘 알고 있는 교사가 여럿 있어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한다.
최근엔 국내 일부 초등학교에서도 시행 중
권 교수는 “그런데 우리나라 국공립학교의 현실 상황은 교사들의 이동이 매우 잦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량진초등학교에서 1년차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리더십교육을 이수한 교사들 중 상당수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자, 리더십학교의 본래 취지가 벽에 부딪치게 됐다”면서 “더욱이 안 교장마저 다른 학교로 가게 되자, 선장을 잃은 리더십학교는 현재 모양새는 유지를 하고 있지만 서서히 좌초하는 배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리더십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교사들이 7habit 등 리더십 과정에서 용어에 대한 이해만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그저 일주일에 1시간을 배정해서 가르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교사가 먼저 몸과 마음에 7habit이 체화돼 있어서 수업 중에라도 교사가 아이들에게 7habit의 롤모델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 달에 ‘원칙’, ‘패러다임’, ‘창의성’ 등의 용어를 배웠다고 했을 때, 교사가 평소에 아이들과 대화할 때도 그 용어를 사용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그 용어에 대한 이해를 체화해 가도록 도와준다. 7habit의 첫 번째 습관이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인데, 평소에 아이들을 대하면서 주도적인 행동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또 그러한 기회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7habit에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수단의 도구로써 1번에서 7번까지의 구슬함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7habit에서 각각의 습관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을 때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면서 그 해당 번호가 적혀있는 구슬함에 구슬을 한 개씩 넣어준다. 그리고 구슬함이 다 차게 되면 그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써 파티를 열어주는 등의 이벤트를 진행한다.
권 교수는 “리더십학교의 등대 프로젝트는 단시간 내에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외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아쉬운 점은 교사들이 7habit에 대해 이해하고 체화할 때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경험도 단절되고 팀워크도 깨지게 될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새로 전입해 온 교사는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등 학교의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리더십학교가 3년차의 모든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난 뒤 프랭클린코비 본사의 임원들이 와서 9가지 요소를 체크하고 이를 평가해서 통과하게 되면, 비로소 등대학교 인증을 받게 되는 것이다.
▲미국프렝클린코비 본사 임원과 함께 리더인미 프로그램을 실시하려고 준비하는 화랑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아이들 스스로 리더가 되어…자존감↑, 자신감↑
이밖에 국내의 일부 지자체와 교육청에서는 적극적인 지원으로 리더십학교를 장려하는 곳도 눈에 띈다. 금천구의 경우 구청장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신흥초등학교가 구의 ‘드림스쿨’ 예산을 받아 ‘Leader in me’ 프로그램을 도입해 벌써 올해 2년차 리더십학교를 추진하고 있다. 또 같은 구의 영남초등학교 역시 올해 리더십학교를 도입해 1년차가 진행 중이다. 종로구의 제동초등학교도 올해 리더십학교를 시작했다.
이들 학교의 경우 공립학교라는 제약 속에서도 리더십학교를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어 주목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사립학교로는 태릉에 소재하는 서울여대 부설 화랑초등학교에서 리더십학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중이다. 이 사립학교의 경우엔 교사들의 이동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혀 리더십학교의 발전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편, 아시아권에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에서도 리더십학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권 교수가 얼마 전에 프랭클린코비사의 초청을 받아 인도네시아의 등대학교로 평가를 받아 ‘Leader in me’ 인증을 수여받는 ‘PSKD’라는 사립초등학교를 축하해주기 위해 방문했다고 한다.
이 학교에 들어서자 한 학생이 다가와 자신이 ‘소개리더’라며 학교의 행사 및 시설물에 대한 안내를 했다. 이에 권 교수 등이 아이에게 일부러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지자, 그 아이는 침착하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상담리더’가 따로 있으니, 그 아이를 소개해 주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그 리더십학교의 모든 아이들은 자신의 특성에 잘 맞는 역할에 대해서는 모두가 리더였던 것이다.
권 교수는 “사실 그날 행사에 참여해 그 학교의 아이들을 접하고 보니, 갑자기 인도네시아에 대한 두려움이 스쳐갔다. 이런 학교에서 육성된 아이들이 훗날 인도네시아의 진정한 리더가 된다면, 우리나라 아이들과는 어떻게 비교가 될 것인가라고 생각하니 순간 소름이 돋았다”면서 “그러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도네시아에는 리더십학교가 그 학교 하나뿐이고, 또 최상위층에 속하는 아이들이 주로 다닌다는 것을 알고 다소 안심이 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등이 사회문제로 떠 오른 바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성교육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체험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정책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의 입김이 작용해 거의 정치적인 이유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진정한 교육의 백년대계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권 교수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또 합당한 예산 지원을 통해 리더십학교가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리더십과 코칭이 모든 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면서 “현대사회에서 리더십이 삶의 중요한 덕목으로 확산되는 요즘 시기야 말로 혁신학교의 한 대안으로서 리더십학교의 확산에 정부와 교육당국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종현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학력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경력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이사
(주)행복한공부 이사
중앙일보 인증 자기주도학습코치 양성과정 심사위원 및 대표강사
- 자격
‘CTS(창의적교수법)’ Facilitator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Facilitator
‘청소년교육코치 양성과정’ Facilitator
‘Awaken the dreamer’ Facilitator
(CNB저널 =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