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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콩세계과학박물관 건립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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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5-406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2014.11.27 08:39:23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사가 바라보이는 곳에 콩세계과학박물관(Soyworld Science Museum)이 건립되었다. 돌이 들린(부석,浮石) 형상을 한 건축물과 내부전시를 마무리하고 이제 내년 봄 개관을 기다리고 있다. 콩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콩박물관을 건립하려던 학계의 염원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다.

2001년 5월 한국식품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낸 권태완 박사를 중심으로 뜻을 같이하는 인사 10여명이 한국콩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15년간 100회 이상의 회의를 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다. 박물관 건설 부지를 정하느라 파주시, 순창군, 서울 서초구 등 수없이 많은 지역을 탐색하고 추진하였으나 하늘이 정해준 땅은 영주시 부석사 앞이었다.

우리 한민족(韓民族)이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콩을 경작하여 식용으로 이용하였으며 동아시아의 장류발효문화를 시작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러한 우리 선조의 인류사적 위업이 시대의 변천으로 잊혀지고 있다.

중세에는 중국의 영향으로 콩이 중국의 것으로 세계에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미국이 세계 콩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콩의 종주국으로서 콩의 기원과 식품으로서의 발전역사를 바로 알리고 앞으로 기대되는 콩의 다양한 용도를 우리 후세에 알려 민족적 자긍심과 세계를 향한 한국인의 비전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콩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물이다. 한국인은 쌀(밥)과 콩(된장찌개, 콩나물, 두부)만 있으면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우리의 콩음식은 한국 음식문화사의 기원과 형성과정의 골격을 이루는 중심 소재이다. 날것으로 그냥 먹으면 심한 설사를 일으켜 먹을 수 없는 잡초로 알던 콩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기원전 6000년 전후에 대한해협을 중심으로 발달한 원시토기문화의 산물이다.

해변가의 채집인으로 살던 한반도 원주민들이 토기를 만들어 인류 최초로 물을 담아 끓이는 기술을 개발했고 콩을 물에 끓이면 설사하지 않고 먹을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콩 속에 들어 있는 영양저해물질 트립신 인히비터는 콩을 물에 불려 끓이면 효과적으로 제거된다. 기원전 2000년경 청동기문화에서는 남만주와 한반도 지역에서 콩의 식용이 보편화 되었으며 원시토기문화시대에 발전한 발효기술을 콩에 접목하여 메주를 만들고 간장, 된장을 만들게 된다.

▲내년 봄 개관을 앞둔 콩세계과학박물관. 영주 부석사가 바라보이는 곳에 있다. 사진제공 = 이철호 명예교수


현대식 식탁위에 투박한 토기(뚝배기)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를 놓고 먹는 한국인의 유별난 음식문화는 이와 같이 80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전해 내려온 끓임문화와 3000년이 넘는 장류문화의 소산임을 알아야 한다.

토기에 바닷물을 담고 주변에서 채집한 수산물과 채소를 넣고 끓이면 찌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소금을 발견하게 되고 염장발효기술을 터득하게 된다. 음식을 끓여 먹으면서 위생적으로 안전한 음식을 먹게 되고 발효기술로 음식을 오래 저장하고 콩으로 단백질의 섭취가 늘게 되면서 이 지역 사람들은 영양상태가 좋고 기골이 장대해졌고 인구가 늘어 동북아 국가형성기(기원전 3000년 전후)의 엘리트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다. 실제로 중국의 고문헌들에는 이 지역에 살던 동이족(東夷族, 동쪽의 큰 활을 메고 다니는 민족)들을 그들(한족.漢族)보다 선진 문화민족으로 기술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콩은 잊혀진 한국 고대사를 말없이 보여주는 증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주시에 건립된 콩세계과학박물관은 콩 그 자체를 넘어서는 한민족의 역사 교과서이며 한국인의 세계 비전을 보여주는 곳이다. 식민사관의 잔재를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눈여겨보아야 할 곳이다.

(CNB저널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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