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 ‘청년장사꾼’ 대표 김윤규]“CEO 아니에요. 장사꾼입니다”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정직원으로 채용”…감자튀김, 골뱅이 등 7개 음식점 낼 때마다 ‘대박’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장사’라는 직업은 폼이 나지 않는다. 특히 양복 차려입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화이트칼라를 선호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20대 청년장사꾼 김윤규(28) 씨는 장사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장사꾼이라고 한다.
현재 7개 음식점 매장의 CEO지만, 장사꾼이 아닌 다른 호칭은 부담스럽단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장사꾼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는 것이다. 그는 장사를 해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을 꿈꾸는 여느 20대와는 사뭇 다르다. 만난 지 5분 만에 그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 명칭은 ‘청년장사꾼’. 현재 경복궁과 마포, 이태원 등지에 7개의 음식 매장이 있다. 감자튀김집과 골뱅이집, 꼬치집 등 음식점 종류도 다양하다. 구체적인 매출은 공개할 수 없지만, 모두 장사가 잘 된다.
특히 경복궁역 부근 감자튀김집은 사람들이 100m씩 줄을 서기도 한다. 음식점 장사를 하면 열에 여덟은 실패한다는데, 겨우 20대인 그는 대박을 쳤다. 대박을 내기까지 그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서울 경복궁 부근에 위치한 ‘열정감자’. 사람들이 줄을 서서 20~30분씩 기다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 = 청년장사꾼
- 처음에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적성검사를 하면 외향적인 성격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너는 무조건 세일즈맨이고 영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기업은 안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장사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2007년 2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무릎담요를 판 것이 최초의 장사 경험이었다. 무릎담요 100여개를 공수해서 7분 만에 다 팔았다.
- 7분 만에 100여개를 판다는 것 쉽지 않다. 비결은?
공략 대상을 확실히 정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남자였다. 거기에서 멘트를 날렸다. “여자친구가 추워서 감기 걸리면, 약 값이 더 들어간다. 무릎담요 2개 5000원이면 오히려 남는 장사다” “우리나라가 골 넣고 여자친구가 일어나면 치마가 들린다. 이런 때 무릎으로 가려주는 남자친구의 센스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니까 커플들이 줄을 서서 샀다.
그렇게 월드컵경기장에서 장사의 맛을 본 뒤, 군대에 갔다. 여기서도 장사에 필요한 내공을 쌓았다. 논산훈련소에서 조교를 했다. 많은 훈련병들을 상대하면서, 여러 형태의 사람을 접했다. 훈련일정 등을 짜면서 준비성, 계획성도 익혔다. 제대 후 무릎담요, 손난로 등을 팔다가 지난 2012년 본격적으로 매장을 차려 장사를 시작했다.
- 어떤 장사를 시작했는가?
카페였다. 당시에는 가진 기술이 없다보니 카페 말고는 할 만한 아이템이 없었다. 당시 전세보증금을 빼서 자금을 마련했는데, 웬만한 곳은 비싸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이태원 이슬람 사원 앞에 겨우 카페 매장을 냈다. 일주일 만에 망했다. 사람이 모이지 않았고, 커피를 팔아서 남는 마진도 적었다. 그래서 바로 다른 아이템을 알아보러 다녔다. 인터넷 검색도 하면서 보니까 감자튀김집이 될 만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감자튀김에는 별 다른 기술이 필요 없지 않나. 그냥 기름에 넣고 튀기면 되니까.
▲청년장사꾼의 꼬치집. ‘열정을 만나면 정열이 솟는다’는 문구가 인상 깊다. 사진 = 청년장사꾼
- 그래서 지금의 ‘감자집’이 탄생했다. 성공 비결은 뭔가?
2012년 당시만 해도 감자튀김 전문점이 국내에 몇 개 없었다. 미국의 ‘폼므프리츠’라는 감자튀김집을 벤치마킹했다. 우리는 식감이 바삭한 고급 감자만 쓰고, 식용유도 최고급 식용유만 쓴다. 우리 가게 감자튀김을 직접 먹어보라. 맛이 다르다. 장사도 재미있게 했다. 유니폼 뒤쪽에는 ‘잘생겨서 죄송합니다’ ‘감자살래 나랑살래’ 같은 문구를 넣었다. 시기에 맞춰 수능 이벤트 등도 진행했고,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각별히 신경 썼다. 주변에 있는 배화여고, 배화여대 등 학생들이 입소문을 내는 등 홍보에도 도움을 줬다. 사업을 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 장사가 잘 되면서 그 옆에 꼬치집을 냈는데.
장사가 잘 되니까, 일하는 사람이 늘었다. 급여를 줘야 하다 보니 또 하나 매장을 내게 됐다. 주변에서 일하면서 상권 분석이나 주말, 주중 흐름, 시간대별 유동인구 등 특성을 잘 알다보니 새로 매장을 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점포를 늘리면서 현재 점포는 7개가 됐다. 점포를 늘린 이유는 하나다. 일하는 직원들의 월급을 챙기기 위해서다. 안정적으로 월급을 주기 위해서는 매장을 늘려 수입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35명이 청년장사꾼 직원이다. 모두 정직원이다. 아르바이트생을 주로 쓰는 일반 음식점과는 다르다. 그가 굳이 정직원을 채용하는 이유는 하나다. 장사의 힘은 직원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김윤규 씨는 장사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와 함께 일하는 멤버들은 그의 자산 1호다. 사진 = 청년장사꾼
- 직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가 기술이 뛰어나지도 않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결국은 서비스다. 손님에게 얼마나 만족을 줄 수 있느냐가 장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사실 일반 음식점들 가운데 손님이 제대로 된 접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만한 곳은 많지 않다. 손님을 상대하는 직원이 내 직장인 것처럼 해야 한다. 고깃집을 가더라도 서비스 잘해주는 사람은 정직원이다. 아르바이트생을 쓰면 와서 얼마나 열심히 하겠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서비스를 해야 하고,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멤버(직원)들을 위해야 한다. 멤버들이 손님 1명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음식점 이미지가 달라진다.
- 정직원으로 채용을 하니 관심이 있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맞다. 채용을 위해서는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면접을 보고, 2주 동안 실습을 거친다. 2주 동안 실습을 한 뒤, 같이 일한 멤버들의 투표로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멤버들 1명이라도 반대하면 채용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44기의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1~2명 정도였는데, 이름이 알려지면서 요즘에는 지원자도 평균 10명으로 늘었다.
- 중도 탈락자도 많았겠다.
있었다. 처음에는 장사에 흥미를 느껴서 왔지만, 2주 동안 장사를 직접 경험해보고 장사가 맞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었다. 함께 일한 멤버들이 “이 사람과는 같이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서 채용이 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장사는 모두 함께 하는 것이니만큼 팀워크가 중요하다. 우리와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찾으려고 애썼다.
- 직원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2주간의 절차를 거친 사람은 일을 하면서 지속적인 ‘장사 교육’을 받는다. 매주 월요일 각 매장별 매출, 매입 등 실적을 발표하면서 장사의 기본 감을 익힌다. 간판깨기란 미션도 있다. 가령 삼겹살집 1곳을 선정해, 그 곳을 직접 이용하고 매장 모니터링을 한다. 모니터링 결과와 함께 자신이 삼겹살집을 하면 이렇게 해보겠다는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아울러 단체 워크숍도 분기별로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 멤버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멤버들은 언젠가는 독립해야 한다. 장사는 정직한 사업이다. 3명 고용하면 300만원, 4명 고용하면 400만원 매출이 난다. 결국 멤버들 급여를 주는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멤버들은 근무 2년이 지나면 우리 상표를 달고, 매장을 낼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독립한 멤버가 장사를 잘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대기업 취직한 사람들 부럽지 않게 사는 것을 보고 싶다.
- 멤버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낼 것 같다.
멤버들은 보통 나를 형이라고 한다. 회의할 때만 대표님이라고 한다. 사실 멤버들에게 무섭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멤버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배려할 부분은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직원들도 성향이 다양하다. 손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면서 친근한 사람들도 있고, 손님의 취향이나 시장의 흐름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분석가형 스타일도 있다. 그렇게 여러 성향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다보니 또 배우는 점이 있는 것 같다.
그에게 멤버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래서 그는 멤버들을 위해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그는 오는 25일 서울 용산구의 미개발지역에서 6개 점포를 동시에 오픈할 계획이다. 이른바 열정도 프로젝트. 삼겹살집과 백반집, 스테이크집, 감자집, 펍(Pub), 닭집이 동시에 문을 연다. 6개 매장을 동시에 열어,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청년장사꾼 직원들은 촌스러워 보이는 유니폼을 입고, 손님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사진 = 청년장사꾼
-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사업을 하다 보니 상권이 발달된 안정적인 곳을 찾게 된다. 안정적인 것을 찾다보면 멤버들이 나중에 창업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상권이 발달된 곳은 권리금과 임대료가 비싸다. 멤버들이 독립할 때 그 정도 금액을 충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상권이 덜 발달된 곳에 점포를 낸다면, 지금까지의 경험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액을 충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점간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상권이 덜 발달된 곳에서 멤버들이 장사를 하는 법을 익히게 하려고 한다.
- 점포 6곳을 낸 것이면 사실상 ‘올인’한 것인데.
맞다. 올인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멤버들과도 많은 논의를 했다. 결론은 ‘해보자’로 났다. 우리가 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멤버들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멤버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고 싶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그의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지난 2013년 이태원에서 거리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태원 제일기획 주변에 있는 계단에서 한 달에 1번씩 ‘장’을 여는 것이다. 계단장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서울의 3대 거리장터로 소개될 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다. 처음에는 거리 아티스트들이 주로 참여하다가,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재는 동네 축제로 변했다. 주민들이 나와서 전을 부쳐서 팔기도 하고,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디자인 제품도 팔면서 하나의 골목 문화로 자리잡았다. 요즘에는 보통 2~3만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변 상권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용산 ‘열정도 프로젝트’도 비슷한 컨셉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장사 하나로 일단 성공의 길을 걷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사람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사람이 손님이었다. 제품을 어떻게 잘 팔수 있을까. 다음에 어떻게 해줄까를 고민했다. 지금은 반대다. 우리 멤버들에게 어떻게 좀 더 잘해줄까를 고민한다. 관심이 외부 고객에서 내부 고객 멤버들로 넘어왔다. 멤버들에 대한 관심이 손님에게 영향이 미친다는 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사람 한명의 기분이 중요하다. 그 순간 기분의 액션이 중요한데 이걸 정해줄 수 없다. 그런 것들을 미리 관심을 가져서 극복을 하는 것이다.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이 장사를 잘하는 게 아닌가.
-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나중에 40~50대가 되면 멤버 가족들과 함께 송년회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 장사를 시작하면서 100호점 200호점 꿈꿨다. 하지만 멤버들이 늘어나면서 그런 게 필요 있을까? 우리끼리 장사하면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잘 유지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서로 장사해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살고 싶다. 공동 육아도 고민하고 있다. 그런 삶이 재미있는 것 같다. 우노다카시가 쓴 ‘장사의 신’을 보면, 제자들이 스승을 찾아와서 자기 고민을 이야기하고, 도와주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서로 교류하고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사치는 돈을 쫒는다. 코앞만 본다. 하지만 ‘꾼’은 사람을 쫒는다. 멀리 본다. 돈을 쫒는 장사치가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 사람을 잡은 ‘꾼’은 번창한다. 그는 진정한 장사꾼이다. 용산 프로젝트에 과감한 투자를 한 것도 무엇보다 든든한 멤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청년장사꾼은 성공할 것이다.
(CNB저널 = 신상호 기자)
신상호 기자 sshey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