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 (주)벤플 이경전 대표]“지금은 사물인터넷이 대세, 실생활을 미디어에 옮긴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색다른 경험 제공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대학 교수와 기업 CEO 명함 2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주)벤플의 이경전 대표다.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면서 IoT(사물인터넷)벤처기업 벤플의 대표다. (현행 법령상 대학 교수도 벤처 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 그가 사업 구상을 하게 된 것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업의 연구 용역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고, 그 결과 2010년 IoT 전문 벤처기업 벤플(구 러브이즈터치)을 탄생시켰다.
벤플은 실생활을 미디어 속에 그대로 옮겨 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전진하고 있다. 의자와 탁자, 냉장고 등 일상생활에 있는 사물 속에 ‘미디어’를 결합해, 이용자의 색다른 경험과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휴대 전화도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전화 외에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것처럼 냉장고와 탁자, 침대에도 이런 기능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사물인터넷이라는 아직은 생소한 분야에서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벤플에 대해서 소개를 한다면?
벤플이란 말은 ‘Benefit For People’의 약자다. 즉 사람들에게 이익(Benefit)을 준다는 뜻이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그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해 탄생한 기업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탁자, 의자, 밥솥, 카메라 등도 앞으로 미디어가 될 것이다. 미디어 기능이 갖춰지지 못한 제품은 외면 받게 될 것이다. 모든 사물이 ‘미디어’ 즉 사람과 소통하는 사물로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우리는 제품을 만들지 않는 무제품 사물인터넷 기업이다. ‘벤플’이라는 앱이 있는데, 센서로부터 정보를 읽는 앱이다. 이 앱을 주력으로 사람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지금까지의 성과는?
우선 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중심으로 ‘벤플’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소개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나주박물관, 사비나 미술관, 한가람 미술관, 금천예술공장 ‘놀이의 진화전’ 등에 벤플 서비스를 제공했다. 문화 활동 중심으로 우리 앱을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가지 않은 길’ 개척, 신개념 실행 방식
이 공간에서 벤플을 실행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실내에 설치된 NFC 태그에 스마트폰을 대기만 하면 된다. 앱을 새로 설치하는 불편을 없애면서,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방문자는 이를 통해 작품 사진과 작품 설명 등의 내용을 접할 수 있다.
- 실제로 작품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굳이 스마트폰에서 작품을 볼까 의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망할 것이다. 벤플에서 반가사유상을 소개하는 것을 보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보세요’라는 멘트가 있다. 이 멘트를 단순히 온라인에서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용자가 직접 그 현장에서 벤플을 통해 작품 소개를 듣고, 그에 따라 반응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오프라인 콘텐츠인 것이다. 벤플의 콘텐츠는 ‘그 장소’에 있어야만 느낄 수 있다. 실제 장소(오프라인)와 온라인이 결합하는 O2O(offline to online) 체험을 하는 것이다. 또한 박물관을 견학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댓글을 달면서 벤플이라는 공간에서 서로의 감상을 공유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체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나중에는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낼 것이다. 기존에는 사진만 찍고 기록을 남길 것이 없었다면, 벤플은 다양한 기록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감상평 등이 기록에 남는다면, 박물관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여러 사용자들의 감상평 등을 종합해 박물관 측은 향후 전시 계획이나 일정을 세울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록을 남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부적인 마케팅도 가능할 것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감상평을 남기려면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해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했지만, ‘벤플’은 그런 복잡함을 없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향후 통계 자료 등에도 쓰일 것으로 본다.
서울모터쇼에서 현대차와 사업진행 큰 호응
문화공간으로 시작한 벤플의 실험은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자동차와 롯데피트인 등 기업과 함께 사물인터넷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13 서울모터쇼 현대자동차관에 적용된 벤플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넓은 전시 공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전시를 선택할 수 있었고, SNS를 연계해 실시간으로 사용자들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해 1일 평균 1만5000명이 이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해 진행한 ‘내나라 여행 박람회’에서는 스템프 투어를 진행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박람회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 벤플의 수익 모델은?
현재는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익모델은 다양하다. 구글이나 카카오톡도 처음에는 구체적인 수익 모델을 갖고 있지 않았다. 구글의 경우 검색 엔진을 통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 뒤에 검색어 광고 등 수익으로 이어졌다. 카카오톡도 처음에는 수익이 없었지만,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카카오톡 결제 등으로 수익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벤플의 경우 코스트 퍼 터치(이용자 1명에 따라 수익을 분배받는 방식)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은 사람들이 많이 쓸 수 있도록 하는 미디어를 제공해야 한다. 사용자들이 많아지면 돈은 따라 오게끔 되어 있다.
▲2013 서울 모터쇼에는 현대자동차 전시관을 안내하는 벤플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었다.
- 사물인터넷과 관련해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벤플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기술력이다. 우리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 통신)와 아이비콘(애플의 실내 위치 확인 시스템)을 통해 ‘벤플’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두 시스템이 모두 적용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은 많지 않다. NFC는 2010년 창업 때부터 적용해왔고, 아이비콘은 지난해 애플이 아이비콘을 출시했을 때부터 적용했다. 중요한 스마트폰 OS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관련된 특허도 여러 건 확보했다.
- 기술력 확보로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콘텐츠’인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신경 쓰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 회사 이름과 홈페이지 디자인도 감성적인 부분을 어필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사물인터넷이라는 것은 기존 산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다.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다는 면에서 순수한 소프트웨어인 것도 아니다. 만들어내는 콘텐츠도 기존 디지털 콘텐츠와는 개념이 다른 것이다. 누구도 해보지 않은 것이다. 사용자와의 신뢰 관계 형성도 중요하다. 지금은 사용자들과 신뢰를 형성해가면서 조금씩 명성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학교수이자 기업대표의 색다른 고민
사실 사물인터넷은 개념부터 생소하다. 학자별로 정의하는 개념도 다르고, 쓰이는 용어의 의미도 혼재돼 있다. 경영학박사인 그도 사물인터넷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물인터넷’이라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 자체가 ‘가지 않은 길’이고 ‘모험’인 셈이다. 사물인터넷과 관련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한 콘텐츠가 무엇이다라고 정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벤플이 향후에 또 어떤 매력적인 콘텐츠를 내놓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 사물인터넷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발전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프라이버시 문제다. 사물인터넷이 체중계에 적용되면, 나의 몸무게 정보가 체중계 회사로 간다. 밥솥에 적용되면 내가 언제 무엇을 해 먹었는지 알 수 있다. 네스트렙스(실내 온도 자동 조절기)를 설치하면 우리집에 누가 있는 지까지 알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일반 사기업들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프라이버시 문제는 도전 과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관련해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벤플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적용한 스마트폰 안내 프로그램 실행 모습.
- 우선 제도적 측면에서 보완책을 구상한다면.
우선 나라별 상황에 맞는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GDPR이 있다. 규정을 보면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개인 데이터를 팔게끔 했고, 그것을 파는 전문적인 회사도 있다. 온라인으로 뭘 사고, 어디에 있는지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 데가 미국이다. 한국은 또 다르다. 관련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보이스피싱으로 사업을 하면, 두 번 다시 사업을 못할 정도로 강하게 처벌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이스피싱을 해도 제재가 약하니 계속된다. 그런 점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벤플이 나가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사물인터넷의 기반을 제공하는 플렛폼 모델로 갈 것이다. 그동안 프로젝트 수행해서 개발비를 받고 용역식 비즈니스를 주로 해왔다. 앞으로는 용역식 모델에서 벗어나 플렛폼 모델로 변신하고 싶다. 기술력이 좋고, 아이디어가 많아도 결국 세계적 변화를 만드는 회사는 플랫폼 회사다. 현재 누구도 정답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참조할 만한 모델은 있다. 미국의 네스트랩은 실내온도조절기를 250불에 팔았다. 단순히 제품 판매만을 감안하면 30불이 남았다. 하지만 여기에 재미있는 계약을 했다. 여름처럼 더울 때 온도조절기에 손을 대지 않으면 85불을 추가로 지불하는 것이다. 물론 강제성은 없었다. 하지만 사용자의 90%가 온도계에 손을 대지 않았다. 네스트랩은 냉방비용 절감을 대가로 추가적인 비용을 받았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했다. 사용자와 판매자, 넓게는 사회 전체가 이익을 보는 윈윈 계약이었던 셈이다. 이것이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하나의 모범적인 비즈니스 모델이고, 하나의 플랫폼이 나온 것이다. 우리 회사도 이런 분야에서 사물인터넷의 꽃을 피울 것이다.
- 플랫폼 이후의 구상도 설명해 달라
사용자들에게 세렌디피티(우연을 통해 중대한 발견을 얻는 것) 즉 영감을 주는 것이다. 철학적인 구상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사용자 스스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생활 속에 있는 사물들이 실생활뿐만 아니라 온라인의 형태로 사용자에게 경험을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의 환경이 풍족해지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강제적인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손과 발이 확장되고 그런 편의를 인간이 자유롭게 향유하는 것. 그것이 궁극적인 꿈이다.
▲이 대표는 “벤플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세렌디피티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 = 정의식 기자
이 대표가 강조하는 ‘세렌디피티’
그는 인터뷰 도중 세렌디피티라는 단어를 여러 번 강조해서 말했다. 그가 말하는 세렌디피티는 색다르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사원증이나 고속도로 하이패스 등의 인터넷 기술은 하류다. 사용자를 수동적으로 만들고, 사물이 사람을 읽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맞춤형 기술 또한 아니다. 선택지는 다양해지지만 결국 시스템 구상자가 만든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이 각자만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사물인터넷’을 만드는 것이 최상이라고 말한다. 사물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세렌디피티’이다. 벤플의 기술 속에 담긴 이런 철학은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만큼이나 새롭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I took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숲 속에 난 두 개의 길. 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이 대표의 ‘벤플’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벤플’의 새로운 모험이 사물인터넷 세상을 여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CNB저널 = 신상호 기자)
신상호 기자 sshey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