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③ 김창곤 강북경찰서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장]산악구조는 숙명, 인명구조에 보람
산악구조 하기 위해 경찰 입문, “산악사고는 인재, 안전에 최선을”
▲산악구조대 현장구조 활동 모습. 사진 =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해발 836.5m의 북한산은 한해 평균 일천만여 명의 등산객이 찾는다.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의 명산 북한산은 그리 만만한 산이 아니다.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200여 건 이상, 사망자도 20여 명씩 나온다. 범죄수사부터 교통업무까지 사회의 온갖 궂은일과 위험을 도맡는 경찰관들은 여기 북한산에도 있다. 이번호에는 북한산 ‘생명지킴이’ 김창곤(46) 강북경찰서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장을 만났다.』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는 1983년 5월 창설됐다. 그해 봄 한국대학생산악연맹 소속 20여 명의 학생들이 인수봉 암벽등반 도중 조난당해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한 대형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그 사고 이후 경찰산악구조대는 30년 넘게 북한산을 지키며 4천여 건의 구조 활동을 펼쳤다.
2003년 2월 부임한 김창곤 대장은 산악구조를 위해 경찰관이 됐다고 했다. “경남 함양 지리산 인근에서 태어나 계속 산을 접하며 살았다. 본격적으로 암벽등반을 하며 산의 매력에 빠진 것은 군대를 전역한 직후였다.”
김 대장은 해군 하사관으로 군복무를 하던 중 대학산악부 출신 후배가 들려준 암벽등판 무용담을 들으며 호기심이 가졌다. 전역 후 곧바로 인수봉 등반에 나섰다.
우연히 경찰산악구조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분야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청와대를 경비하는 101경비단에 들어갔다. 그리고 2002년 9월 강북경찰서로 발령을 받고, 이듬해 북한산 경찰구조대 대장으로 부임하며 결국 꿈을 이뤘다.
“암벽등반 같은 수직세계에선 위험이나 한계를 극복하면서 얻는 성취감이 있다. 다른 데서 얻지 못하는 그런 성취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씩 욕심이 생기고 더 어려운 코스를 찾으면서 강도가 높아진다. 그러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북한산은 특히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만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141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 대장은 “산악구조대는 보통 구조대장 3명과 대원 5명이 3교대로 근무하지만, 주말에는 특히 사고가 빈번해 2교대로 근무를 선다. 구조대 본부가 인수봉 아래 해발 550m에 위치하고 있어 사고 다발지역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험준한 조건에서 구조 활동을 펴는 일에는 언제나 위험요소가 뒤따른다. ‘산악 강국’인 한국에서 훈련을 위해 야간에 일부러 악조건을 만들어 놓고 등반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런 경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고, 산악구조대는 이런 악조건을 딛고 부상자 구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강북경찰서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 김창곤 대장. 사진 = 안창현 기자
김 대장이 항상 구조대원들에게 ‘자기관리’를 강조하는 이유다. “100번을 잘하다가도 딱 한 번 실수해서 추락하면 목숨을 잃는 게 암벽등반이다. 수직세계란 그런 것이다. 그 한 번에 대비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훈련과 교육을 하고 있다.”
자기 몸 하나만 생각하면 되는 등반과는 달리, 구조 활동은 환자와 주변의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김 대장은 구조대원들과 함께 수많은 사고 사례를 습득하고 매듭법, 하강법, 응급처치 등 복잡한 구조 방법을 매일 반복한다.
구조대장으로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일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또 있다. 자신의 대원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다.
도움 받은 일본인이 찾아와 감사인사 하기도
“나도 아이들이 있고, 그 얘들이 건강하게 커가는 일을 지켜보는 건 큰 기쁨이다. 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하다 다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구조대 생활을 마쳤을 때 그들이 두 다리 멀쩡한 상태로 하루재를 넘어가는 것을 보는 일은 내게 주어진 또 다른 의무이자 바람이다.”
김 대장은 지난 10년간 북한산에서 발생한 수많은 사건 사고와 함께 했다. 이를 생과 사를 오가는 일들이라 했다. 기쁘고 즐거운 일들, 천만 다행이었던 일들이 있는가 하면, 슬프고 안타까웠던 일들도 많았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 실종 사고에서 희생자 아버지가 매일 북한산에 와 아들을 찾아다니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40m 아래로 추락해 병원에 후송된 남자가 MRI 검사에서 폐에 종양을 발견하고 조기에 수술했던 일도 있었다.
“한 번은 관광 온 일본인을 구조한 적이 있는데, 건강을 되찾은 후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비행기 타고 여길 다시 찾아온 경우도 있다.”며 인명구조보다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 활동에서 생명을 구하는 자부심을 느낀다. 다른 어떤 일에서도 느낄 수 없는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고통과 한계를 이기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크다고는 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과 비교할 수는 없다.”
요즘 대한민국의 화두는 ‘안전’이 아닐까? 김창곤 대장은 아주 사소한 실수에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산행, 등반의 기본은 안전이라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산악사고는 대부분 인재다. 등산객들이 첫 번째도 안전, 두 번째도 안전이란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