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마중물, 리더가 조직원 신뢰하면 성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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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지금처럼 수돗물이 귀해 집집마다 지하수를 퍼 올리는 펌프가 있었다. 그런데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펌프에 물 한 바가지 정도를 부어 넣고 열심히 펌프질을 하면, 그 압력에 의해 지하수가 콸콸 쏟아져 나온다. 이때 펌프에 붓는 처음 한 바가지 물이 ‘마중물’이다. 이 마중물은 비록 한 바가지의 적은 양의 물이지만, 일단 물을 붓고 나면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힘이 있다. 따라서 리더는 종종 마중물에 비유된다.
미국의 정치가 헨리 스팀슨(Henry Stimson)은 “똑똑한 사람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라.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신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직무능력개발원 홍웅식 원장은 “신뢰라고 하는 것은 마치 마중물과 같다. 처음에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을 믿고 그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며 인내하고 기다려 주면, 결국 그들은 지하에 숨어 있던 샘물이 펑펑 솟아오르는 것과 같은 믿음으로 답할 것이다. 이러한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 신뢰는 상대에게 먼저 주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는 신뢰를 보내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엔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극도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불신이 넘치는 사회로 전락해 버렸다는 우려가 큰 것이다. 정치, 경제, 교육, 법원 등의 행사가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특히 설문조사를 보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가장 밑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정치인이 여행을 하다가 자동차가 골짜기에 처박혔는데 일행은 모두 죽고 혼자만 살아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지나가던 농부가 그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곧바로 땅에 묻어버렸다. 이에 경찰이 농부에게 왜 다친 사람을 땅에 묻었냐고 묻자, 그 농부가 말하길 “자기가 아직 살아있다고 하는데...도대체가 믿을 수 있어야 말이죠”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변혁적 리더십…대한민국에서는 안 통한다?
과거에 홍 원장은 ‘변혁적 리더십이 조직 구성원의 직무만족, 조직몰입 및 혁신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최근 리더십의 트렌드는 변혁적 리더십이다.)
그에 따르면 리더십의 4가지 핵심역량은 다음과 같은 4P로 표현된다. Power는 리더의 특성으로 통찰력과 판단력을 말한다. 리더는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깊이 통찰을 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People은 조직 구성원과의 원활한 소통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통이 없으면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Performance는 성과를 내는 것이다. 리더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리더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Process는 영향력을 미치는 의도적 과정이다. 결국 리더십이란 이 4가지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정리하면 “리더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적 과정”이라고 정의된다.
그러면서 변혁적 리더십은 개별적 배려, 지적 자극, 영감적 동기부여, 카리스마의 4가지 요소를 토대로 직무만족, 조직몰입, 혁신행동 등의 조직 유효성을 통해 리더가 목표하는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아울러 이 이론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당히 입증된 것으로서 오늘날 리더십 이론의 주요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이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적용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따라서 대기업, 공공기업,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에서 변혁적 리더십의 요소에 대해 조직 유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카리스마가 직무만족에 아주 조금 유효하다는 것 외에는 나머지 요소가 각각의 조직 유효성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홍 원장은 새로운 리더십을 찾기 위한 매개변수(징검다리)를 적용했다. 매개변수는 상대의 행동 예측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과업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신뢰, 심리적 임파워먼트, 자아개념, 자기존중감, 자기효능감 등의 5가지 변수가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 변혁적 리더십은 개별적 배려, 영감적 동기부여, 카리스마의 요소에 신뢰라는 매개변수가 적용되었을 때 발현되고, 이것이 자기효능감을 높여주면서 직무만족, 조직몰입, 혁신행동 등의 조직 유효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홍 원장은 “결국 신뢰하면 모든 것이 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는 바로 마중물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리더가 잠들어 있는 조직을 깨우려면 조직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보내야 한다. 이것은 말이나 구호 등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먼저 신뢰를 보내고, 자신이 앞장서서 오직 행동으로만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슬하에 2녀1남을 두고 있다. 위로 두 딸이 있고, 둘째와는 8살 터울의 늦둥이 아들이다. 문제는 둘째 딸(이하 딸)에게서 나타났다. 부모의 사랑이 어린 남동생으로 쏠린다고 생각한 딸은 그 충격으로 인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해 여름방학에 학교에 불려간 후 하늘이 노랗게 되는 충격을 받았다. 딸의 담임선생이 “이대로 가면 졸업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나는 집에서는 매우 권위적이고 매몰차며 출세지향적인 사람이었다. 애들 교육은 아내가 전담하는 것이라면서, 오로지 대학 강의와 승진에 대한 열망으로 직장에만 몰입하던 때였다. 잘나가는 대학 교수의 딸이 소위 ‘문제아’라니 맑은 하늘에서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고,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창피하기도 한 상황이었다”
중2 딸 문제아 되다…모든 것은 아빠 탓!
집에 돌아온 후 자신이 딸 교육의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고, 한 6개월만 잘 지도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인식 하에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때부터 직접 나서 딸을 때리기도 했고, 문제를 일으켰을 때 파출소에 직접 끌고 가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여자애의 생머리를 바리깡으로 밀어도 봤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슬슬 지쳐가기 시작했고, 결국 아내의 권유로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의 진단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한다. “딸이 이렇게 된 것은 100% 아빠 탓이다. 그저 기다리면서 끊임없이 딸에게 사랑을 주라”는 것이었다.
딸이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때 담임선생(우리 가족의 은인)의 제안으로 딸의 학교에 가서 진로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혼신을 다한 강의 준비로 모든 학생들이 감동을 받은 듯한데, 단 한사람 홍 원장의 딸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도 않는 것이 아닌가.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자, 아내는 “딸이 아빠를 불신하는 거다. 날을 잡아 우리 가족 전체가 한 번 여행이라도 가서 대화를 해보자.”고 해서 여행을 갔는데, 그것이 홍 원장 가족의 첫 번째 여행이었다고 한다. 5일간의 여행기간 아내와 또 애들과 대화를 하면서 홍 원장은 모든 것이 결국엔 자신의 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니던 대학에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 아내도 동의했고, 돌아가신 부친에게 고하기 위해 딸과 함께 무덤에 갔다. 영정사진을 놓고 예를 올리며 향을 피우는데, 영정사진 속의 부친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주마등처럼 홍 원장의 머릿속으로 과거 부모님과의 추억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1970년대 초 홍 원장은 가난했던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장남이라는 사명감을 짊어지고 산골의 100여 집 가운데 단 두 명만이 진학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읍내 고등학교를 다녔고, 한 친구는 대구로 유학을 갔다. 그러던 차에 대구에 있는 고등학교와의 실력 격차를 실감한 홍 원장은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음주와 흡연을 하고 친구들과 싸우는 등 문제아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사실상 아들의 그런 행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고 그냥 믿어주셨다. 2학년에 올라간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집에는 비닐우산 밖에 없었다. 여러 동네에서 모이는데다 남녀공학이었던 고등학교를 다니던 터라, 창피한 마음에 비닐우산을 마당에 내던지고 비를 맞으며 등교했다. 어머니가 우산을 들고 뒤따라왔지만, 그대로 학교로 내달렸다. 어머니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저녁 늦게 귀가한 후 방에 들어와 호롱불을 켜니, 책상에 새로 산 우산이 놓여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등짝을 툭 치며 “이제 네 엄마 그만 울려라. 이놈아!”라고 하신다. 아버지였다. 다음날 중학교에 다니던 여동생과 함께 등교하는데 “오빠야! 정신 차려라. 어제 아버지가 그 우산 사려고 보리 한 섬 지게에 매시고 왕복 24km 떨어진 장터에 다녀오셨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홍 원장은 아버지 묘지 앞에서 2가지를 맹세한다. “아버지! 저도 아버지가 저를 믿어주신 것처럼, 이제부터 딸을 믿겠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려 합니다. 딸 등하교를 책임지겠습니다.”
이런 결정에 앞서 딸의 담임으로부터 “따님의 성적이나 생활기록부 등 도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돕겠다. 하지만 출석만큼은 도와주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딸의 졸업을 위해 출석을 자신이 해결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결국 그의 딸은 이런 노력으로 중학교 졸업장을 겨우 받기는 했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번에도 담임선생의 도움으로 성북구에 소재하는 문제아들만 모인다는 여상에 겨우 갈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도봉구에 살고 있던 홍 원장 가족은 딸을 위해 성북구로 이사를 갔을 뿐만 아니라, 때마침 근처에 있는 한성대학교에 자리가 나서 다시 직장에도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후 딸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해서 가족이 이사하는 것을 지켜본 딸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등교한 둘째 날에 차 뒤에(딸은 그때까지 한 번도 옆에 타지 않았다.) 타고 있던 딸이 “아빠! 내 짝궁이 조폭두목 딸인데요. 부모들 싸움에 끼어들었다 자기가 대신 죽도록 맞았대요. 그 친구 우리 집에 데려오면 안 될까요?”라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일이 있다니! 기적이었다. 등교하는 내내 말 한마디도 안하던 딸과 드디어 소통의 문이 열리는 것 같아 마음이 하늘을 날아갈 듯 기쁘기 그지없었다.
딸을 향한 무한 신뢰…문제아 대학에 가다
그러면서 홍 원장은 그 순간 ‘우리 딸을 대학에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대학교에 몸담고 있던 터라, 당시 서울에 있는 몇 개 대학교에서 리더십 전형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그래라. 졸업할 때까지 우리 집에 있어도 된다. 단 조건이 있다. 네가 우선 반장이 돼라.”며 조건부로 허락했다.
처음에 딸은 자신이 학교에 꼴찌로 들어간 것이 소문이 다 나서 반장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홍 원장이 직접 연설문을 작성해주고, 또 딸의 짝궁이 도와줘서 다음 주 반장선거에서 당선됐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동아리 회장을 역임하고 전교 회장까지 하게 되면 입학 전형에서 상당히 유리할 것이다.
이후 딸은 중간고사에서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러자 성취감을 느낀 딸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학교가 전체적으로 면학분위기가 약한 탓에 조금만 공부해도 성적이 쑥쑥 올랐다. 결국 홍 원장의 딸은 들어갈 땐 꼴등이었지만, 학교를 졸업할 땐 전교 2등이었다. 5개 대학교에 지원한 결과 모두 합격하는 기쁨도 누렸다. 이제는 벌써 대학교 4학년에 다니는 딸이 그동안 장학금을 받으면 홍 원장 부부만을 위한 이벤트까지 치러줬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문제의 해답은 그 문제집 끝에 있기 마련이다. 신에게 기도하되 육지를 향해가는 노는 끊임없이 저어야 한다. ‘마중물 리더십’은 신뢰다. 신뢰는 많은 시간과 헌신이 필요하다. 이는 리더가 감수해야 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마치 차를 몰고 안갯길을 가는 것처럼, 안개등을 켜고 3m 씩 전진해보자. 언제나 3m 앞은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웅식 한국직무능력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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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