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만명 즐기는 게임 아이돌 팬덤과 사라지는 숲 구해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무분별한 벌목과 건설, 화재 등으로 매년 1300만 헥타르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의 숲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리플래닛은 ‘게임을 통해 나무를 심는다’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 “나무로 가득한 초록별을 만들기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트리플래닛의 젊은 리더 김형수 대표를 만나봤다.』
스마트폰 게임에서 나무를 키우면 실제 나무가 세계 어딘가에 심어진다? 트리플래닛은 이런 색다른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모델로 구현한 회사다.
창립 5년을 맞은 지금 트리플래닛 게임은 90만 명이 즐기고 있고 덕분에 세계 9개국에 수많은 숲이 조성됐다. 한류스타·케이팝 아이돌 팬들의 모금을 통해 스타의 이름으로 숲을 만드는 ‘스타숲’ 사업도 활발히 진행돼 동방신기숲, 소녀시대숲, 2NE1숲 등 34개의 숲이 조성됐다.
전 세계 6개 기업밖에 보유하지 못했다는 UN사막화방지협약 비즈니스 옵저버 자격을 얻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북미 사회적 기업 B-corp 인증을 받았고 IF디자인어워드 골드, 레드닷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부문 본상 등 수많은 상도 받았다.
김형수 대표는 스스로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환경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회 혁신 기업가”로 표현한다.
2009년 병역 근무 중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정민철 총괄이사를 만나 ‘게임을 통한 친환경 사업’이라는 트리플래닛의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2010년 제대 직후 사업 계획을 구체화해 9월 트리플래닛을 창업했다.
이후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의 명문으로 꼽히는 ‘프라이머 엔턴십’ 1기에 선정되는가 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소셜 벤처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외 주요 스타트업 행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 중국 닝샤에서 한화그룹과 함께 사막화방지 식재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G20 서울 서밋,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제11차 총회 등 국제행사에서 공식 모바일앱으로 선정됐다. 기업 파트너십 광고를 15억원 이상 유치하며 ‘지속가능한 사회 혁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2013년부터는 스타숲 사업을 시작해 국내외 40여 명의 유명 스타들을 기념하는 숲을 만들었다. 2010년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트리플래닛은 전 세계 9개국에 48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올해는 20개 국가에 100개의 숲을 만들 계획이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트리플래닛의 색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 배경은?
어릴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 2학년 때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영상을 만들어보니 한계가 있었다. 영상에 담은 메시지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일시적일 뿐이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힘들었다.
육군본부 방송국 복무 시절 환경을 위해 실제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트리플래닛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했다. 이 때 함께 고민하던 정민철 이사와 함께 제대 후 시작했다.
예전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보며 사람들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면, 트리플래닛을 통해서는 환경을 위한 행동을 직접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 트리플래닛의 비즈니스 모델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트리플래닛은 “세상 모든 사람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자”는 목표로 설립된 기업이다. 대중이 쉽고 즐겁게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게임’과 ‘스타숲’ 두 가지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안에 기업의 광고나 로고를 넣고 얻은 광고수익으로 나무를 심는 사업이다.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주니어네이버 등에서 트리플래닛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용자들은 게임속 세계에서 씨앗을 심고 나무를 기르는 과정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게임 배경에 기업광고가 들어가고, 나무를 키우는데 필요한 물이나 비료에 기업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덕분에 기업은 광고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게 된다. 게임 속 나무가 7레벨을 달성하면 실제 나무로 전환되고 게임은 끝난다.
‘스타숲 비즈니스 모델’은 팬클럽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여의도에 위치한 스타숲 구간에는 현재 동방신기숲, 소녀시대숲, EXO디오숲 등이 조성 되어 있으며, 강남에는 신화숲, 아프리카에는 2NE1숲 등이 있다.
- 게임속 나무는 어떤 방식으로 실제 나무가 되는가?
이용자가 키운 나무는 적립되어 6개월이나 1년을 주기로 한꺼번에 식목된다. 절차는 국내와 해외가 약간 다르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으면 부지 선정이 수월하기 때문에 주로 정부기관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후 기업과의 협의를 통해 허가받은 지역 내에 부지를 선정한 뒤, 나무를 심을 위치를 결정한다. 현재 서울시, 강남구, 서초구, 포항시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해외의 경우,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최근에 진행한 중국사막화 방지사업에서는 정부와 협력한 경험이 있는 NGO와 제휴해 사업지를 선택한 후 해당 지역에 나무를 심었다. 아프리카 사업에서는 월드비전과 협력했다.
지금까지 48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상당수는 한화그룹과 함께 몽골, 중국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심어졌다. 아프리카에서는 과실수를 심어 수익으로 현지 1000여 가구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서울에 조성되는 숲은 도시에 공원을 만든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일례로 강남구 숲의 경우 쓰레기장 같았던 부지가 숲으로 개발되자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스타숲 사업으로 잔디만 있던 여의도에 1000여 평의 숲이 생기자 팬들은 보람을 느꼈다. 스타숲은 관광자원으로 이용되어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도 있다.
- 나무들이 심어진 후 숲 관리는 얼마 동안 누구에 의해 이뤄지는가?
식재하고 2년 이상이 지나면 나무들이 자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식재 이후 약 2년간은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나무를 심은 이후, 관리는 구청과 조경업체, 트리플래닛이 함께 한다. 구청에서는 지속적으로 물을 주거나, 잘 자라고 있는지 체크하고, 트리플래닛의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직접 숲에 나가 수목들의 건강을 체크한다. 나무들이 자라는 도중 병에 걸리거나 문제가 생기면, 조경업체에 요청하여 조치를 취한다.
‘트리피플’이라는 트리플래닛을 좋아하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도 함께 관리에 동참하고 있는데, 이 분들은 트리플래닛이 새로운 숲을 만들 때면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무심기를 도와주고 있다.
- 트리플래닛은 왜 숲 조성을 중요한 과제라 생각하는가?
나무의 혜택은 숲의 종류 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도시 숲에서 나무는 오염된 공기와 빗물을 정화하고, 열섬 현상을 막아준다. 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의 가치를 올리는 동시에 소음을 흡수해 도시인의 스트레스를 낮추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마을 숲에서 과실수는 굶주린 아이들의 배를 채워준다. 가난한 마을 사람들은 과일을 판매해 경제기반을 마련하기도 한다.
사막화 방지 숲에서 나무는 사막화의 확장을 방지하고 황폐화된 토지에 양분을 공급한다. 숲은 모래바람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아주며, 사막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동물들의 안식처가 된다.
재조림 숲에서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한다. 숲은 온난화되는 지구의 온도를 3도 낮춰주고, 300억 종류의 동식물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또한 나무는 산사태, 지반 침식 등의 자연재해를 예방하기도 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게임을 통해 조성한 숲으로는 작년에 직접 다녀온 중국 닝샤 ‘한화 태양의 숲’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황사의 발원지로 유명한 중국 고비사막 부근 마오쓰 사막에 2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였다. 온통 모래 밖에 없었던 광활한 사막에 사람들이 게임으로 보낸 수십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지는 것을 보면서 굉장한 보람을 느꼈다.
또 하나는 최근 있었던 일인데, 얼마전 여의도 윤중로에 조성한 스타숲에 방문했다. 잘 자라고 있는지 나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날 스타숲에는 약 20여 명의 해외 팬들께서 방문해 주셨다. 태국, 홍콩, 대만 등에서 찾아온 해외 팬들이 한국을 방문해 숲을 찾아오고 주변 청소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스타숲이 팬덤 문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어린 팬들, 그리고 해외 팬들까지도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이었다.
- 많은 보람을 느꼈을 것 같은데…
올해 트리플래닛 게임과 스타숲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30개 이상의 숲이 조성됐다. 이달의 우수게임(장관상), IT 이노베이션 대상, 2013 대한민국 PR 대상,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수많은 상도 받았다.
하지만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역시 트리플래닛의 숲이 해당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때다. 아프리카 남수단에 조성된 2NE1숲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돕고, 몽골에 있는 한화 태양의 숲이 사막화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을 돌아올 수 있게 하고, 태국의 더블에이 페이퍼트리가 농민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다. 이처럼 저희가 만든 숲이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또, 게임이나 스타숲 등을 통해 나무심기에 참여한 분들께서 나무나 환경에 대해 더욱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고 말씀하시고, 실제로 행동도 변화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왼쪽부터)소녀시대 써니숲, 아프리카의 2NE1숲, 인피니티숲
- 상당수의 환경 프로젝트나 공익 게임들은 대중들의 참여를 일으키지 못하고 실패한다. 트리플래닛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트리플래닛은 사람들의 참여가 실제 나무와 숲으로 변화되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트리플래닛은 게임에서 모인 참여를 통해 실제 숲이 만들어지면, 이메일로 그 소식을 알려드린다. 숲이 조성되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사람들은 자신이 게임으로 심은 나무가 실제로 심어진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고, 참여한 가치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계속해서 트리플래닛을 플레이하고 나무를 보내주시는 것 같다.
- 향후의 계획은?
현재 트리플래닛은 해외 8개국에 숲을 조성했다. 캄보디아, 과테말라 등 추가로 협의중인 해외 부지들이 많이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전세계 어디든 나무가 필요한 곳들에 숲을 더 많이 만들고자 한다. 게임도 글로벌 퍼블리싱을 계획중이며, 트리플래닛 컨텐츠들이 더욱 강해지면, 캐릭터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트리플래닛 게임에서 멈추지 않고,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려고 노력하겠다.
미래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에 GPS를 달아 스마트폰으로 북극곰을 지킬 수 있는 게임 등 나무 외의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생각하고 있다. 또한 환경 보호와 장애인 지원 사업 등 게임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아이디어도 구상하고 있다.
나무집 짓기 게임을 만들어 해비타트(habitat, 무주택 서민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운동)를 지원하는 아이디어도 있고, 북극곰에 광고 먹이를 주고 북극곰 보호활동을 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방법, 맹인 안내견을 기르고 교육하는 게임, 우물 만들기 게임 등도 생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트리플래닛도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하나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저와 함께 행복하게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나가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세상이 변화되길 희망한다.
(CNB저널 = 정의식 기자)
정의식 기자 es.jung@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