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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 요우커(游客)의 힘이 대단하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최대인 1400만명에 육박할 걸로 보인다. 국내 입국 관광객 통계가 1975년 시작됐으니, 관광산업은 40여년 만에 비약적 발전을 일군 셈이다.
요우커는 단일 국적으론 처음으로 올 10월 500만명을 넘겼다. 연말까지 6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요우커가 우리나라에서 쓴 돈은 7조7000억원이다. 2012년 대비 2조8000억원이 늘었다. 올해는 14조가 예상된다. 24조원 생산유발효과와 3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는 우리 대기업 47개가 만드는 일자리보다 4배가 많은 수치다.
샤넬·에르메스 요우커에 관심…롯데면세점 매출 53% 차지
세계적으로 요우커는 한 해 1억명이 100조원을 쓴다. 중국은 최근 해외여행 급증기를 맞았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액은 6800달러다. 일본은 1980년대,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해외여행 붐이 일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때 국민총생산액이 6600달러였다. 관광서비스산업은 이제 굴뚝 없는 신성장동력이다. 요우커 특수는 이제 우리 경제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관광서비스산업은 내수업종을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가 된지 오래다. 이제 요우커는 글로벌 비즈니스 첨병으로 등장했다. 샤넬과 에르메스 등 콧대 높은 명품기업도 변하게 했다. 명품기업이 한류드라마 간접광고(PPL)에 열중하는 건 요우커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루이뷔통이 YG엔터테인먼트에 자본투자를 하고 제일모직과 YG가 손잡은 것도 실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면세점에서 차지하는 요우커 비중도 50%를 넘었다. 롯데면세점의 3분기 매출 중 요우커가 53%를 차지한다. 신라면세점 상반기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등 우리나라 화장품은 면세점 인기품목 선두를 차지한다. 이에 힘입어 주가는 2배 이상 상승했다. 한 때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코끼리밥솥을 사느라 장사진을 이룬 것과 같다.
요우커로 대변되는 중국 파워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외국인들이 사들인 주식의 54.7%가 중국인 거다. 중국 자본이 올 1∼7월 사들인 우리나라 주식은 2조원쯤 된다. 우리나라 인수합병시장도 중국자본 독무대다. 아가방, 카이스트 등 100억 이상 투자건도 9건이 넘는다. 중국인이 제주에 소유한 땅의 공시지가는 5년새 296배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요우커 재방문율 16개국 중 14위…‘봉’ 취급 않았나?
우리 경제의 상수로 등장한 중국 파워를 한번쯤 점검할 때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관광객 만족도조사에서 요우커가 조사대상 16개국 중 14위를 차지했다. 재방문율은 30%에 그쳤다. 일본의 64%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들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특수는 물거품에 불과하다. 혹 우리가 그들을 ‘봉’ 취급 하지 않았는지 되새겨 볼일이다.
사람이 찾아온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다. 국경을 넘는 방문은 더욱 그렇다. 정현종의 시 ‘방문객’에도 나와 있듯, 사람의 방문은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오는 거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거다. 최근 도심 호텔 부족이 자주 거론된다. 불편한 잠자리가 재방문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호텔 신축을 규제하는 학교보건법도 국익창출이라는 큰 틀에서 제고돼야 한다.
천혜의 섬 제주를 찾는 요우커는 200만명에 이르지만, 국내 항공사엔 그림의 떡이다. 중국 탑승객 4명 중 3명은 중국 항공사를 이용하고 있다. 중국은 10개 항공사가 20여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지만, 우리는 규제에 묶여 3개 항공사가 7개 노선뿐이다. 2006년 한·중항공협정의 불균형 족쇄 때문이다. 중국만 시장상황에 따라 중국∼제주 노선 추가 운항이 가능하다.
백리를 가면 바람이 다르듯, 천리를 가면 풍속이 다르다. 요우커 특유의 문화관습과 행동특성에 맞는 감성마케팅이 시급하다. 그들과의 원만한 소통과 공감이 국익창출을 배가 시킨다. 남쪽 샛별이 원만을 얻으면 북쪽 강물 방향도 바꾸는 법이다. (남신원만북하회 南辰圓滿北河回)
(CNB저널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